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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12.15 07:32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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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수 선생님.
제가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 그 분의 뜻으로 말미암아 성장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의 뜻이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번 1학기 성적은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오는 것입니다.
반드시 2명 이상 함께 가야하는데 많을수록 좋습니다.
동행한 팀은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야 합니다.
천왕봉 정상에 있는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어 송부해 주세요.
만약 천왕봉까지 가지 못하면 지리산의 어느 최고 지점이나 보면 알 수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시면 됩니다.
그것으로 성적을 매깁니다.

층남 아산시 신창면에 소재한 순천향대학.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국어국문학과.
필수 과목으로 체육을 들어야 헀는데 당시 담당 교수님의 1학기 학점처리 방식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속가(俗家)는 행정구역상으로 신창면 읍내리를 지나 도고면을 지나면 보이는 예산읍 신례원리.
학교 버스 또는 직행버스로 통학을 하였는데 30분이 안되는 거리였습니다.
제가 살던 곳은 신례원에서 동쪽으로 다시 걸어 신뜸을 지나 용곡리를 벗하는 20여분 후면 닿는 갈울 마을.
큰 산이 두 개 있어 그 이름이 용골봉, 덕봉산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좌측으로는 관향산, 금오산이 이어지고 우측으로는 도고산이 이어지지요.
용골봉을 등에 지고 있었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일로 자주 오르내려야 했습니다.
시골이다보니 가축을 많이 먹였는데 거기에는 비육소 또는 일소가 있었어요.
아직도 일소의 역할이 남아 있었을 때이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쟁기질은 못했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하교(下校) 후 소먹이인 꼴을 베어 먹여야 했습니다.
논풀이나 들풀을 베어 먹여도 되었지만 저는 곧잘 산에 올라 산의 꼴을 베어왔습니다.
산에 오르기를 좋아해서이기도 했고 소가 산꼴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였지요.
산에 올라 한두시간 꼴을 베어 바지게에 올려놓고 나면 저 들판 너머 가야산 줄기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광경을 본 후 지게를 지고 내려오곤 했습니다.
가야산 줄기에 터를 잡고 살아가거나 들판에 사는 덕산, 고덕, 봉산, 신암, 합덕 사람들은 이곳이 해뜨는 곳이었겠지요.
용골봉과 짝을 이루던 덕봉산은 항상 마음 속으로만 담아두었습니다.
그러다가 1998년 1월 하순 강원도 오대산으로 출가하기 위해 집을 나오던 날 며칠 전 그 산을 다녀왔습니다.
어쨌든 스물한살까지의 산에 관한 저의 범주는 그 정도였습니다.
집 앞산만을 다녀온 정도였지요.
그러다가 2000미터 가까운, 남한 땅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을 다녀와야 한다는 것은 그때로선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1학기를 지나면서 가까워진 같은과 친구들 다섯명이 있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저희들 여섯명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지리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코스는 화엄사에서 노고단을 올라 산 능선을 따라 천왕봉에 오르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무척 힘들었습니다.
노고단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를 지냈을 때 낙오를 선언하는 한 친구의 말을 들어야했습니다.
"몸이 아파서 못가겠어."
난감했습니다. 친구가 힘이 들고 아파서 못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의견이 둘로 나뉘어졌습니다.
끝까지 가자는 쪽과 내려가자는 쪽.
한참을 옥신각신하다가 제가 중재안을 냈지요.
"가다가 정 힘이 들면 그쪽 어디쯤인가에서 하산하자."
끝까지 함께해야한다는 명제가 있었기에 그것이 그때로선 최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안이 끝까지 천왕봉까지 가게되는 요인이 되었지요.
물론 아픈 친구는 많이 고생스러웠습니다.
우리 여섯명은 천왕봉까지 올랐다가 청학동으로 내려와 6박 7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고 바로 사진을 송부했습니다.
학점도 잘 받았습니다.

다치거나 사고가 나면 상당한 책임이 따를 수 있을텐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젊은 학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분.
앞동산의 머무름에서 한순간, 웅장한 산의 크기를 알게 해주었던 분.
어려움 속에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격려하고 극복의 방법을 알게 해주었던 분.
그래서 저는 최기수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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