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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滄浪淸濁
滄浪之水淸兮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可以濯吾足(漁父辭)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어제 저녁은 텔레비젼 없는 데서 동네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천박해지는 세상 인심을 개탄하면서 신영복선생님 얘기가 화제가 되었고 그 중 창랑지수에 대한 말이 떠올랐다. 오늘 출근해서 동료들을 보니 모두가 침울해하고 말이 없다. 아침에 오면 의례 사무실 TV에 뉴스 나오는 것을 보는데 오늘은 꺼져있고 PC에 앉은 몇몇들은 한푼이라도 건지려고 열심히 연말정산 작성중이다. 나도 말없이 멀커머니 있기 뭐해서 PC를 켜고 더불어숲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다 몇년만에 글을 올리게 된다.
뭐라고 첫말을 꺼낼까?
'이제는 희망을 얘기할 때다!'
그러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라는 반발이 즉각 나올 것 같고...

그래서 고상하게 창랑의 물을 빗대어 말문을 열어본다.

어제 같이 얘기하던 동네 사람중 한 분이 동네 성당에 미사보러 갔는데 신부님이 그러시댄다.
"이번 대통령을 뽑을 때는 내 아파트값이니 재산이 얼마큼 늘거냐 계산하시지 마시고 정말 나라을 위할 사람이 누군가를 생각하고 생각하셔서 제발 뽑으세요." 했단다.  

지금은 확실히 창랑의 물이 탁한 시기이다.
그런데 누가 창랑의 물을 탓하리오?

굴원에게 어부가 창랑의 물을 빗대어 말한 뜻은 나는 이렇게 풀이한다.
"백성들은 세상이 험하면 인심 또한 험해지고, 세상이 편해지면 인심도 좋아진다. 그런 백성을 탓하면서 당신의 지켜온 가치관을 후회하지 말고 지조를 잘 지키셔. 그러면 나중에 세상이 편해지면 당신도 인정받을 기여."

언젠가 신선생님이 한국사회의 '식민지성'을 얘기하신 적이 있다.
"식민지성이 뭐냐?"고 물어보시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셨다.
"식민지성이란  두메산골 사는 사람이 읍에 사는 사람한테 기죽고 살고,  읍에 사는 사람은 중소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중소도시에 사는 사람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대도시사람은 서울사람에게, 서울사람은 뉴욕사람에게 기죽고 사는 거다."

한번 둘러 보자. 다들 그렇게 살지 않나 하고...

나는 인천에 사는데, 인천서 개업하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사장 등등 잘나가는 인사들은 집은 인천이 그나마 가까운 목동, 여의도 맨션에 있고, 아이들은  뉴욕의 사립학교 기숙사에 있다. 그리고 자기는 '기러기아빠'라고 연민에 빠지거나 요새 경제가 너무 안좋아 살기가 어렵다고 불만이 팽배하다.  
그보다 형편이 안좋은 대기업노동자들은 서울의 끄트머리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면서 한번의 청약당첨이 일생의 대박기회이고, 그 매매차익으로 아이들은 유사명문 학원 내지 좀더 싼 필리핀이니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자기 노후 설계는 거의 절망적이다. 한마디로 짝퉁인생이고 노동력 보존기간이 끝나면 폐기처분되며 이후에는 대인관계도 전무한 인생이다.  

40대 초반의 한 월급쟁이가 그런다.
"난 연봉이 한 5천 되는데 중학교 아들 과외비가 월 3백 들어가요.  마누라는 내가 참 무능하대요."

내가 사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재산이 통틀어 4천만원이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아이들은 실업계 고등학교라도 나와 취직이라도 해 제 밥벌이라도 했으면 하는 게 자식에 대한 큰바람이다. 그래서 재테크니 요새 광풍이 불고 있는 펀드니는 무슨 말인지 모르고  공짜나 싸게 가는 연극이나 공연 구경에 더 관심이 많다.  
있거나 잘 난 사람들의 천박함이나 후안무치한 비도덕성을 흉보고 우리는 그렇게 안사는게 다행이다라고 위로하면서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살지 말자며 쓸데없는 다짐까지 하면서 산다.

모두가 피라미드식 식민지적 계층구조에서 그 한단계 위를 밑의, 옆의 사람 밟고서라도 올라가고자 필사적일때 자포자기한 맨 밑바닥계층 말고 "난 그렇게 안 산다."라고 살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모두가 그러니 "믿을 놈 하나도 없고, 운동권 놈도 똑같고 처먹을 기회가 있으면 다 처먹더라."는 냉소가 퍼진다. 악순환적으로 변절하는 놈은 세태가 그렇다고 창랑의 물을 탓한다.

인천에 노동운동 선배 세분이 올해 환갑을 맞았다.
회갑연은 뭐하고 그래서 한 분은 당신이 속한 실업극복운동본부 지부 사무실 마련 일일 주점을 하셨다. 환갑을 맞은 세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자.
그 일일 주점에서 한 선배와 자리를 같이 앉게 되었다.  그분은 65세인데 인천에서 유명한 정형외과의사시다. 우리 처도 처녀시절에 그 의원에 진료받으러 간 적이 있댄다. 그 분은 인천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 30년전 기독병원 과장으로 와  5년을 근무하신후 낙후된 지역을 차마 떠날 수가 없어서  눌러앉게 되고 주안에서 25년간 병원이 변한 것 거의 없이 그 자리서 버티고 계시다. 그 정형외과는 지역의 터줏대감이 되서 택시기사니 동네사람들은 다 안다. 그 분정도의 실력이나 학력이면 유명세로 이미 종합병원 쯤은 차렸어야 했고, 이미 그런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 병원에는  엑스레이도 없어서 딴 방사선과에서 찍어와야 된단다. 그분 지론은 그렇다. "그런 기계 자꾸 사다 놓으면 본전 뽑으려 환자한테 없는 검사 시키게 된다."

그래서 내가 물어봤다.
"그래도 동창들이 왜 그렇게 없는 티 내면서 사냐고 뭐라 그러지 않아요?"
그분이 답변하시길
"그래서 내가 서울에 동창들 보러 안 가요. 나를 비난해요. 너 잘난척 하지 말라고."
그러다 한마디 덧붙인신다.
"난 그래도 내 자식들 인천서 학교 보내고 인천서 다 키웠어요. 서울에는 학원 한번 안 보냈어요."

지금도 인천서 서울로 학원과외  다니는 학생들 참  많다. 그 아이나 부모들은 능력없어 목동이나 대치동에 못사는 것을  한탄하면서 자식을 위해, 강남진입을 위해 그 부모는 무슨 짓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있다.  강남의 아파트 시세는 이런 부모들이 떠받쳐준다!!!

나는 창랑의 물을 탓하려 하지 않는다.
갓끈을 씻기 위해 창랑의 물이 깨끗해지기를 기다리고자 한다. 그 때까지 갓을 버리거나 갓끈을  더러운 물에 씻지는 않을 거다.
소수라도 그렇게 버티고 살아오신 선배들도 있지 않은가!
그런 분들이 신선생님이 말하신 우리 사회에 신뢰집단을 만드는 씨앗이 될 것이다.
의지가 약하다면 그런 사람끼리 뭉치고 살아야 한다. 더불어숲이 그런 자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30년 전보다 더 조건이 좋은 게 아니가?

바로 내가 사는 곳에서 없는 사람끼리 있는 사람 흉보면서 우리는 그렇게 살지 말자며 서로 위안하고 다짐하며 살자. 이미 앞서간 선배들도 있다. 우리 한점의 흔들림없이 따라가면 된다. 그게 바로 근거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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