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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17:32

울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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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江)의 울음은 듣는 귀를 울리지

바위의 울음은

한낱 떠도는 자를 울린다네

그러나 4월에 핀 목련꽃 울음에

가출한 여자애도 울듯

가난한 가장의 속울음에

별들이 따라 반짝반짝 울듯

울음은 우는 자에게 들리지

울음은 울어야 할 것들에게 전해지지

수컷 새의 애달픈 울음이

암컷 몸에 뽀얀 알을 심어주듯

울음은, 괴로운 자여

탄생이지

지평선이지

하늘의 울음은 땅을 울리고

바다의 울음은

고깃배를 울리지

눈부신 백사장을 홀라당 울린다네

갓난아기도 죽음도

울음뿐이듯

기쁨도 슬픔도 울음으로 통한다네



- 황규관, <울음들 > -


   *     *     *


울음은 우는 자에게 들리고

울음은 울어야 할 것들에게 전해진다는

시인의 말이 내 안에 들어와 깊은 공명,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공명을 일으켰습니다.



'4월에 핀 목련꽃 울음에

가출한 여자애도 울듯' 이나


' 가난한 가장의 속울음에

  별들이 따라 반짝반짝 울듯' 이라는 표현은


또 얼마나 절창인지요.

낮고 고단하고 아픈 삶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선,

그 낮고 고단하고 아픔 가득한 삶 속에도

투명하고 슬픈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에게선

이런 절창이 결코 나올 수가 없다는 걸 압니다.



작년 학교폭력 전담 교사를 하면서

만난 아이도 생각났습니다.

재혼한 아빠와 새엄마의 횡포를 못이겨 가출했던 아이,

공원 밴취나 아파트 옥상, 교회 계단 등에서 잠자며

가끔 배고프면 공원 사람들에게 앵벌이도 하고

그러면서도 간간히 학교에 오곤 했던 아이.

그 아이 집에 돌려보내려

그 정나미 떨어지던 아이 아빠와 새엄마가 사는 집을 비롯해

아이가 전전한다는 공원들을 참 많이도 다녔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가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제 이야기를 들려주며 눈물 가득 쏟았던 적 있었는데,

오늘 이 시를 읽다가

' 4월에 핀 목련꽃 울음에

  가출한 여자애도 울듯'이라는 대목을 읽을 때

생각나더군요, 제 한몸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가 없어

길거리를 떠돌던, 서러운 울음 쏟아내던 그 아이가.


하지만,

우리 제자나

또는 지금 어디선가  속울음 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들려주고 싶습니다.


'울음은, 괴로운 자여

탄생이지'하는 시인의 말을.


비록  이 팍팍하고 무서운 현실 속에서

아무런 힘이 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        *         *

3월 3일 개학식부터 지금까지

참 여유없는 날들을 보냈어요.

3년 만에 담임을 하는 탓도 있고,

또 내 나이가 마흔 중반을 넘어 50 고개를 향해 달려가는지라

새롭게 아이들과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궁리도 하고 준비도 하고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다보니까

공강 시간이나 짜투리 시간들도 다 빨려들어가더군요.

하지만 여유가 없는 것을 빼면

아이들과의 생활은 늘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들이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존재를 우리 아이들만큼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곳이

별로 없는 듯 싶어요. ^^



아무튼 이렇게 여유없이 보내다가

우리반 아이들과 한 번씩 모두 데이트(심층 면담)을 끝내고

또 중간고사 시험 문제 원안도 완료해서 제출을 하고 나니까

처음으로,  좀 여유가 생기더군요.

그래서...며칠 전 테크노마트에 갔다가  사뒀던

시집을 펼쳤습니다.

( 목련이 피고 지고 벚꽃이 피고 지는 동안

시 한편 못 읽고, 책 하나 못 보던 내 여유없는 삶이 생각나

6권의 시집을 한꺼번에 샀거든요. ^^)


오랜만에 시를 읽게 되어서인지 정말 꿀맛이더군요.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던지....^^



그동안은 사놓기만 해놓고 여유가 없어서 읽지는 못했는데

그런데도 또 욕심은 많아서 늘 출퇴근 때마다 이  여섯 권의 시집은

몽땅 챙겨다니곤 했지요.

그랬더니만 오늘 아침 출근할 때 아내 왈

"당신, 그 거 왜 맨날 다 손에 들고 다닌대?" 하더만요. ㅋㅋ


저녁 6시,
적막,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새들의 역사,
책이 무거운 이유,
패배는 나의 힘


제가 샀던 여섯 권의 시집들 제목입니다.

이 중 오늘 펼친 시집은,

황규관 씨의 <패배는 나의 힘>이란 시집이었는데

시들이 참 좋고 제 마음에 와 닿더군요.

처음 만난 시인인데도

마치 오랫동안 알았던 시인처럼

참 익숙하게 다가왔어요.



위의 시도 바로 황규관 씨의 시입니다.

이곳 모든 식구들과 나누고 싶어 올렸습니다.

다들 이봄, 행복하시길!!




2008. 4. 22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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