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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8.01.05 10:45

88만원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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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만에 하는 일직인지 모르겠습니다.보통 저녁에 숙직만 하는데 여복이 터져서(?) 하루종일 일직을 말일에 하는 행운으로 삼십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이 출타하신다는 이야기에 의전 준비를 하는 순간에 상황실에 들어와서 우편물을 주고 가는 택배 사원이  분명 친구가 맞았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못보고 바쁜 상황에 나가는데 급히 뛰어나가 불렀습니다.

"00아..."
"어...그래........."
"어 나 조금 바빠..."
"야 시키야 담배 한대 피고 가!"

다시 상황실로 들어와 당직보좌관에게 고교 동창을 우연히 만났기에 커피 한잔 하겠다고 자리를 벗어나서 후문으로 나가서 커피 한잔에 담배 한대를 서로 권하였습니다.
그이가 택배 일을 하는지 내 모르는 바는 아니었습니다. 친구의 상가 집에서 서로가 벌쭘하여 물어보았을 때 그이가 하는 일에 대하여 알고 있었지만, 나와 한 호흡을 하는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 까지는 몰랐습니다. 나는 그 친구를 못알아 보았지만, 그 친구는 금요일 날 내가 잔듞 찌뿌린 얼굴로 막걸리 한잔에 취하여 가는 모습까지 보았던 것 입니다.

담배 한대를  물고 난 다음에 그 친구가 하는말이
"**야 저녁에 술 한잔 하자"
"어 그래 그러자구나"
실상 연일 이어지는 모임과 술자리를 보내고 하루 휴식이라고 온 일요일 일직까지 술로 취하여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 친구와 술자리를 가지려고 많이 노력 하였지만,워낙에 어렵게 살아가는 그와 나의 술자리는 이십대에 주에 삼회 이상을 하였지만,지금에 와서는 일년에 삼회도 하기 힘든것이 우리의 형편 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를 허터르게 이해 할 수 없음이기도 하였기에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그와 저녁에 만날 수 있기를 바라였습니다.



그리 하였지만, 일직을 끝 마치고 그에게 전화를 하니 그의 사정은 더어려웠습니다.아직도 돌려야 하는 택배 물량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어 저녁 8시가 넘어야 가능 할 것 같다는고 합니다.

"그래 그럼 일 끝나고 전화 하렴"

하고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집으로 들어와 옷을 벗기도 전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이의 팔십만원을 주고 산 중고차량이 더 이상 가지를 못하여 남은 배달을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아이 엄마에게 ㅇㅇ이가 와서 만나러 간다고 하니 쉬이 우리의 관계를 아는지 아무 말도 없고 술이 취하면 집으로 데리고 오라는 말까지 합니다.

박씨가 제비를 물고 간 그 행운의 집은 그이에게만큼은 행운의 자리가 아님이 분명 하였습니다. 지 꼴따구 의자보다는 양반다리가 편한 배운 집 아들인 저로서는 좌식이 편하여 자리를 권하였지만, 그 친구는 죽어도 그 자리로 갈 수 없다고 합니다. 그의 땀방울로 만들어진 발냄새에 대한 피해 의식이 분명함을 압니다.

막걸리 두 동이가 돌자 친구의 혀가 돌아가기 시작 합니다.
그렇지만, 꼭 한번, 물어보고 싶은것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후회 하지 않느냐는 잔인 한 질문 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정말로 잔인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친구는 적어도 저에게만은 그리고 저에게는 그러한 잔인한 질문을 받아야 하고,
적어도 전 그친구에게 물어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작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그때 친구가 나이 서른 다섯이 넘어서 마지막으로 구하여 주었던 지역 의료보험 조합의 그일을 받아들이지 않은 그 마지막 자존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하는 저의 잔인한 질문 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 당시 목장관리인,그리고 우유배달.그리고 실직......
몇해를 거리의 뒷골목을 방황하는 그 시기에
고교 동창인 벗이 마련하여 준 그 자리를 거부 하였습니다. 정말로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그리하여, 오늘 물어보았습니다.

“너 그 때 **이가 가라고 한 직장 가지 않은 것 후회 하지 않느냐”

정말로 잔인하고 잔인한 물음임이 분명 합니다.
여러번 그 친구를 만날때마다 그 날 그 마지막 그친구의 제안을 거부한 그에게 한번도 물어보지도 나무라지도 않았던 제가 오늘은  그에게는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한숨을 몰아신 그가 그렇게 말할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그 날 처럼 당당하게 말할 줄 알았습니다.
...........

그는 학교의 추천도 자기보다 성적이 좋은 동료보다 추천 받는 것을 거부하고 취업을 거부하였던 겁 없던 놈이었고, 학연으로 이어지는 직장에서 전공이 아닌 자기가 버티는 법을 몰랐고, 배우기 조차 하지 않은 사람 이었습니다.

그리고 뛰쳐 나온 직장에서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LG건설의 연수를 마치자 마자 지방근무를 이유로 당당하게 자랑스럽게 사표를 내고 나온 술자리에서 다른 친구들이모두가 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할 때 저 혼자만이 일갈을 하였습니다.

“이 등신아 세상이 고리 만만한줄 아느냐고?”

저의 외치는 소리는 단발마의 비명으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긴 실업의 시간에서 다시 예전의 조직에서 그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먹고 살아 갈 수 있는 일터 였지만 말입니다. 다시 그는 자기손으로 무덤을 파고 사직서를 부장의 얼굴에 집어던지고 기어이 푸른 산빛을 깨치고 나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몇해가 흘러....

능력있는 친구가 지역의보에 자리를 만들어서 가라고 하였건만, 그때 그이는 거부 하였습니다. 그것이 그에게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의 마지막 의자 였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아 너 그 때 그 상황 후회 하지 않느냐?”
답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취하여서 약해진 것인지, 약하여서 취한것인지 모르는 그의 어깨를 지탱하고서 내일 그가 몰고서 가야 할 그의 다마스가 세워져 있는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예전에는 어깨동무하고서 골목길을 걸어가며 이노래 저노래 부르며 고함도 질러보았던 어린 시절의 치기가 저아래에서 떠올라왔지만, 오늘의 심정은 처연 하기만 합니다. 막걸리 두 그릇에 취하여 비틀거리는 그의 나약한 몸보다 세상이 그를 몰아치는 바람의 세기를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하루종일 흑석동.노량진동.대방동. 몇 군데의 동을 도는 그가 운전하는 거리는 100키로 라고 합니다. 백키로라고 하니 제가 얼마전에 제 다리로 달리려다 쌔려치운 그 징하고 겁나게 먼거리 일 수 도 있겠으나 백키로를 골목길로 다닌다고 하니 그의 노동의 강도를 어찌 짐작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서 한달에 받는 월급이 일백오십만원으로 겨우 생계를 해결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지입차량으로 들어가서 그정도라고 하니 이것은 정말로 예전의 서울역 지게꾼 보다 못하다는 슬픔을 가져 봅니다.

대리기사를 불렀습니다.

대리기사 역시 그와 입장의 동일함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 할 텐데 그의 차를 오르더니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하고서 자기의 길로 가버리고 맙니다. 다시 부른 대리기사에게 몇푼의 화폐를 지불하고서 보내는 친구의 뒷 모습이 저를 아련하게 가슴 저리게 만들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그날 골목길에서 불렀습니다
“정다웠던 그날이 다시 올 수 있다면..
과거는 흘러갔다.....“

눈과 눈물이 뭉쳐저서 볼을타고 흘러내리었습니다.
무자년이 지나고 어느 년이 오더라도 그에게 희망의 꽃이 필 그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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