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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이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쓰게 되는구나.
이십여일 전 남산에서 가진 모임 때 아빠를 뵙고는 너의 이름 물어보았는데,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지현이라고 하셨던가.
기억이 안나.
미안하구나, 한결아.
이곳 <사진모음>에서 돌을 들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는 이십여년 전 여름의 기억으로 떠나게 되었단다.
지금은 다 커서 서른살을 훨씬 넘었거나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조카들이지만 그때는 중학생, 초등학생, 유치원생인 아이들이었지.
한결이가 지금 몇 살이지?
아마 가장 작은 아이도 한결이보단 조금 많았을 거야.
아이들 다섯명을 데리고 경상북도 봉화 청량산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단다.
딱히 어느 곳을 정해놓고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고 산과 강이 만나는 곳이면 좋겠다싶어 택하게 되었지.
짐은 무겁고 말도 잘 안듣고 온갖 수발을 다해줘야 했기에 많은 힘이 들었지만 내 스스로 원한 일이어서 참고 이겨나가야만 했단다.
그런데 소중한 일깨움이 있어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쓴다.
청량산에는 낙동강이 흐른단다.
청량산으로 접어들기 전, 낙동강가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묵은 다음날이었지.
느지감치 아침을 해먹고 나니까 아이들이 슬금슬금 강가로 들어가 물놀이를 하기 시작하더구나.
물이 참 맑았어.
강물 속이 훤히 보였거든.
나도 그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더구나.
한 발 한 발 강물 속으로 발을 담궜지.
그리곤 아이들과 함께 헤엄도 치며 물장구도 치고 놀기도 했지.
그런데 말야, 강바닥의 맨질맨질한 느낌이 너무 좋았어.
바닥에 놓여있는 그 무엇과  닿는 내 발의 느낌이 너무 좋았던거야.
손을 강물 속으로 넣어 그 무엇인가를 집어 들었단다.
바로,
돌이었지.
둥글둥글한 돌이었던 거야, 한결아.
둥글둥글한 돌이 내 발을 즐겁게 해주었던 것이고, 집어든 돌의 모습이 나의 눈과 마음을 기쁨으로 다가오게 한 것이야.
그런데 이 돌은 왜 둥글둥글할까?
잠시 후엔 이런 생각에 미치더구나.
그러더니, 그렇지.
둥글둥글한 것이 아니었지.
원래 이 돌은 모가 난 것이었어.
아득한(玄) 때는 모가 났던 것이 물(水)이라는 시간과 환경을 만나 다듬고 다듬기를 오래도록 하다가 여기에 이른 것이구나.
더구나 물은 제공자일 뿐 결국 같은 돌들과의 섞임과 부딪힘으로 원만함을 빚어내는것이로구나.
한결아.
그때의 기억으로 돌과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단다.
아름다운 돌은 꾸밈새로 쓰이지만 돌맹이는 일깨움으로 다가온단다.
아빠가 한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하시더구나.
아빠가 건네주는 너의 사진을 내가 얼른 받아들지 못했던 건
나에게 한가닥 불순한 마음이 들어서였으니 미안해 하지 말아라.
그것은 나의 미흡함이니 용서해 주기 바란다.
한결아.
항상 건강하고 밝게 생활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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