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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은 최고 통치자인 동시에 당대의 평균적 사회윤리의 준거이기도하다. 나는 이명박의 대통령당선은 민족의 재앙으로 이어질 거라는 걱정을 넘어선 두려움을 느꼈다. 모두가 걱정하던 온 국토를 헤집어놓을 한반도 대운하건설보다, 더 큰 근심은 그의 등장을 곳곳에서 잃어버린 세월이라 한탄하던 철학 없는 권위적 인성의 소인배들로 하여금 이 사회의 전면에 나서서 위세를 떨쳐도 된다는 신호로 해석될까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일들이 바로 내 주위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울메트로 사장의 존재가 급작스럽게 부각된 것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였다. 참여정부시기에는 그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지 못하였는데, 신년벽두에 글로벌화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요다 자동차와 마이크로 소프트, 삼성에 비견할 만한 초일류 공기업으로 도약이라는 기괴한 목표를 들이대며 그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지하철에 맞지 않는 목표설정은 이미 많은 문제들을 만들어낼 소지를 안고 있었다. 사장은 지하철 노동자들이 과거 경험에 의존하여 무사안일로 월급만 타먹는다며 타박을 놓았다. 사장은 신년사에서 갑작스레 창의혁신이란 말을 강조하면서 “당연히 가야할 길에 동참하지 아니하고 딴지를 거는 등의 반 혁신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결단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결국 조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못 박았다. 그리고 모두 잊고 있었던 몇 년 전의 파업관련 노동자들에 대한 재징계와 해고, 공공연한 노조 무시, 강화된 직무감찰, 공문서상의 허구적인 성과 만들기, 고객만족 구호와 각종 현수막의 등장은 흡사 유신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사장이 진심으로 지하철을 걱정한다면, 전임 이명박 서울시장에 의해 실행되고 있는 “심야 1시간 연장운행”을 폐지해야 한다. 심야열차는 만취된 서넛의 나이어린 취객들이 전동차 한 칸을 전세 낸 듯 편하게 누운 채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며, 하루 1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더구나 유가가 급등하는 현실에서 당장 폐지되어야할 사회적 낭비의 전형이다. 그리고 이명박의 업적으로 칭송되는 2004년 버스와 지하철 환승의 교통체계개편으로 연 1,200억 원이 넘는 손실에 대해 사장은 청와대가 해결하라고 요구해야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또 다시 노동자를 향한 구조조정, 분사화, 용역 타령이다. IMF시기 1,664명 정원 감축과 노조가 앞장서서 ‘1주일에 하루, 하루에 한 시간 일 더하기’를 주도한 업적으로 국회로 ‘먹(고)튀(는)’한 당시 배일도노조위원장의 ‘시대를 내다보는 노동운동’결과 주59시간 2교대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우울증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이, 오직 위에 잘 보여 출세하려는 ‘먹튀 사장’의 뒤틀린 정신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일이 어디 지하철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이 정부의 관료인선과정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청문회에서, 연일 계속되는 촛불 시위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에서 우리 정부의 주요엘리트들의 사고가 일반국민의 평균인식과 얼마나 거리가 멀며, 인지구조가 왜곡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광우병에 대한 논리가 180도 바뀐 3류 신문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바로 이명박대통령의 존재가 우리 시대 지배집단의 이성기능과 윤리적 정향을 어떻게 왜곡하게 만들며, 사회와 정치부문의 역량을 급격히 하락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준비도 안되어있고, 사태판단도 없이 우선 흔들어놓는게 장기인 듯한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효율화, 행정규제 개혁”은 서울지하철에서 또 다른 형태의 구조조정인 ‘서비스 지원단’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 지원단이라는 세련된 이름과 달리 여기에는 암투병중인 조합원, 장기투병으로 병가를 사용해야 했던 노동자와 육아휴직을 사용했던 여성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무엇이 이와 같이 우리 사회 곳곳에 사회적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히틀러치하에서 인종청소를 효율적으로 수행했던 ‘아이히만’류의 인간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일까. 지하철 노동자들은 회사를 걱정해야하고, 온 나라 국민들은 나라걱정을 해야 하는 희안한 시대, 사장이 출근하지 않는 휴일근무가 오히려 조직이 진정되고, 대통령이 아무일도 하지 않아야 국민이 편안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계속되는 사장의 엉터리로 노동자들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고, 70년대적 사고로 온국민을 꿰어맞추려는 대통령으로 인해 국민의 정신적 스트레스 지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거리로 나오게 만든 원인은 바로 여기 어디쯤에서 연유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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