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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4일 우리반 아이들과 합급야영을 마치고,
24일 여의도에서 열였던 전국교사대회에 참가한 후
분회 선생님들과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갔다.
전날 밤 꼬박새웠던지라 나는 9시 무렵 먼저 일어서
집으로 오려했더니, 일군의 무리들이 플랭카드를 걸고
청와대로 가자며 집회장 왼쪽으로 진입하는 것을 봤다.
다음날 아침 신문을 보니 밤새 가두시위가 있었단다.
그리고 3일 내내 이어지는 가두시위.

어제는
내일 있을 교내 합창대회 준비한다고
우리반 아이들이 지네들끼리 8시까지 합창연습을 한대서
담임인 내가 차마 먼저 퇴근할 수 없어 같이 있느라
시내로 못 나갔지만,
우리 전교조 조합원 동지 한 분이 어제 광화문을 다녀와 쓴
후기를 읽었다.
마치 87년 6월항쟁이 시작되려던 초반기 무렵의 분위기로
발전할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광화문에서 청계천에서 시민들의 자생적인 저항이 일어나는 걸까?

   *      *     *


26일 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애초 이 곳에 집회가 잡히기로 한 과정부터 놀라웠다. 발단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누군가가 청계광장은 사면에서 포위당하는 곳이며, 그곳 행사를 주관하는 대책위인지 뭔지 하는 각 시민단체 지도자들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무조건 광화문"을 외치면서 시작되었다. 지도부도 없었고, 주최측도 없었다. 그냥 인터넷 상에서 청계광장의 지도부에 실망한 네티즌들이 이렇게 저렇게 댓글 보며 몰려 들었다.

나는 집회가 성사되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이미 17시부터 동화면세점 앞 광장을 경찰들이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감한 시민들은 전경들 대오 사이사이에 낑겨 앉아서 촛불을 켰다. 별 수 없이 전경들이 조금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렇게 어떤 조직 동원 없이 단지 게시판 보고, 카페 보고(카페 공지글이 아니라 단지 댓글들) 찾아온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마침내 1000명에 달하게 되었다. 어쩌면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동시에 이 광경을 계속 캠코더로 찍어서 인터넷에 생중계하는 자원봉사자가 나타났다.

유명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 평범한 네티즌들이었다. 연단도 없고, 마이크도 없었다. 오직 육성으로 곳곳에서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강기갑으로 보이는 핑크빛 한복남은 사거리 신호등에서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이쪽은 쳐다도 안보고 청계광장쪽으로 갔다. 간혹 과격시위를 유도하는 선동이 있었지만 휩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고 세가 형성되면 뛰쳐나간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전경들이 점점 늘어났다. 전경들로 가득찬 교보사거리 일대에서 시위대가 들고 있는 1000여개의 촛불만 마치 섬처럼 빛나고 있었다. 과거 PD 진영의 중간보스(?)로 수 많은 야전(?)을 겪은 필자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여전히 발랄한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한번도 상상한 적이 없었다. 지도부도, 주최측도 없는 순전 인터넷 댓글만 보고 이렇게 집회가 조직된 것이다. 게다가 소위 진보단체들이 총단결해서 주최한 같인 시간의 집회가 쇼 같은 분위기일때 마치 80년 같은 비장함을 견디고 뭉치고 있는 것이다.

전경들이 더 욱죄어 왔다. 청계천쪽으로도 소식이 간 모양이다. 그래서 그 쪽에서 축제(!)판 그만두고 광화문으로 가자는 움직임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주최측은 도리어 그들을 주저앉히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절반 이상의 청계광장 시민들이 자리를 떴다. 버스에 막힌 상태에서 광화문쪽으로 가려면 종각쪽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고, 그곳에서 경찰에 차단되었다. 그 소식이 광화문쪽에 전해지자 광화문에 모인 외롭고 용감한 아마튜어들도 종각쪽으로 합류했다. 안타깝게 다음날 수업을 해야 하는 필자는 더 이상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발걸음을 떼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도부도, 지휘부도 없는 상태에서 오랜시간 경찰과 싸우고, 또 분산시키려는 프락치들의 준동에 25일때처럼 허무하게 흩어지지도 않고, 도리어 프락치 사진까지 확보했다. 단 며칠 사이에 그들은 프로가 된 것이다. 게다가 능숙능란하게 각종 통신기기를 활용해서 소식을 널리 알리고 CNN까지 움직이게 했다.

유명인사들.... 인상적인 모습은 이들 대오와 별도로 움직이면서 지사, 인사 행세를 한 삼보일배 의원들과 대비되는, 이들 속에 묻혀서 함께 웃고, 함께 이야기하다 끝내 함께 폭행까지 당한 진중권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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