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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내남면 노곡리 마을 입구에는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여기가 남산 자락의 남쪽 끝자락이기도 하다.
남산 여기저기를 많이 오르내렸지만 이곳은 처음 오르는 길이다.
마을 공터에선 윷놀이가 한창이다.
오늘이 설날이지.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따라 오르다 작은 봉우리를 넘었다.
백운암과 천룡사가 갈라지는 지점에서 스님 한 분이 포행(산책) 중이시다.
인사를 나눈다.

"어느 절에 가십니까"
"산행 중입니다."

다시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나는 곧장 고위봉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고위봉 입구에서 칠불암 방향 능선을 타고 가는데 외국인 한사람이 다가온다.
그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받는다.
남산에서 외국인은 처음 본다.
발길이 바쁘다.
오후 느지감치 출발한 터라 해는 벌써 서쪽 산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바람결이 누그러져서인지 춥지 않으나 그렇게 달갑지는 않다.
그 긴 능선길이 오늘따라 밋밋하다.
김시습(金時習)이 머물렀던 용장사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는 지고 말았다.
세종의 총애를 받았으나 단종에 대한 세조의 왕위 찬탈에 분격(憤激), 세상을 등진 사람.
본시 총명하여 그가 지은 <금오신화(金鰲新話)>는 문학적 사상의 깊이에 있어서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작품일 것이다.
원효(元曉)에게서 방외(方外)의 언급이 있기는 하지만 김시습(金時習)에게서부터 본격적으로 방외인(方外人) 이 등장하며 이것은 조선조 문학의 한 축을 형성한다.
원효(元曉)가 재야(在野)의 원조라면 김시습(金時習)은 중흥조(中興祖)가 아닐까.
이황(李滉)은 김시습(金時習)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아마 이것은 발흥하는 양명학을 배제하고 성리학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와도 관계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김시습(金時習)의 사상과 문학을 대체로 옹호했다.  
남산 꼭대기에 오른다.
날이 어둡다.
야경(夜景)이 눈에 들어온다.
올라가는 쪽 고속도로에 차가 빼곡하고 정체되어 있다.
미국에는 대통령 후보 지명전으로 어느때보다 미국민들의 관심이 많다지?
세계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전반을 떡주무르듯이 하는 나라.
나는 버락 오바마를 응원하는 쪽이지만 힐러리 클린턴도 괜찮다.
버락 오바마는 흑인이기 때문이고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그의 조상들은 16,7,8세기 아프리카에서 노예선을 타고 올 때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구분당하며 물건 세듯 세어졌다.
상인들은 값을 더 받으려면 흑인들을 많이 실었어야 했기에 배에 싣고 오는 도중 죽는자가 속출했다. 배가 아메리카에 도착해서 산자와 죽은자를 확인하는 모습이 마치 제품의 로스율을 매기듯이 행해졌다고 한다.
로스율이 30%면 안좋고, 10%면 좋고.
그는 분명 앙갚음이 아니라 이 사실들을 교훈으로 삼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짐으로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반대표였을 것이다. 민주당 당론이 그리 정해졌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니 두가지가 생각 난다.
한가지는 지난해 우리나라 대선이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진보 개혁 쪽이 지지부진하니까 일각에서는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
차라리 박근혜가 어떻겠냐고.
유신 독재자의 딸이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이란다.
어지간한 진보개혁 쪽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 보다도 보수 쪽이지만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그보다 10배의 효과가 있지 않냐고.
그러나 대선의 결과는 권영길도 아니고, 문국현도 아니고, 정동영도 아니고 박근혜를 경선에서 이긴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신자유주의의 파고(波高)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말았다.
또 한가지 생각은 우리나라 비구니 스님이다.
왜일까.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지만 여러 종교를 인정한다.
현재는 불교에 대한 관심이 커서 대학에서 불교학만 개설하면 정원이 넘는다고 한다.
인기 절정인 것인데 그것이 거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불교신자이어야만 삼보(三寶)를 알지만 그들은 삼보(三寶)와 그 역할까지 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사람들은 비구니 스님들이 지켜야할 8경계(八敬戒)를 알까.
8경계(八敬戒).
만약 미국에 불교 교단이 새롭게 형성된다고 한다면 비구니 8경계(八敬戒)는 채택하지 않을 것이다.
경주 시내가 훤히 보인다.
야경(夜景).
아, 한사람이 더 남았지.
공화당 후보 지명의 한사람인 멕케인.
이 사람은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그곳에서 포로로 잡혀 고생도 많이 한 사람이라지.
좌익이든 우익이든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전쟁(6.25)를 체험한 세대가 있을 때 통일이 이루어지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아픈 상흔은 자리하겠지만 전쟁을 다시는 원치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전쟁을 체험한 세대가 모두 사라지는 때가 오면 그 이후 남북간의 통일은 평화적인 방법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미국의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보듯이 흑인과 여성 후보가 나온다는 것은 새로운 인류의 비전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저력으로 볼 때 아무리 빨라도 50년 내에는 끄떡하지 않을 거라는 보고다. 통상 100년 200년은 강대국으로 군림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자본을 바탕으로한 세계 패권주의, 팽창주의에서 상호호혜주의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할 때는 인류공영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유럽이 블록화하는 작업은 다른 이유에서 출발하였지만 나중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특히 지구 환경문제는 개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에 강대국 또는 약소국이란 구분이 따로 있을 수 없게 된다.
이리저리 생각하다보니 남산 북쪽 끝자락이 보인다.
마을의 불빛이 가까이 보이고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의 굉음이 크다.
산을 내려서니 상서장(上書莊)이다.
처음 밟는다.
기울어가는 신라의 진성여왕에게 국운을 일으켜세우기 위해 시무십여조(時務十餘條)를 지어 올렸던 곳.
그렇지만 신라의 왕족과 귀족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경주 톨게이트를 따라 포항 방면으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에 발을 딛는다.
지하도를 건너 반대편 도로에 올라선다.
노변(路邊)을 따라 걸으니 옆으로 차들이 쌩쌩 달린다.
오릉(五陵)초등학교 정문 옆에는 페쇄된 공장이 있는데 달린 철제문이 눈길을 끈다.
경주시내의 벽면에라든지 상호(商號) 문양으로 천마도(天馬圖)를 흔히 볼 수 있지만 규모면에서는 아주 작다.
그런데 여기 철문(鐵門)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는 너비가 5~6m, 높이가 3~4m에 이르는 큰 그림이다.
이육사가 다시 태어나 이 그림을 본다면 분명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에서
'백마(白馬)'를 '천마(天馬)'로 고쳤으리라.
오릉(五陵)을 지나 탑리를 지날 즈음 집안의 방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족들끼리 윷놀이가 벌어졌구나.
그렇지, 오늘이 설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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