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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10.19 11:10

정말, 가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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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녁 전철에서 내렸다.
친구 문병 간다면서 내 손은 빈 손이었다.
사들고 가본 들, 반겨 마셔줄 사람이 아닌 까닭이다.
개울 위 다리를 건너 간다. 아픈 사람들은 그곳 다리 건너에 있고,
그래도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성한 사람들이다.
다리를 건너, 올라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
친구는 거의 인사불성(人事不省)이었다.
그래도 '어이, 나 누구여!' 친구가 나를 힘없이 바라본다.
반갑다는 말은 못하고, 내 손만 더듬어 잡는다.

얼마 전까지 자기 몸은 그렇게 아프면서도,
우리들 만나면 예의 씩 웃는 웃음을 입가에 올려 놓는 그였다.
이제 웃을 기력마저 없어진 것이다. 숨쉬는 것 마저 힘들어 했다.
친구는 무엇인가 애써 말하려 했지만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는 힘 하나 안 들이고 웃으며, 내 손을 아프게 쥐어었다.
이제 그 굵은 손가락으로 내 손을 힙없이 잡았다.
고등학교 때, 몸 좋은 씨름 선수, 그 달다는 '왕방울 사탕'
어릴적 친구 넷이서 서로 나눠 먹었다던 이야기도 생각 났다.
갑자기 마음이 울컥한다.
공연히 눈물이나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늘, 잘 지낼 것 같은 친구가 그처럼 아픔을 호소해도,
나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친구가 그토록 아파하고, 친구 안사람은 애를 태우건만,
창밖 바로 건너, 강물이 거기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강물은 참 무심하게 흐르고 있었다.
따지고보면 산다는 것도, 죽는다는 것도, 다만 시간의 차이일 뿐,
그 시간이라는 것도 흐르는 강물에서 처럼, 그저 앞서거니 뒤서거니,
앞서 간 강물이나, 뒤따라 가는 강물이나 모두가 강물이긴 매한가지 아니던가?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
그래도 친구처럼 지금껏 살아오면서 모르면 몰라도,
좋은 사람, 착한 사람, 누구하나 서운했다 소리 안 듣고 살아 왔을 터,
그렇게 착한 일로 덕을 쌓아, 어쩌면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하고 미리 살기 좋은 하늘나라로 데려가고,
이제껏 남 못할 일 많이하고, 착한 일은 눈 씻고 봐도 해본 일이 없는 터라,
'너는 멀었다. 이 놈아! 앞으로 착한 일 많이 해야 데려 간다' ,
미운 놈 떡하나 더 준다고, 불쌍한 목숨 더 살려두고 보는 것이라 여긴다.
여보게, 친구!, 둘이서 알콩달콩 집안 살림 그 만큼 이루었고,
아들 장가도 보내고, 그만하면 친구는 할 일 다했네!

아쉬울 게 무언가, 우리도 저 강물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친구 뒤따라 갈 것이니 너무 서러워 마시게.
우리네는 이 세상에 남겨져, 친구 자네처럼 좋은 일 하려면 아직 멀었다 하잖는가,
우리 남은 사람들, 걱정일랑 말고, 부디 편안한 하늘 나라 잘 가시게 !

남은 친구들, 자네 없다 핑게하고, 자기 몸 생각은 안 하고,
맨날 술 퍼 마실까 그것이 걱정이네.

좋은 친구! 그런다고 정말 가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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