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어디 갔지……귀신이 곡 하겠네……’
아침부터 온 부엌을 홀딱 뒤집으며 압력밥솥을 찾기 시작한지 벌써 한 시간째다.
치매에 가까운 건망증이 있는 나는 항상 물건을 놓는 장소가 지정돼 있어 그마나 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압력밥솥은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어야했다.
그런데 지정된 장소에 있어야 할 압력밥솥이 보이지 않아 온 집안을 이 잡듯 헤집고 찾고 있었던 것이다.
‘도둑이 들어 압력밥솥만 들고 간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꼭 밥솥이 필요한 도둑인가……’
전기밥솥으로 한 밥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압력밥솥을 찾다, 찾다, 지쳐 기진맥진해 그만 찾는 것을 포기하고 아침밥을 빵으로 대신했다.
하루 종일 밥 대신 빵이나 군것질로 식사를 대신 한 나는 저녁에 남자친구 면회를 갔다 오는 딸을 맞았다.
그런데 딸년 손에 내가 그렇게 오매불망 찾았던 압력밥솥이 달랑달랑 들려있는 것 아닌가.
배신감과 어이없음에 나는 한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밥솥은 왜 가지고 갔었니?”
딸은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하게 얘기한다.
“응, 그 애, 따뜻한 밥 해 먹으려고.”
“네 남자친구 뜨뜻한 밥 해먹이려고 어미 밥솥을 들고튀었니?”
“집에 전기밥솥 있잖아.”
“엄마가 전기밥솥에 한 밥 안 먹는 거 몰라?”
“그럼 냄비에다 하면 되지.”
“엄마가 압력밥솥에 한 밥, 좋아하는 것 알면서, 그렇게 뜨듯한 밥을 해 먹이고 싶으면 네가 냄비를 가져가지 그랬니?”
“냄비는 금방 밥이 안 된단 말이야. 국방을 위해 수고하는 군인을 위해 엄마가 한 번은
참아주면 안 돼?”
고생하는 군인에게 정신교육까지 단단히 받은 딸이다.
“그래, 국방을 위해 고생하는 군인을 위해 어미 밥솥까지 들고튀어 면회 다녀오느라 고생했다. 왜, 고생하는 군인을 위해 이 집도 떠메고 가지 그랬니?”
“응, 그러려고 했는데 그 건 떠메 지지가 않더라고, 에이, 엄마, 그러지 말고 자주국방을 위해 애쓰는 군인을 위해 고통분담을 분담해야지, 그러니 하루 정도 봐줘.”
나는 어이가 없어 물끄러미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년이 내 딸 맞나, 내가 도둑년을 키우지, 자식 믿고 살 것 아니구나…… 사랑을 위해서는 자명고도 찢는다더니…… 넋 나간 년 같으니……’

  1. 사람취급 못받는 사람들

    Date2005.02.21 By솔바람
    Read More
  2. 사람이 소중하다.

    Date2003.07.11 By연꽃
    Read More
  3. 사람을 부르는 숲

    Date2003.02.24 By전혜련
    Read More
  4. 사람에게 밥벌이는 무엇인가 ?(더마클게시판올린글)

    Date2008.06.25 By송계수
    Read More
  5. 사람에게 밥벌이는 무엇인가 ?

    Date2008.07.22 By송계수
    Read More
  6. 사라진 이상향, 접을 수 없었던 이상국의 꿈

    Date2007.04.24 By이명옥
    Read More
  7. 사라진 딸과 압력밥솥

    Date2007.07.11 By박명아
    Read More
  8. 사라진 낙엽들

    Date2012.01.05 By둔촌
    Read More
  9. 사라지는 목욕탕 풍경

    Date2004.03.23 By소나기처럼
    Read More
  10. 사기꾼 공화국 만드는 핸드폰 대리점 (펌)

    Date2009.12.23 By이해영
    Read More
  11. 뿌리의 노고를 기억하는 가을나무에게

    Date2006.09.08 By신현원
    Read More
  12. 뿌리

    Date2004.02.19 By신복희
    Read More
  13. 뾰쪽부리 요술 주머니

    Date2008.09.18 By이재순
    Read More
  14. 뼈아픈 소회

    Date2004.07.29 By장경태
    Read More
  15. 빵집

    Date2009.09.20 By문득
    Read More
  16. 빨간내복

    Date2007.02.20 By김성숙
    Read More
  17. 빛바랜 설욕전 - 발발이 열린모임 후기(10월 16일)

    Date2004.10.18 By한상민
    Read More
  18. 빛고을 광주에서...

    Date2005.09.02 By이상원
    Read More
  19. 빈주먹 아우님, 남우(원직)나무님 죄송합니다

    Date2007.01.11 By박 명아
    Read More
  20. 빈 자리를 채워간다는 것..

    Date2003.06.21 By레인메이커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