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 岳 山
유 천
천불동 계곡을 따라 소청봉에 오르니
빗줄기는 멎지 않는데
뭉툭한 바위틈에 핀 구절초는
비맞은 태가 없다
누군가 바람결이 세다하여 쓴 우산을 걷자
저기 저 바람,
바람이 글쎄
- 스님은 비가 와도 승복이 젖지 않아요
하,
- 바위는 비를 맞아도 항상 그 모습이지
풍우와 안개는
봉우리에 올라서도 휘감아 돌아
감개는 기억 속 눈덮인 휘황한 대청봉
눈잣나무는 궁상스럽게 흔들거리나
푸른 솔잎이라 웅숭깊고
봉정암 객실의 뜨듯한 온기는
축축한 바랑을 헤쳐놓는다
아침
해맑은 날
오층탑 앞 축대에 서서 사방을 바라보니
동해바다는 저렇게 선명하고
기암준봉과 능선은 바로 눈에 잡힐 듯
오늘 일은 또 새롭게 만들어지는구나
말쑥한 바랑을 짊어지고
사뿐사뿐 돌계단을 밟자 어느새
내설악 수렴동 계곡은
푸른 물줄기를 한데 모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