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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11.17 22:52

도정기(道程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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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라고 해도 괜찮고 가야산 해인사라고 해도 어울리는데 합천 가야산하면 왠지 어색하지요.
이는 비단 가야산 뿐만 아니라 어느 굵직한 산이라면 모두 통용되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천 가야산이라고 한 것은 합천에 해인사가 있고 해인사에 가야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출가(出家)를 하면 행자 생활을 거쳐 사미계(沙彌戒)를 받게 됩니다. 현행 제도라면 그 후 기초교육기관에서 4년간 출가자로서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통상 현대교육기관과 전통교육기관으로 구분합니다.
현대교육기관으로는 동국대 불교대학과 중앙승가대학이 있고 전통교육기관으로는 큰절이면 대체로 갖추고 있는 강원(講院)이 있지요.
해인사에도 강원(講院)이 있어서 그 이름을 해인사승가대학(海印寺僧伽大學)이라고 부릅니다.
저도 사미계(沙彌戒)를 수지(受持)하고 이듬해인 1999년 봄에 해인사 강원(講院)에 입방(入房)하게 됩니다만 인연이 거기까지였는지 3개월만에 나오게 됐고 2000년도 동국대 경주캠퍼스 선학과(禪學科)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3개월간의 공부도 매우 소중한 것이어서 늘 경책(警策)의 시간으로 각인시키곤 합니다.
거기서 잠깐 같이 공부했던 스님을 해인사 경내 부근에서 만났습니다.
사시불공을 올리는 법고 소리를 뒤로 할 즈음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지요.
헤어지고 9년만에 처음 만나는 지라 무척 반가워 서로 얼싸안고 좋아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처지와 근황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잠시의 침묵 후 서로 갈길로 나서야 했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차 한잔 나누어 마실 만큼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스님은 저의 원력(願力)을 기억해 주었습니다.

   남북통일

지금은 출가자로서 이게 가당찮은 일 같기도 하고 아니면 좀 더 확고히 다져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어지지만 그때는 그게 전부 다였습니다.
혹시 그것으로 강원(講院) 생활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잖은가 스스로 점검도 합니다만 설사 그런 점이 있었다하더라도 그런 의도가 전체의 내용을 가로막을 만큼 심각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해인사와 예전의 도반(道伴)을 뒤로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애불을 보고싶었습니다.
강원(講院)의 학인(學人)스님들과 함께 뛰어오르며 보았던 마애불입상.
그런 다음 가야산에 오르고 싶었는데, 가야산 중턱에 오르기까지 마애불은 보이지 않았지요.
길을 애초에 잘못든 것입니다.
아니, 가야산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일부 등산로를 폐쇄하였으니 지금 이 길 밖에 따로 없었던 것이기도 하지요.
산 정상이 훤히 보이는 상왕봉 정상 1.4km 지점에 도착하여 안내판을 보았을 때 분명 마애불은 다른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곳을 찾아 해인사 가까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수고를 감수해야했지만 바람은 늘 시원했고 소나무는 저렇게 늠름했으며 마애불은 거기에 항상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가야산 정상을 둘러싸고 있는 저 바위.
점점 가까이 다가올 적마다 신비로움은 엄숙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드디어 상왕봉(象王峰)을 받치고 있는 바위 위에 올라섰습니다.
사방이 훤히 트였지요.
그곳을 내려와 지척이지만 가야산 중에서 가장 높은 칠불봉(七佛峰)에도 올라섰습니다.
칠불봉(七佛峰)에는 이에 얽힌 설화를 석판에 명문화(明文化)시켜놓았습니다만 저는 그 내용보다도 칠불통계(七佛通戒)의 게(偈)가 먼저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  

일곱 부처님(七佛)이 공통으로 가르치고 있는 게송으로,

    모든 악을 짓지말고
    선을 받들어 행하여
    스스로 그 뜻이 청정해지면
    그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라

내려올 때는 성주군 수륜면 백운동 계곡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바위와 함께 저녁해를 바라보는 모습은 그대로 장관이었고 만추(晩秋)의  만산홍엽(滿山紅葉)은 황홀경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백운동 계곡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비경(秘景)을 간직하고 있었지요.
다음날 저는 또 한 분의 스님을 만나야했습니다.
김천 직지사로 도반 스님은 저를 싣고 차를 몰았습니다.
이 스님은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만날 때마다 항상 화두(話頭)를 만들어 주시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화두를 들고 와야 했습니다.
스님이 물었습니다.
"대학원 박사 과정에다가 철학과 학부 수업? 왜이리 복잡해?"
제가 대답했습니다.
"대학원은 제가 필요해서 다니구요, 철학과는 앞으로 유용(有用)할 것 같아서요."
스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철학이 왜 유용(有用)하지?"
김천 직지사는 가끔 발걸음을 무겁게 하기도 합니다만 그 걸음에 무게를 달아주곤 합니다.
왜 나에게 철학이 유용(有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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