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서울로 가는 전봉준

by 유천 posted Aug 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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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로 가는 전봉준

                          유  천


이보게 봉준이
2034년의 날선 거리를 슬프다거나
섭섭타 말하지 말게
십수 년 전에는 태지와도 놀지 않았잖은가
민중의 환호성은 이제
IP를 타고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니
사발통문의 숨가쁜 발놀림은 그만두게
지금부터
체도 만나고 킹과도 악수하고
은크루마와 호치민도 불러야지
호반의 까페에서 자네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 되는 거야

갑오년 그 해, 동학.농민 팔지는 않았는데...

한.미 FTA 타결
국회 비준만을 남겨놓았다지
동아시아 공동체 발상은 어디가고
북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연결되는,
그걸 모르겠네
제국의 꿈은 자본주의에서 영글고
신자유주의의 만개는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일터
제 2의 강화도조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걸
나는 모르겠네
사람까지 상품이 된지는 이미 오래
지금, 이념과 신념은 분산되어 있고
진정
대지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도 없어
죽창은 꽃잎과 촛불로 바뀌고
그것은 다시
두 눈과 모니터, 다섯 손가락으로 변해버렸지
그러니 백산으로 다시 들어가지는 말게
삶과 죽음, 동학과 농민
이제 그곳엔 없네

말목장터 감나무 아래 아직도 서있는...

그해 서울로 짓쳐 올라가던 농민군을
따르지 못하고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며
말목장터 감나무 아래서
길을 가리켜주던
갑오년의 전설을 기억해야 하느니
두툼한 입술
짙게 패인 이마
알이 밴 장단지
죽창을 한데 모으고
추운 겨울, 바지는 무릎팍까지 걷어 올린
굳센 발을 땅에 딛고 우람하게 서있는
저 농부를 불러와야 하느니
그래, 앙상한 나뭇가지는
꽃으로 피어나리라
모란으로 피어나리라

녹두꽃, 불사녹두도(不死綠豆圖)

죽창을 겨드랑이에 끼고 죽은
지아비의 시신을 앞에 두고
돌아서지 않으며 돌아서지 않으며
처연히 응시하는
아이 업은 아낙에게서
그래도 녹두잎은 희망이리라
봉두난발 녹두장군이
포효하는 조선호랑이 등을 타고
남녘 땅 북녘 땅을 휘저으며
가는 곳마다는 쇠붙이를 녹이고 벽을 허물어
금기는 녹고 상흔은 사라져
기상과 웅혼
백두에서 한라까지 모두 다 온전하리라

그러니 봉준이
갑오년 겨울, 혹독하게 춥던
우금치의 날선 고개를 슬프다거나
섭섭타는 말
하지 말게
피노리에서의 매서운 눈빛을
한 장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겨준 그대는 정말 영웅이었으니
슬프다거나 섭섭타는 말
하지 말게
떨쳐 일어나는 날
파랑새 되어 훨훨 날아다닐 것이니
함성과 행진으로 다시 한번 물결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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