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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8.01.04 13:07

좋은 친구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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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행복해지는 비결 중에 하나는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좋은 친구를 두는 것이라는 TV의 좌담을 보고 있다,
“엄마는 친구가 없는데……”
라고 말을 흐렸더니 내 옆에서 함께 보던 딸이,
“아저씨 있잖아.”
라고 대답한다.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그렇게 대답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다 딸의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래, 어쩌면 정말 좋은 친구인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하고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모욕적인 말을 해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고 화가 나 폭력을 행사해도 폭력으로 고발하지 않는 사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으랴,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돌아가는 풍차를 보고 내게 덤비는 적으로 알고 무조건 칼을 빼고 달려드는 돈키호테 같은 내 성격과 달리 그는 일단 돋보기를 들고 풍차가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고 자신의 눈에 돌아가는 풍차가 남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지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확인하고 그리고 지금 돌아가는 풍차가 과연 자신에게 적의를 가지고 돌아가는지 아닌지를 분석하는 사람인 그의 성격에 난 답답해 가슴을 치곤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서로의 의견의 조율이 안 돼 나의 머리뚜껑이 열리고 나는 이성을 잃었다.
지난 해 늦가을, 글에 대해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가 들어 힘들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로서는 정말 큰 결심을 하고, 이것저것 내 자신을 찬찬히 정직하게 들여다보며 나를 다시 돌아보리라, 그리고 글을 쓸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리라, 나로서는 그렇게 굳은 결심을 하고 생전 처음 홀로, 백담사 만해 마을을 향해 떠났다. 백담사에 도착하여 그와 아이들에게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그는 조심스럽게 오늘 다시 올라왔으면 좋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의 그런 목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있나 싶어 허둥대며 부랴부랴 올라왔다. 새벽에 일찍 떠나느라 아침을 굶고 떠났는데 그의 전화를 받고 퇴근 시간에 맞춰 급하게 올라오느라 점심까지 굶어 결국 하루 종일 굶게 되었다. 겨우 그의 회사에 가까이 와서 이제 다 도착했는데 무슨 일이냐고 전화를 했더니, 그가 하는 말이, 아무 일도 없는데 그냥 집에서 자는 것이 편하지 않겠냐는 뜻으로 올라오라고 했다고, 집에 가서 편하게 자라고 하는 거다.
“뭐……라……고……”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말 다했어!”
“왜? 왜 그러는 건데?”
영문을 몰라 하는 그의 목소리가 나를 더 돌게 했다.
“악!!!!!!!!!!!!!!!!!!”
나는 전화통에 대고 비명을 질렀다.
“왜 그래! 도대체 왜 그래! 내가 뭘 어쨌다고?”
"지금 당장 나와!"
"나 지금 조금 감기기운이 있어서 일찍 가서 쉬려고 하는데."
"뭐라고? 지금 나보고 힘들게 오라고 해놓고 자긴 일찍 가서 쉰다고? 당장 못 나와!"
"알았어! 나갈게. 나가면 될 것 아니야!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내가 화를 내지 않게 생겼어! 그리고 뭐! 나가면 돼! 자긴 지금 1000미터 밖에서 급한 일이 있으니 뛰어 오라고 다급하게 손짓을 해 놓고, 숨이 턱에 닿게 뛰어 왔더니, 아니, 됐어, 다시 가봐, 하는 것과 똑 같아!”
화가 나서 길길이 뛰는 나에게 그는 더 불을 질렀다.
“백담사에서 못 잔 것이 그렇게 서운해!”
“뭐라고? 지금 내가 백담사에서 못 잔 것이 서운해서 이러는 거야?”
“그게 아니면 뭐야? 자기가 잠자리 바뀌면 잠을 못자고 불편해하니까, 나는 그냥 집에 와서 자라는 뜻으로 한 건데.”
“그럼 그렇게 확실하게 말했어야지! 왜 꼭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말끝을 흐리고 올라오라고 하는 거야? 여자가 하루 만에 백담사까지 왕복운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난 자기에게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점심도 안 먹고 자기 퇴근시간 맞추려고 쉬지도 않고 운전했어!”
"그러니까 왜 그렇게 급하게 달려, 천천히 쉬면서 오지, 제발 그러지 마."
“뭐라고? 무슨 일이 생겨 급하게 올라오도록 해놓고 지금 와서 나에게 쉬며 천천히 운전 안 했다고 뭐라고 할 수가 있어?  무슨 일이 없으면 백담사까지 운전해 간 사람에게 가자마자 올라오라고 해? 자기가 하루 만에 백담사에서 여기까지 왕복으로 운전 한 적 있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
“그거 지금 힘들다고 이렇게 난리야? 백담사는 나중에 나와 함께 가도 되잖아! 그래! 알았어! 나도 그럼 백담사까지 갔다 올게!”
“뭐라고???”
난 할 말을 잊었다. 이건 머리뚜껑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통이 날아갈 지경이다. 식당에 나와 앉는 그의 앞에 있는 술병을 집어 술을 잔에 부으려 하자 그가 따라주려고 한다.
“필요 없어! 그 손 치워! 술 따라 줄 배려하지 말고 다른 것이나 배려해!”
나의 말이 곱게 나갈 리가 없다. 너무 화가 나서 술병에 술을 벌컥벌컥 목으로 들어부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렇듯 침착하게 자신이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계속 같은 소리로 설득하고 변명이다. 그러다 안 되니 나의 동생까지 불러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고 설득한다.
음식점 문을 닫을 시간이 되자 술을 먹지 않는 그가 운전을 하고 나와 동생은 뒷좌석에 탔다. 나는 운전하는 그를 뒷좌석에 앉아 마사이족 슈즈를 신은 발을 그대로 날렸다. 그래도 운전을 하며 요리조리 잘 피한다. 나는 더 화가 나 집에 도착해 내리는 그의 뺨을 치려고 손을 날렸다. 그런데도 잽싸게 피한다. 태권도 유단자라더니 피하는 것만 배웠나보군, 그래 어디 보자,
난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상을 집어 베란다로 날렸다. 그것도 모자라 냉장고를 열어 병이란 병은 다 집어 던졌다. 동생이 기겁을 하고 말리고 난리가 났다.
“언니! 도대체 왜 이래! 정신 차려! 언니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도대체 왜 이래!”
“야! 너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나 너의 회사에 가서 알몸으로 시위 할 거야!”
그러자 그가 드디어 잘못을 인정한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정말 잘못했어. 그냥 자기가 집으로 와서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한 거야. 미안해.”
"처음부터 그렇게 솔직하게 인정했으면 좋았잖아! 왜 말을 이리저리 돌려 사람을 돌게 만들어!”
“미안해, 미안해.”
그 말을 듣고 난 그대로 방으로 들어와 쓰러진다.
“정말 성질 대단하네.”
지옥에서 빠져 나온 것 같은 그의 말에 이어
“전, 언니 저러는 것, 저 처음 봤어요.”
“언니 저런 적 한 번도 없었어?”
“그럼요. 폭력적인 것은 저희들이었지, 언니는 얌전했어요. 언니가 저러는 것, 저 처음이에요. 저도 너무 놀랐어요. 가슴이 아프네요. 언니가 왜 저렇게 됐는지……”
그런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내 딴엔 온 몸으로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난 나는 곧 잠이 들었다.

그 다음에 그의 말이 더 가관이다. 그럴 때 나보고 애교를 부리란다.
"어떻게 애교를 부려?"
‘어머~나 너무 걱정했는데 자기 아무 일 없으니 다행이다. 자기야~ 나 힘들게 달려 왔는데 얼굴 보고 싶은데 얼굴 좀 보여줘라~ 응~’ 이렇게 하란다. 어이가 없다.
"난 죽었다 깨도 그렇게 못하니까, 다른 여자에게 요구해. 사람의 감정을 숨기고 어떻게 그렇게 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는 여자에게 남자들이 다 져. 그런 여자들이 결국 남자들을 휘어잡게 되고 현명한 거야."
"난 자기를 이기고 싶지 않아.  휘어잡고 싶지도 않고, 난 인간대 인간으로 자기를 대하고 싶어. 그리고 난 내 감정 숨기고 그렇게는 죽었다 깨도 못해. 내 성격에 차 몰고 그대로 자기 회사로 돌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
그 후로 그는 다시는 그런 억지를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런 억지를 썼어도 곧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면 난 두말 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런 일은 한 번으로 족하다.  인간이란 완벽하지 않는 존재이므로, 실수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그리고 자신조차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예민한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어렵겠지만 그 부분의 심정까지 정직하게 털어놓으면 난 두말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지 않고 설익은 자존심으로 이런저런 언변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려고 적당히 치장하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솔직함보다 더한 자존심과 웅변이 어디 있겠는가.

수많은 싸움과 이런저런 일들이 그와 나의 성격을 더 잘 알게 되었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나와 마찬가지로 집안의 형제들을 도운 사람이다.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도운 사람은 타인에 대해 특유의 너그러움과 물질에 집착하지 않는 성격이 있는 대신 자신에게는 검소하고 가혹할 만큼 철저하고 완벽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에서 우리는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닮은꼴이고 같은 고민들을 공유하고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충고해 줄 수 있는 좋은 친구다.
앞으로 그와 내가 다툼이 없을 것이라는, 그런 불가능한 일을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다툼들이 서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가깝게 다가가는 발걸음들이라면 결코 겁내거나 속상해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더 이상 가깝게 다가갈 발걸음이 필요 없을 때, 완벽하게 이해하는 날, 그런 날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다툼도 멈추지 않겠는가. 하지만 기대하지 않음으로, 포기함으로 인해 더 이상 다투지 않는 것을 선택하라면, 힘들어도 기대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다투는 것을 선택하겠다. 하지만 이제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싸울 거다. 재산상의 피해나 정신적 육체적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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