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 父 歌
유 천
그 해 초여름
당신과 나는 당후동 선산에 올라
묘 주위의 잔나무며 가지들을
톱과 낫으로 쳐내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힘쓰는 모습을 보는
마지막이었습니다
戒를 받고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한번만 보고 싶다는, 못다한 말이
있다는 말을 뒤로 하며 나는
오대산 적멸보궁에 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訃音
추운 겨울
신갈나무잎들은 켜켜이 썩어
새 잎을 돋는 거름이 되어주고 있었는데
하얀 눈들은 그 위까지 덮어주고 있었는데
눈물은
뜻이 너무 커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誓願을 담느라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여기는 경주
반도의 변방, 그러나
天馬가 꿈틀거리는 땅
和諍을 위한 시작의 땅
슬픔은
당신의 무덤 곁에서나 느껴지려는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