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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5 19:06

이학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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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씨의 칼럼 제목이다.

일정 지면을 할애 받고 신문에 정기적인 칼럼을 쓰는 지식인이라면,
그리고 그가 삼성 비자금에 대한 폭로를 접하였다면
최소한 국민들에게 이 정도라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게 그 사회와 시민들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왕성하게 발언하고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논쟁도 서슴치 않는,
'동원정치 보다 개혁·진보 진영 성찰 우선하라'라며
진보와 개혁 세력에 대한 쓴소리와 고언을 아끼지 않던,
강준만 같은 이가 왜 삼성과 같은 이런 엄청난 문제에 대해선
그 날렵하고 순발력있는 필력과 성실성을 발휘하지 않는지,
일언반구도 없는지, 몹시 궁금해지곤 한다.

어쨌거나, 이 칼럼, 정말 좋은 칼럼이라 생각해서
옮겨본다.

   *              *               *               *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이 삼성의 내부 고발자가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삼성의 순기능이 있지만 역기능은 임계점에 다다랐다. 삼성 스스로 자정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를 공론화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한 기자는 김 변호사의 내부고발은 결국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구조본(현 전략기획실)의 불법 행위와 이중 행보가 한계점에 온 사건이라고 진단한다.
흔히 삼성의 힘은 이건희 회장, 전략기획실, 계열사 사장단의 삼각편대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은 삼각편대의 두 축을 장악한 인물이다. 삼성의 2인자로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실력자다. 이 부회장의 독립적인 막강 파워에 관한 내용을 기사화하다가 <시사저널> 사태가 촉발되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간단치 않다. 이제 ‘이학수’라는 이름은 단순히 한 대기업의 전문경영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직전 김 변호사에게 보낸 이 부회장의 문자메시지에는 은연중 그의 절대적 위상이 드러난다. ‘이학수 실장입니다’로 시작된 문자메시지는 ‘김 변호사가 마음만 먹으면 나와 만나서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마음만 먹으면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의 힘이 경제 영역을 넘어 정치, 사회, 이데올로기 분야로까지 넓어졌다는 평가를 고려하면 확실히 그렇다.

김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해 국가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수건돌리기를 하고 있고, 언론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막대한 비중을 반영하듯 언론은 흉내만 내는 알리바이 보도를 일삼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삼성 쪽에서 의기양양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내부 고발자의 사생활을 들먹이며 공세를 취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안기부 엑스파일 등을 통해 이학수 부회장의 은밀한 육성을 이미 들은 바 있는 일반인으로서는 회사의 결백을 주장하는 현직 삼성 법무실장의 결기에 찬 사직의 변도 비장미를 콘셉트로 한 개그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시사인>의 최근 조사 결과, 이번 사건에서 삼성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는 의견은 18%에 불과하고 58.1%의 응답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끈 1등 공신이라는 이학수 부회장이 어째서 이런 사실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비전략적 행태를 보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경영인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매출 140조원 규모의 모든 전략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삼성의 총사령관 이학수답지 않다.

나는 이학수 정도의 인물이라면 삼성의 역기능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세간의 걱정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여 이건희 회장과 함께 그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93년 혁명적으로 시작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은 삼성 내부의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한 후쿠다 보고서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삼성은 모든 것을 바꾸었고 오늘의 글로벌기업 삼성이 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의 삼성은 더는 ‘후쿠다 보고서’가 존재할 수 없는 조직처럼 느껴진다.

삼성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임계점을 넘은 삼성 내부의 문제를 통렬하게 인식할 수 있는 내부인이 필요하다. 역설적이지만 지금 삼성 내부에서 그런 힘과 지략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00년 후에도 굴러갈 삼성시스템을 만드는 게 꿈이라는 이학수 부회장의 소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삼성에는 ‘이학수 보고서’가 필요하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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