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는 뽑는데, 이런 학교는 왜 손 못 쓸까?

by 조원배 posted Mar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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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담임 선택제로 이목을 끌었던 충암고, 그 충암중고와
광명 진성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쓸데없는 영어몰입 교육이나 대운하 어쩌구 하지 말고
이런 파렴치한 사학들이나 좀 청소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이런 사학재단이 숱한 문제와 비리 투성이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 게 바로 개악된 사학법이고 집권여당이 된 한나라당의
든든한 뒷 빽이겠지요.


  *     *     *


● 한나라당의 계속되는 사학법 망언 속에 구설수 오른 두 학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총선 이후에 사학법을 나머지 반쪽마저 (2005년 이전 수준으로) 개정할 것’이라고 공언한다. 지난 대선 직후 원내부대표의 좌파 적출 수술 발언 이후 안상수 원내대표가 ‘사립학교법은 대표적인 좌파법안으로 손질이 필요한 법안’이라고 하더니 당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한나라당 대표들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한다.

한나라당의 사학법 관련 망언 중에 수도권의 두 사립학교가 인터넷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광명 진성고는 입시 명문이라는 허울에 감추어진 학생들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UCC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충암중․고는 떨어지는 유리창에 학생이 맞아서 병원으로 실려 가고, 금이 가고 비가 새는 최하등급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 통로마저 이사장실로 빼앗긴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교사를 강제 전보하여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 광명 진성고가 어떤 학교인가?

광명 진성고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산다는 그 유명한 유령이사의 학교이다. 이미 죽은 사람까지 이사로 등재되어 있고, 그 죽은 이사가 이사회에 출석하여 안건 재청까지 하였다고 이사회에 버젓이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 국회에서 문제가 된 학교이다.

이 학교는 지역의 학원재벌이 세운 학교이다. 설립자의 아내가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감사원에 의해 단 몇 달 만에 2억이 넘는 급식비를 횡령한 것이 적발되어 구속되어 수감되면서 징역형을 선고 받고 이사장에서 쫓겨났다.

뒤를 이어 설립자가 직접 이사장으로 복귀하였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광명시장 후보로 출마하였다가 낙선한 후 국회의원 공천을 못 받자 2004년 총선에서 대구로 옮겨서 출마를 준비하던 중 사전 선거운동과 금품 향응 제공으로 선거법 위반 징역 1년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 유죄선고에 의해 법적으로 당연히 이사장에서 쫓겨나야 하지만 그는 계속 이사장으로 있다가 국회에서 유령이사가 문제된 이후에야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쫓겨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아들이 이사장이 되었다. 그는 아버지를 이어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한나라당 광명시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거쳐 대선에서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였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는 광명의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하였는데 다른 후보에게 밀리자 이에 불복하여 재심의를 신청하였다. (결국에는 공천을 못 받은 듯하다.)

이 학교의 이사장이 남편에서 아내로, 다시 남편으로, 아들로 물려지고 있었다. 이 학교의 이사와 감사는 설립자가 운영하는 사설학원의 강사이거나 사위 등 친인척들로 이루어졌고, 회계 직원까지 친인척들로 채워졌고 일부 가족은 교사로 채용되었다. 이런 학교에서 당시 행정실장의 양심선언이 있었지만 급식비는 오히려 오르고 교육환경 등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지금은 학생들의 최악의 인권 상황에 “진성고의 학생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UCC가 인터넷을 타고 다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 서울 충암중․고는 또 어떤 학교인가?

충암중․고의 설립자가 죽자 그 아들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 이사장은 학교 공사비 3억 5천만원을 횡령하여 유죄 선고를 받고, 친인척의 병역 면제를 금품으로 청탁하다가 발각되어 구속되어 실형 선고를 받고 감옥으로 가면서 이사장에서 쫓겨났다.

뒤이어 아내가 이사장이 되었다가 딸에게로, 그리고 다른 아들에게 이사장이  물려지는 동안에 자신은 법에도 없는 명예이사장, 또는 학원장이라는 직책으로 대리청정을 하면서 실질적인 이사장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대리청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자 이번에는 5년이 지나서 법적 문제가 없다면서 아버지 전이사장이 슬그머니 다시 이사로 복귀했다.

2006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이 학교의 이사회 구성은 (쫓겨난 전이사장의) 둘째 아들이 이사장이고 딸 2명, 충암 전직 교장 3명, 명예이사장(이사장의 아버지이자 쫓겨난 전이사장)의 친구 등 해서 9명이었는데 전형적인 ‘끼리끼리 이사회’였다.

이런 와중에 학교는 70년대에나 있을 법한 낙후한 건물에서 유리창이 떨어져 학생이 다치고 벽에는 금이 가고,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있었다. 쫓겨난 전이사장은 건물 출입구를 막아서 이사장실로 사용하고 학생들은 위험한 쪽문 계단으로 출입하고 있는데, 그와 가족은 학교 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굴리고 학교 직원을 운전수로 부리고 있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열악한 교육환경에 의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인권 침해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런 열악한 교육환경과 비리 의혹, 비민주적 학교 운영을 바로 잡으려던 교사는 어느 날 아침 아무런 통보 없이 강제 전보를 당했다.


● 제대로 된 이사가 한 명만 있었어도? 교육주체 대표체가 제대로 있었다면?

사립학교법이 제대로 개정되어 진성학원에 제대로 된 이사가 단 한 명만 있었어도 급식비 횡령과 유령 이사와 같은 불법이 판을 칠 수 있었을까? 진성학원에 학생회와 교사회와 같은 학교 자치기구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었다면 이런 열악한 교육환경과 인권침해가 계속될 수 있었을까?

사립학교법이 엉터리로 만들어지지 않아 충암학원에 제대로 된 이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공금 횡령을 비롯한 각종 비리 의혹이 이렇게 난무할 수 있을까?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가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지금도 학생들이 화장실도 제대로 없고 벽에 금이 간 건물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까?
  

● 엉터리 사학법이 양산하는 엉터리 사학의 피해자는 결국 학생들

서울 충암고와 광명 진성고의 공통점은 많다. 이사장이 아버지에서 아내로, 아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외에 이사회가 모두 족벌 이사회 또는 끼리끼리 이사회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나타나 결국 학생들이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입시를 허울로 학생들의 인권이 너무나 열악하다는 것이다. 이 두 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의 눈물이 한나라당이 그토록 좌파 법안이라고 색깔 칠을 해대는 사학법의 현실이다. 이것이 한나라당이 만들고 싶은 사학의 진짜 모습인가?

이 두 학교에 대한 정답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사립학교법의 과거 회귀가 아니라 교육주체들이 주장하는 미래 지향 사학법 재개정이다. 한나라당에 의하여 2007년 개악된 것을 최소한 2005년 개정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뿐 아니라 미처 이루지 못한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등 학교자치기구의 법제화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기구화 등 교육주체들을 대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 한나라당의 계속되는 사학법 망언과 엉터리 사학에 국민의 심판이 필요

지난 17대 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안 시켜준다고 국회를 완전히 보이코트해서 식물국회로 만들었던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만족하지 않고 이전으로 사학법을 되돌리는 것도 모자라 사학법을 사학재단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으로 추가 개정한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진성고와 충암중․고를 보면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사학법이 이 땅에서 진성고와 충암중․고와 같은 엉터리 사학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고, 그런 엉터리 사학들에 의해 피해 받는 학생들을 살리는 길이다. 24시간 학원 영업을 시도하다 좌절한 한나라당의 각성이 사립학교법에도 더욱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학생과 교사의 눈물을 짜는 광명 진성고와 충암중․고와 같은 엉터리 사학과 이를 조장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 위의 글은 저희 전교조에서 낸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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