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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아쉬운 캐릭터 황진이

이명옥(mmsarah) 기자



수많은 양반의 허위와 가식의 껍질을 통쾌하게 벗겨내고 도도하게 남자들의 비열함을 비웃는 황진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길 기대했던 내게 감독이 뛰어넘지 못한 2%는 관람 내내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영화 <황진이>는 몇 겹의 사회적 장치가 복합되어 있다. 신분제 사회에서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던 양반과 상놈, 노비와 기생의 삶을 대등한 인간의 삶으로 녹여내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아마 감독은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을 뛰어넘어 진정한 인간의 삶을 이어갈 사회 변혁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놈이(유지태 분)'의 사회적 삶, 그리고 '황진이(송혜교 분)'와 놈이의 사랑이라는 개인의 삶이라는 이중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부분이 놈이의 사회변혁의 의지에 할애되었고 황진이와 놈이와의 사랑에 주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선구자적 페미니스트로서의 황진이 개인의 삶이 강하게 부각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황진이가 세상을 비웃으며 위선에 가득 찬 도덕군자인 척하는 벽계수나, 사또의 가면을 벗겨내는 장치의 강도가 너무 약해 보인 것은 사대를 앞선 여전사로서의 황진이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나만의 느낌일까? 천하에 도덕군자인 척하는 벽계수의 위선을 좀 더 철저하게 희화화했으면 사회의 통념을 뒤집은 의식 있는 문인이며, 자유주의자였던 황진이의 카리스마가 더 잘 살아나지 않았을지.

나중에 인간적인 정에 이끌려 스스로 수청을 마다지 않는 나약한 모습으로 그려진 것도 아쉬움을 더해 준 장면이기도 하다. 원작자가 계급보다 인간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발표해왔다고 하니 원작의 의도를 잘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분명 황진이의 본래의 삶은 한 남자에 매달린 사랑보다는 남성들의 허위의식을 벗겨내는 일과 개인의 자유에 더 가치를 두었을 것 같다. 때문에 철저하게 남자들의 위선을 희롱하거나 남자들과 당당히 시적, 지적인 능력을 겨루며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은 진정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캐릭터로 그려지지 못한 황진이에 대한 2%의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 것이다.

인간적인 사랑과 신분의 변혁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황진이의 선구자적 페미니스트로서의 카리스마를 살릴 수 있었다면 아낌없이 박수를 쳐 주며 관람을 했을 터이니 말이다.

어쨌거나 황진이가 자신을 포함하여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고 명명했던 서화담조차 황진이를 그리워하는 아래와 같은 시조를 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당대 황진이와 대면한 남자치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자는 없었을 것이다.

서화담이 황진이의 정신과 마음을 사랑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이 어린 후니 / 서경덕(서화담)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해설)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
구름 짙은 깊은 산속에 어느 님이 오겠는가마는
떨어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이인가 하노라.



2007-06-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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