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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애썼다. 마치 징용나갔다가 끌려나갔다가 살아돌아와 넋이 완전히 나간 너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렇게 겉늙어버렸구나. 도무지 젊음의 기백과 삶에 대한 정열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너의 "파삭"곪아버린 얼굴을 보며 나는 자꾸 "미쳤어, 미쳤어"라는 독백외에는 할 말이 없다.







부모들, 이 시대부모들도 미친짓이지. 더 중요한건 자기들이 얼마나 미친짓을 해왔고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것이지!!!!





어느 시대이건 전 세대들이 '가치'라는 걸 그 다음세대에 심어줘야 하는데, 그 '부모세대'들의 가치라는게 너도 알다시피 얼마나 통속적이고 속물적이더냐. 고작 너희들이 '대학'-까놓고 말해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 외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가치'난쟁이들 아니더냐? 그래서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기 힘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보다는 '새벽'에 나간 아이가 '새벽'에 돌아오면 간식해멕이고, 눈치보며(?) <엄마곁>에 와 자빠지고 지 혼자 벼슬한듯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짓을 용납하지 않더냐.





생각해보면, 이들 부모의 가치란 고작 '돈'으로 환산되는것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무가치한 '가치'. 천박 그 자체더라. 물론 불쌍하지. 그 부모들, '피난민'<부모>를 두어 늘 생존에 전전긍긍한 자들이었고 그들에게 배운건 '박정희'식 불도져 밀어붙이기의 깡패가치. 그래서 남들 200년에 걸쳐 이룩한 자본주의를 30년 남짓 해치웠으니 도대체 그들 두뇌가 두뇌겠느냐. 그들 마음이란게 사람 마음이겠느냐. 현기증에 늘 시달리고 구토에 시달려 눈이 뻘건 그들은 그렇게 뿐이 사랑하지 못하지. 물론 그건 또한 사회복지가 열악해 '노후'대비 투자로서의 의미도 있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여튼, 미친듯 자빠져 자다가도 2번, 3번을 외치면서, 초등학교 부터 12년간 그날만을 위해 살아온듯한 비장한 태도로 시험장을 향하는 널 보면서 나는 그냥 뺨따구를 한대 때려 너를 정신차려주게 하고 싶었다. 불교에서 어떤 선사가 깨달음에 대해 묻자 한방 날리듯.



정신차려.



정신차려.



정신차려.





미친짓 하지마.





그렇지. 미친짓이지. 삶은 카페르디엠, 이미 오래전 문구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넌 12년을 단 한가지, '진학'이라는 목표로 수렴해버리냐.



그렇다면 너와 12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의 우정들,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놀이들, 수많은 선생들과 교과서들, 삐짐과 웃음들, 중학교때 땡땡이 치며 함께 은밀히 음모했던 즐거움들, 텍스트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던 배움들. 그 모든 우정과 앎을 하나로 수렴해?



그건 미친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렇게 여기는구나.





대학이란  이미 서태지가 십여년전에 간파했듯, "근엄한 모습"버린지 오래야.



다 알아.

이건희에게 박사학위주고, 돈있는놈 편입학 시키고, 교수위해 '학교'존재하면서 가르치는거라고는 별다른게 없는.





글러벌시대라고 하지? 그래. 글러벌시대는 말하고 있어.

한국대학, "깜냥"도 안되는거라고.



글러벌 시대, 신자유주의시대, 이미 너희들이 갈길, 88만원 세대라고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 무슨 사기야?







한번 물어봐봐.

지금 너가 해야 할 일은 원서사서, 진학지도선생이라는 깡패의 '자문' 혹은 인터넷에서 돈받고 그어주는 컷라인에 참조하여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니 삶을 다시 스스로 줄세우기 해야 하는게 아니야.



당장, 근처 대학 도서관에 가봐. 그리고 한번 선배들이 무슨 짓 하나 봐봐.

공무원시험준비하지? 토익텝스 공부하지?



그건 '학벌'이 필요한게 아냐. 너가 몇천만원씩 날리며, '대학'에 들어가 봤자, 신자유주의시대에 너가 정해진길은 <88만원>세대 혹은 안정적인 평균소득이 존재하는 공무원수험생이 되는길이 가장 확률높은 길이야.



영리한 너희는 아마, 훈련되어 일찍 눈치까고 대학 1학년때부터 '학점'따고, '영어'따로, '공무원'준비마저 하는 아이들이 있겠지? 그러나 그건 영리한게 아냐. 바보지.



왜 대학가니,



이 질문없으면 다 바보짓이다.







자. 이젠 해방이라고, 4가지없이 함부로 날뛰며 돌아다니지 말았으면 좋겠어. 가장 극악한 억압에 시달리던자들이 해방이 되면 그 본성을 가장 폭력적으로 드러내며 행동한다고 하더군. 좀 자제하지.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가했던 부모*사회의 폭력의 상처를 좀 돌아보지? 조용히 말이야.





물론, 한심한 일이지. 세상 순수란 순수, 다 혼자 간직한듯한 초등교사이자 '시인'은 너희들을 향해 시험 다음날 바로 아부의 노래를 내갈기고, 그 소음을 가장 진보적이란 매체-한겨레신문에서 떠억하나 그어댔더군. 그러니 조중동 같은 노련한 '인간자본양성소'매체는 너희를 어떻게 대하겠니? 너희들이 얼마나 이쁜 '고객'이었으면 매일같이 최대한 친절 떨면서 그렇게 간사한 아부를?



도대체 이 아부엔 좌도 우도  위도 아래도 없는게 특징이지만.



하지만, 그 친절, 어른들의 친절에 홀려넘어가지 마라.





세상, 공짜는 없어. 그 친절로 홀려놓고 결국 너희 인생이 전국 몇십만등인지 알려주어 삶을 최초로 '실존'의 지반위에 서게하니.



지방사립대-지방국립대-서울사립대-서울명문사립대-서울대...하지만, 그 안에서도 늘 외로움을 조장하는 구조가 있지. 늘 자기를 소외시키고 늘 자기를 위축시키는 구조. 듣기로, 서울대 안에서도 법대, 의대말고는 애들이 더 쫄아서 산다더라. 자기를 미워하며.





그 '실존'지반에 너, 서게 만들려고, 빨가벗게 하려고 지금 그 지롤들을 하는거란거. 제발 너희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길.



이젠 다르게 살고 다르게 생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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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애썼다. 마치 전쟁터에서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든 것 같은 너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네 얼굴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구나. 깊이 잠든 네 얼굴을 보며, 나는 자꾸자꾸 “애썼다, 애썼어”라는 말밖에 잘 나오지 않는구나.

가위눌린 새벽 엄마 곁으로 와 잠이 들고, 꿈에서도 시험을 보는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2번, 3번을 외치던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어찌 그런 일뿐이겠느냐. 중학교 때부터 6년,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12년은 참으로 숨가쁘고 초조하게 달려온 긴 시간이었다. 네 마음이야 오죽 속이 탔겠느냐마는 너를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늘 숯처럼 까맣게 탔다. 무슨 말도 너에게 가 닿지 않는 줄을 알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우리는 너의 눈치를 살피고 너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고, 닦달했다. 이제 잠시나마 한숨을 놓아라. 다 잊고 푹 자거라.

그리고 털고 일어나 너도 몰래 어느덧 와 있는 11월의 거리도 천천히 걸어 보아라. 은행잎이 노랗게 지고 있는 거리도 걸어 보고, 상가의 불빛과 거리의 사람들도 눈여겨보아라. 멀리 보이는 산도 멀리 바라보고, 가까이에 있는 나무들도 한참씩 바라보아라. 그러다가 책방에도 들러 이런저런 책도 구경하고, 옷가게에 들러 ‘아! 나도 이제 숙녀로구나’ 하며 더 성숙한 몸과 마음을 생각하며 이 옷 저 옷도 들춰 보거라.

나는 권한다. 하루, 이틀만이라도 홀로 그렇게 지냈으면 한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훌쩍 자라버린 자기 자신을 한번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이제 영화도 보고, 그림도 보러 나가고, 가벼운 여행이라도 하루쯤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11월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겨울 초입의 산천은 참으로 아름답단다. 가까운 산사를 찾아도 좋고, 쓸쓸한 바닷가나 억새가 하얗게 나부끼는 강 언덕에서 지는 해를 홀로 바라보는 것도 좋으리라. 낯선 농촌 마을의 적막을 보는 것도 좋으리라. 아니면 그동안 명절 때도 찾아가 보지 못했던 시골 할머니 댁에 한 번 갔다 오는 것도 좋으리라. 오래오래 농사를 짓고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랑 눈을 맞추고 앉아 어릴 적 아버지의 이야기도 들으며 놀다가 하룻밤쯤 편히 자고 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식구들과도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식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져 보자. 우리가 언제 무릎을 맞대고 앉아 서로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며 너의 꿈과 인생에 대해서, 아버지의 하루와 어머니의 아침에 대해서, 동생의 친구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마음 풀어놓고 나누어 보았니? 텔레비전도 마음대로 틀어놓고 얼굴을 활짝 펴고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어 보자꾸나.

인생의 한 고개를 넘어온 세상의 아들딸들아! 인생은 참으로 길다. 이제 네 앞에는 네가 가꾸어 가야 할 광활한 미래의 땅이 꿈틀거리며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산도 밀어 버릴 싱싱한 어깨가 있고, 천리를 가도 좋을 씩씩한 다리와 바위라도 부술 힘이 솟는 두 주먹이 있다. 그 힘찬 몸과 마음을 오늘은 그냥 쉬게 놔두자.

김용택(시인·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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