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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8.01.02 04:51

무자년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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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갈비뼈에 금이 갔다.
무자년 새해를 나는 가슴에 금이 간 갈비뼈를 안고 맞았다.
부끄럽지만 또 스키 타다 금이 갔다.
이번에는 스노우 보드를 타던 고딩 녀석과 부딪쳤다.
“괜찮으세요?”
쓰러져 웅크린 나에게 묻는 녀석에게 필사적으로 나는 악을 썼다.
“악!!!!!!! 악!!!!!!!!!!!!
도대체 왜 그래!!!!!!! 왜들 나에게 이래!!!!!!!!! 왜 나만 와서 치는 거야!!!!!!!”
“괜찮으세요?”
“네가 보기에 괜찮은 것 같니? 빨리 패트롤 불러!!!!!!!!”
“네, 네,”
녀석은 당황했다. 가만히 보니 어린 녀석이다.
“너 몇 살이야?”
쓰러진 채 물었다.
“이제 고 3올라가요.”
“그럼 집에서 얌전히 공부나 하고 있지!”
“고 3이 되면 보드 타게 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왔어요.”
겁먹은 눈동자가 맑다. 장갑도 끼지 못하고 손을 맨 손으로 눈을 집고 엎드려 나를 들여다보며 괜찮냐, 물으며 벌벌 떨고 있다.
“장갑 끼어! 동상 걸려! 고글도 써! 추운데 그러고 보드를 탔니?”
“아니에요. 지금 고글 벗으려고 장갑을 벗었어요.”
“장갑 끼고 고글 써.”
“네, 네,”
허둥대며 장갑을 끼고 고글을 쓴다.
“누구와 왔니?”
몰려다니는 친구들과 함께 왔으면 단단히 혼을 내 주려고 벼렸다.
“혼자 왔어요.”
고3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보드를 타러 왔다는 녀석의 말은 맞는 것 같다.
“아줌마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조심해서 타.”
쓰러져 있는 나를 걱정스럽게 들여다 보고 있는 나의 가족들과 녀석을 안심시키기 위해 억지로 일어나 조심조심 내려오다 가슴에 극심한 통증 때문에 결국 다시 쓰러졌다.
결과는 좌측 두 번째 갈비뼈에 금이 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어쩌랴, 상대는 나의 아들과 비슷한 어린 녀석의 보호자도 없이 혼자 온 녀석이니,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가라고 보내주었다.
사실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은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아픔이 장난이 아니다. 결국 새해 첫 날을 기침이 나오면 가슴이 울려 통증 때문에 온 방안을 설설 기며 맞았다.
언젠가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나오다 넘어져 갈비뼈에 금이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아파 몸도 제대로 움직이시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살도 아니고 아무 신경이 없는, 단지 뼈에 금이 간 것이 저렇게 아픈가, 멍청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내가 아파보니 절실히 알겠다. 그 때 엄마는 얼마나 아팠을까, 멍청하고 바보스러운 딸이 엄마의 아픔을 살뜰하게 헤아리지 못한 것이 내내 가슴 아프다. 가슴이 아픈 것은 그 것만이 아니다. 엄마와 돌아가신 아이들 아빠는 조금만 살을 스쳐도 항상 아프다고 고통스러워하셨다. 왜 저리 아플까,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살가죽이 아주 앓아진다. 이제는 조금만 까칠한 스웨터도 입지를 못한다. 살에 스쳐 따가워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작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었던 스웨터였는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슴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알 것을 그 때 알았다면 엄마와 아이들 아빠의 병 구환을 좀 더 세심하게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이런저런 후회들로 마음 아프다. 그래서 나처럼 못난 사람은 늦게 철이 들고 후회하는 것 같다.
무자년 새해, 부디 그런 후회들이 적어지는, 내 삶의 경험들이 많이 쌓여 마음 아픔이 적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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