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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6.29 15:13

궂은 비 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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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 날 들불처럼 가슴에 왔습니다.
모친에게 살아생전 옷한벌 못해드리고 베옷 한 벌 입히어 땅으로 보낸 그해 겨울 가슴에 맺힌 상처를 보듬고 고국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어쩌면 운명의 여신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운명이었고 저주 였습니다.
피지 못할 꽃이라면 피지 말아야 하고
맺지 못할 사랑이라면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떠나기 일주일 전 영등포 역전앞, 어느 호프집에서 지금은 고인이된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합석을 하게 되면서 만난 그녀는 구남매의 장녀였고 윤선도가 은거하였던 보길도 옆에 있는 섬에서 서울로 올라온 섬처녀 였다.
유난히 나의 이야기에 웃어주고 깔깔거리던 그녀를 집에다 대려다 준다고 하였더니 흔쾌히 동의 하였다.

헤어짐이 아쉬어 이별이 서러워 그리도 목매였었다.
난 그녀를 오래된 연인처럼 주위에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고 소개 하고 집에도 알리었다.


떠난다고 간 김포공항에서 앵커리지 상공의 화산 폭발로 다시 일주일로 연기 되었을 때 어쩌면 그것이 떠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되돌아본다.
그 때 어쩌면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떠나야 할 길을 알기에 난 리비아의 트리폴리 공항으로 겨울의 잠바를 걸치고 떠났다.
그날 저녁 트리폴리 숙소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얼마나 목이 매이고 남은 세월이 감옥처럼 다가왔다.

유일한 낙은 하루에 한통의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어떤 날은 석장.어떤 날은 한 장.어떤 날은 두장....그렇게 편지를 보내면서 그 편지가 매일 그녀에게 배달되지 않는것도 알고 있었다.

그 편지는 일주일 정기항공으로 떠나기에 그녀는 그 일주일의 편지를 한꺼번에 받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편지를 썼다.

일요일 뱅가지 시내로의 외출은 특별한 볼일이 없는 나로서는 전화국으로가 그녀에게 국제전화 거는 것이 유일한 나의 소일 이었다.
가지고 온 오백불을 전화 통화비로 다 쓰고 다시 송금 받은 오백불도 전화 통화비로 사용 하며서 그녀와의 단절의 벽을 넘어서고자 하였고 곧 돌아갈 땅에서의 재회에 가슴 뛰었다.

돌아갈 날 넉 달을 남기고 그녀에게서 편지가 두절 되었다.
물론 전화 통화도 되지를 않았다.
그리고 온 한통의 편지는 이제는 이별을 고하는 편지였다.

그날 저녁 모두가 잠든 캠프앞 올리브 나무 앞에서 울며 울며 그녀의 사진.편지를 불태웠다.
지금 상태로 돌아간다면 그녀에 대한 분노로 그녀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를 사랑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녀를 잊을 때 까지 더 리비아에 있기로 하였다.
그랬다.
난 그녀를 만나지 말았어야 하였다.

난 어머니를 보내고 떠나올 때 두가지를 버리었다.
현장에서 사용하던 공구를 버리면서 내가 더 이상 이 고국에 돌아와서는 벤치 도라이버를 잡고서 일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하나의 다짐이었고,

두 번째 다짐은 이여자가 아니면 세상을 살아가지 않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가지고 사랑 하였다.

그런 내가 돌아간다면 난 분명히 난 그녀를 죽이고 나도 죽을 것이 분명 하였다.
하지만,난 나를 사랑 하기로 하였다.
내가 누구를 죽일 수도 내가 죽을 수 도 없다고 생각 하면서 그녀를 잊을 때 까지 돌아가지 않기로 하였다.
애초에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삼년 정도 리비아에서 근무하여 목돈을 장만 할 생각 이었는데 그녀 때문에 일 년 만에 귀국 할 생각을 하였는데 이제는 처음으로 돌아가 연장근무를 신청 하였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내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캠프에서 일어난 노동폭동(?)의 주모자가 되어서 본의 아닌 귀국을 일년 사개월 만에 하게 되었다.
본국에서는 한 줄의 기사도 안나온 사건이지만,노동참사관이 나오고 국정원이 나오고 험한 일이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라서니
“오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사랑 ~~목~련~화~야....가 아련하게 울리고 있었다.

중동의 금주의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자마자 달라고 하여서 마신 하이네켄의 맥주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노동폭동의 참가자들과 동행한 귀국길 기내에서 우리는 만취 하였다.
어쩌면 김포 공항에 사법경찰이 구속영장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었기에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부다비에서 산 시바스를 입에다 부으며 돌아온 귀국길이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 였다.
난 신촌역에서 기다리고 그녀는 이대역에서 기다리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서 단숨에 달려가 만난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그날이 그녀를 만난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아침에 비가 내린다.
십분이면 걸어갈 출근길을 어제의 숙취로 지각이 걱정되어 차를 몰고 나선다.
차에서 나오는 음악
"J 난 너를 못잊어...J 난 너를 못잊어....“
그녀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까?
그녀도 나처럼 늙어갈까?
비 오는 날 갑자기 그녀가 생각나는 것은 새로운 겁을 만들고자 함도 아니고 단지 궁금하다...
그녀는 어떻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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