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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하루 하루 화가 났다가, 무력증에 빠졌다가, 어떻게든 이놈의 세상이 끝장이 나긴 나야할 텐데 하다가 위험한 생각을 주섬주섬 주워담기를 몇번씩들 하지 않습니까?

특히 직업이 공공부문이나, 교직에 있으신 분들은 무철학과 무염치에 무상식으로 무장한 이명박을 따라 위세를 떠는 소인배형 경영자들 때문에 조직이 엉망이지 않습니까? 이명박은 자기 생각에 모든 국민의 생각을 끼워맞추려하고, 사장은 자기 생각에 모든 노동자들을 끼워맞추려 하니 조직이, 조직내의 동료들간의 관계가 엉망이지 않습니까? 학교에 가서 책상에 앉아도 지난 4월 12일부터 농성하는 노조 집행부사람들과 해고자 분들에게 미안하고, 주 59시간의 노예노동 작업장에 나오면 내가 인간임을 느끼면 이 노동체제에 대한 혐오감에 견딜 수 없어, "그냥 돈 벌면서 책이나 읽으니 얼마나 좋으랴"하며 마음을 추스르려 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니. 여러분들 요즘 지하철역에서 역무원들에게 뭘 물어보지 말아주세요. 너무 우울하답니다. 아니 거의 폭발할 지경입니다. 담은 서울지하철 노조 홈페지에 올린 우리 시대의 아버지인 늙은 노동자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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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형!
형에게 난생 처음 글을 씁니다.

도철로 가신 J형이 얼마 전 서비스단이라는 생경한 이름의 조직에 발령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아무리 생경하지만 그것은 느낌상 이미 낯선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발령 며칠 전 우리는 저녁 식사를 약속했었습니다. 내가 소속한 지하철처럼 이미 소문이 무성했는지 형은 이틀 앞두고 약속을 파기했어요. 그리고 당일 마치 나치가 유태인을 수용소행 열차로 몰아 가듯이 서비스단 명단에 오른 형을 보게 되었고 형은 손전화기를 꺼두었더군요.
그러더군요. 우리 지하철에서도 이미 알 사람에게는 알려진 인사발령이 나더군요.  와중에 영전하는 사람은 입에서 입으로 옮겨졌습니다.  형도 알았습니까? 주변의 서늘한 눈총으로, 아니면 지인 아무개가 귀뜸이라도 주었나요? 내가 문자를 했었어요, 이미 도철의 J형에게 떨어진 엄혹한 현실이 남의 일로 생각되지 않아서, 새옹지마를 떠올리면서 참아내세요,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나도 히틀러처럼 광기 가득한 인사발령 명단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1월부터 이미 조짐을 알았었습니다. 조직은 환자를 용납하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아픈 사람은 회사생활을 하지 말라는 얘기일까요? 1월에 병가사용자를 조사하고 불과 며칠 전에는 십여 년을 이미 고지한 병명을 또 묻더군요, 그 때부터 아하 쫓아 낼 모양이로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었습니다.
이제는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새옹지마를 생각해야 할, 그런데 어쩌지요? 나는 지금 몸에 기름을 부어서 항거하고 싶어지니!  피가 끓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싸움 같은 싸움판에 불려 나간 것 같습니다.  

편안하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나 혼자는 가정의 안정이 이루어졌어요. 이제 말년을 즐기는 일에만 몰두해도 좋을 것처럼 보이지요. 나 혼자면 정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히 물러나고 싶습니다. 그러나 차장 시험에 붙어 보려고 4수 5수를 마다하지 않았다가 겨우 2007년에 붙은 동료를 서비스 단에 넣었네요. 그 친구랑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합격을 축하해 주었을 때 들리던 밝은 음성을 이제 지하철에서는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잘 했는지 시험도 없이 이번에 차장이 된 사람들은 4~5수 끝에 차장이 된 내 동료보다 행복할까요? 하지만 지문을 지웠겠죠. 설마 그만한 노력도 없이 했을라구요? J형!  그러고 보니 형도 그 원수 같은 시험 때문에 병원신세를 지었었지요, 알만한 부역장들이 모두 나가떨어졌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75년 운영사업소  멤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 친구도 누구처럼 지문을 닳게 했더라면 이번에 칼자루를 움켜 쥘 수 있는 자리에 가 있을 만 했는데 말입니다. 그의 환한 미소가 지금 생각납니다. 아직 딸아이가 대학에 다닐텐데, 시집은 또 어찌 보낼는지,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J형!
그 처절했던 아이엠에프도 잘 넘기고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얘기를 강 건너 불구경처럼 여겼는데 나에게 현실로 다가섰습니다. 우리를 가장 불행한 세대라고 하더군요. 6.25 전후에 태어나서 6~70년대의 가난과 질곡의 역사를 살아왔고 80년대 고도 성장을 이끌었던 주역들이라지만 가정적으로는 부모에게 효도하였으되 자식들에게는 버림 받는 최초의 세대가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혹을 하나 더 늘려 주는군요. 회사에서 나가라면서 등을 떠미는 것입니다. 정말 이제 손이 떨립니다. 가슴이 쿵쿵거리고 머리는 윙윙거립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폭음을 했습니다. 아침에 몸이 많이 부었네요. 새벽녘 잠에서 깨어나 멀뚱히 허공을 바라보면서 내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요, 두어 차례휴직을 했고 병가를 사용했습니다. 그냥 견딜 것을 그랬을까요? 철야근무를 하다가 발병이 되었는데 산재를 받지도 못했습니다. 산재 전문의에게 상담을 했지만 아예 산재를 증명할 인과…, 어쩌고 하면서 거부당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노동조합도 참 열심히 했었습니다. 1주야 교대를 때려부수자고, 직제를 개편하라고, 머리를 박박 밀면서까지, 동료들이 철야 근무하는데 나 혼자 조합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송구하고 미안해서 조합활동도 밤새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었습니다. 2~3년 활동하다가 조합활동이 정치라는 생각이 들어서 돌아섰습니다. 그래도 내게는 영광스러운 시기였었습니다. 안기부에서 뒤를 쫓아 다니고 전담형사가 달라붙었지요. 회사에서는 적색분자로 분류 했었지요? 아마도.  그게 잘못이네요. 그런데 나 아닌 다른 동료들은 50년도 전후에 태어났다는 죄를 받아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아니면 지문이 살아남아서?

J형!
어찌해야 할까요.  소크라테스가 되어서 사약을 받을까요? 불가피한 것은 감내하라고 했지요, 그러면서 사약을 받았건만 나는 어찌해야 될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세상을 확 뒤집어 버릴까요? 72년도던가 대학생활을 갓 시작했던 아우가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알리던 전단지를 어디선가 가져왔었습니다. 그것을 읽었을 때 피가 솟아 올랐었습니다. 아시죠? 그 일로 아우는 대학생활을 고이 접어야 했고 감방으로 군대로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박정희가 죽고서야 저주가 풀렸지만 전두환 정권 때도 편안하지를 못했습니다. 그 때가 떠 올라 눈물이 납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거꾸로 돌려지는 느낌은 비단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일까요? 정말 이 시대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J형
어찌해야 할까요?  나도 2MB처럼 미친소나 처먹고 뇌 구멍 뚫리거나 말거나 확 불이나 싸질러 버릴까요?  아니면 서비스 단에 끌려 다니면서 비굴하게 나머지 생을 끌어갈까요? 노동조합은 발령을 거부하라네요. 많은 위협이 있겠지요. 내 사무실에서는 나 혼자라서 눈총이 심할 텐데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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