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내려다 보며...

by 문상현 posted Dec 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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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마치고 창밖으로 Rookery의 앞마당을 내려다본다. 겨울을 맞이하느라 마당을 뒤덮은 노란 잎새들과 가지런히 정돈된 울타리와 사람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아 단정하게 정돈된 화단이 보였다. 한날은 정원에서 잡초를 뽑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뽑히는 식물과 뽑히지 않는 식물로 나뉘는 이 화단처럼 사람이 사는 세상도 사라져야 할 존재와 남아야 하는 존재가 나뉘어져 있을까?’ 물론 정원의 주인이 누구냐, 무엇이 정원의 주된 목적이냐가 필요와 불필요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정원에서는 잡초는 땅을 비옥하게 하는 훌륭한 비료가 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가진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쐐기풀(Nettle)조차 말이다.

그렇다면 가장 쉬운 예로 범죄를 저지른 인간, 그리하여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비난 받는 인간은 인간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할까?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럼 가장 범죄자가 많이 수용된 미국은 과연 그러한가? 나는 쉽게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누군가는 남고, 또 누군가는 사라져야하는 것인 세상의 이치라고 그저 체념할 수도 없었다.

한참을 멍하게 창밖을 내려다보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필요와 불필요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이 아닌가. 그 기준선을 설정하는 인간이 때론, 아니 대부분은 자신이 규정한 불필요한 존재보다 수십 배 아니 수백 배 해롭고, 또 잔인하지 않은가. 일례로 조지부시가 히틀러가 스탈린이 그랬던 것처럼. 또는 서구의 제국주의와 수많은 독재자 권력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 전세계 수용소의 범죄자들이 저지른 살인을 다 합하여도 그들이 저지른 용인된 살인의 숫자를 뛰어넘을 수는 없을 거다. 그렇다면 적어도 인간은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필요와 불필요의 규정에 체념하기보다 그 규정을 뛰어넘는 조화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야한다. 특정 존재, 또는 세력의 규정을 뛰어넘는 새로운 질서를 말이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아마존의 광활한 밀림과 태평양의 깊은 바다, 총천연색의 갈라파고스제도를 보며 우리 모두는 경탄을 금치 못한다. 인간의 기준과 인간의 구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자연의 것에 비하면 얼마나 하잘 것 없는지 깨닫게 되기에...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인간은 무성하게 자라서 타생물의 생장을
더디게 만드는 식물과 동물보다 수천배는 강력하고 또 잔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질서를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기엔 인간의 힘이 너무 강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답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싶더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인공의 정원보다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이 더 아름답고, 더 자연스럽다는 사실이었다. 갇혀진 인공의 공간에서는 무질서함과 혼돈이 제거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자연의 공간에서 그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원리가 되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바탕이 된다. 우리는 혼돈조차 하나의 질서로 보여 지는 그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인내와 긍정,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자연의 상태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은 진정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름 없는 무수한 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삶의 문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민주주의 말이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정원의 일을 마무리 하기 위해 다시 잡초뽑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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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내기 입니다. 이전부터 더불어 숲에 관심이 있었는데 어떻게 회원들을 만나고 고민을 나눌 수 있을지 몰라 가입이 늦어졌네요. ^^

2005년 양심적 병역거부고 1년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고, 지난 1월에 출소한 후 잠시 사회단체에서 일을 했습니다. 현재는 지친 심신에 에너지를 채워볼 마음으로 여행을 하고 있지요. 여기는 영국이고, 6개월이 조금 못되는 기간동안 영국에서 채류할 계획입니다.

위 글은 제가 머무르고 있는 곳에서 정원가꾸는 일을 하다 들었던 생각을 수필로 적어본 것입니다.  잡초를 뽑고 있는데 문득 수감생활을 하며 만났던 무수한 수감자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갔거든요. ^^

그럼 모두 건강하시고... 또 소식 전하다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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