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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7 17:24

자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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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우리는 보통 '짜장면'해야 제 맛인데,
한글 맞춤법 통일안은 자장면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자장면을 먹어 본 것은 중학교 들어가서 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누가 자장면을 사준다고 하면 
성에 안차서 심드렁해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때는 나뿐만 아니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라도
'자장면'하면 큰 대접 받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 형과  함께 자취를 하고 있었다.
형은 고등학생이었고, 나는 중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 학생이었다.
내가 '그래도 그 때가 좋은 때였다'고 말을 하는데,
중학교 1학년 때가 그래도 좋은 때 였다는 생각을 한다.
그 때까지 우리 형제, 누나까지 남매가 함께  그래도 시내에서 자취를 했고,
다음해 누나가 학교를 졸업하고, 형은 대학으로 가고,
정겨웠던  자취생활은 그 때로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집에서 학교까지 줄곧 콩나물 시루 같은 시내 버스로 통학을 했다.
당시 용돈이라는 게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그때 그때 보내주는 한달 생활비,
그것도  최저(?)자취 생활비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형은 어느날 돈을 아끼고, 별러 나에게 자장면을 사주겠다고 했다.
아마 그 맛있는 자장면을 형은 무슨 돈이라도 해서
동생인 나에게 한번은 사줘야 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글에  자장면을 맨 처음 사 준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물음이 있고, 그 답은 '아버지' 였지만 나의 경우는 형이 되는 셈이다.
  내가 생각할 때, 공부를 잘했거나, 꼭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형은  어느 극장 옆에 있는 맛있다고 소문 난 중국집에 나를 데리고 갔다.
우리 나라에도 소개된 일본 동화 '우동 한 그릇'이란 이야기가 있는데,  
아마 그 시대, 어렵기는 우리들 형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형은 네 몫으로 한 그릇만 주문했고,
우리 둘 사이에는 자장면  한 그릇이 놓여졌다.
그리고 동생인 나보고 어서 먹으라고 했다.
내가 '형은.....?' 하고 물었을 것이고,
'나는 전에 많이 먹었다.' 아마 형은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야들야들, 반질반질한 면발 위에 거의 시커먼 자장이 덮혀져 있어,
먹어보기 전까지는 그 맛의 묘미를 알 수 없었다.
나무 젓가락으로 몇번을 뒤집어 자장이 면발에 고루 석이도록 한 다음,
딱 한 젓가락 입에 넣었을 때, 그 고소함,
그 맛을 어떻다고 지금도 정확하게 말이나 글로 표현 할 수가 없다.
그저 시커먼 자장, 생긴 것 같지 않게 참, 오묘한 맛이었다.
내가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을 때,
'그렇게 맛있냐?' 하고,
형은 내가 먹고있는 모습을 흐믓하며 내려다 봤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달게 먹었는지, 젓가락을 들기전에
'형은 ........?' 하고 한번 물어 본 다음,
나 먹는데만 정신이 팔려 지금 생각해봐도,
'형도 같이 먹어!' 하는 인사 치례나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


'자장면'
선생님이 강의 하시던 중,
옛날 복역중이던  일화를 가끔 들려주시곤 하는데,
엊그제 들은 이야기는 자장면 이야기였다.
겨울이 오고 해가 바뀌어, 새해를 맞게 될 때, 사무실에서는
아마 각종 서류 장부의 표지를 새롭게 쓰고, 바꾸는 일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 해도 역시 사무실 직원들이 표지 새로 써 바꾸는 일이 많아 몇이 남아서,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해야 했던 것 같다.
  선생님 붓글씨 잘 쓰시는 거야 '소(所)'안에 이미 다 아는 사실이었을 것이고,
새해를 앞두고 바쁜 어느날,  선생님은 붓글씨 잘 쓰시는 덕에 뽑혀,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표지 쓰는 작업을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밤이 늦었을 때,  누군가가  밤도 늦어 출출한데, 저녁인지 간식거리인지(?)
'자장면'을 시켜서 먹자고 제안했을 것이고, 전화로 주문
얼마후  사무실 책상 위에 김이 나는 자장면이 배달되어 왔을 것이다.
먼저 일어서 간 사람들이 있었고, 직원 한 사람과 선생님이 남아
아직 표지 쓰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저쪽에서 재촉하는 소리로 자꾸만,
'어이, 그만하고 빨리 와! 자장면 면발 퍼져!' 했을 것이다.
그때 선생님이 대답하는 말로
'하던 것,  마저 하고  금방 가지요!'
하고 대답했단다.
  그러자 사무실 분위기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한 기운이 확 끼쳐왔다고 한다.
사연인즉슨 자기들 사무실  직원 4 인분만 '자장면'을 시켰고,
선생님의 몫은 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눈치가 9 단이 선생님은 ' 아, 내가 말 실수 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떤 판단을 내릴 때는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그 때 다시 한번  했다고 한다.
지금은 웃으시면서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그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적어도 그들의 사고 속에는..... 자기들만 입이 있다고 여긴것 같다.
'자장면' 한 그릇으로 얼마나 희비(喜悲)가 엇갈렸을까?
 
 언제 맛이 좋다고 소문난 중국집에 선생님 모시고 가
그 때 못드신 '자장면'을  곱배기로 대접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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