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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마치고 새벽에 집에 돌아와 한숨 자고 일어 났다.
어제는 처음으로 새벽까지 청계광장에 머물렀다. 거의 집회를 끝까지 지켜봤다고나 할까...
언론의 보도대로 사고가 늘 집회가 끝난 뒤에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 ... 도데체 언론이란 것을 믿을수 없으니 말이다.
집회를 마치고 가두시위를 할때 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냥 평화적인 집회였고 집회에서는 청와대로 가서 이명박의 입성을 막자는 말도 있었지만 ... 일단 가두시위로 들어가면 선두도 없고 후미도 없이 그저 거대한 시민의 강줄기와 같이
길이 트이는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가다가  전경의 벽에 막혀 몇번 이리 저리 흘러다니다 청계광장에 다시 집합하고 앞에 어린 학생들이, 심지어 꼬마들도 제 앞에 너무 많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앞으로 나서고 나니 정경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에 서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시위대의 맨 앞에 서게 되니 다른때와는 다른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여러면에서 탄핵때와 비교가 되어 많은 생각 속에 잠기게 되는 것이었다.
전경들이 대치하고 있고 시민의 맨 앞줄에는  예비군복을 입은 시민들의 인간띠로 이어있었는데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그 예비군복이 주는 위화감 이란 것이... 분명 나와 같은 시민일 뿐인데 뭐랄까 일반시민시위대와는 좀 다른 느낌. 군복을 입으면 마음도 군인이 되는가 보다. 경직된 그들의 모습은 전경들과 닮아있었다.

그저 시민일 뿐이라 생각하고 싶은데 앞에 대치되어 있는 정경들과 똑 같이 말도 없고 침묵으로 긴장된 자세... 탄핵때 만들었던 인간띠와는 또 다른... 이질감. 위화감이 들었다.  
분명 시민을 보호하려고 나왔는데 나는 왜 또하나의 벽에 막혀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인지...
그러나 나의 이런 기분과는 상관없이 평범한 일반시민들은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안정감을 주었다.  뿐만아니라 대치하고 있는 전경들도 상당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비군시민은 시민과 전경 모두에게 우리편이라는 심리적 동질감을 줌으로써 긴장의 완층지대 역활을 하고 있었다. 시위가 진전됨에 따라 이 예비군들의 모습이 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만할것 같다.

이러한 대치상황에서 최전방에 예비군시민 뒤에서 어린 여학생들과 젊은 학생들. 청년들이 열심히 구호를 하고 있었다. 차시간에 마추어 많은 시민들이 돌아간 시위현장은 주변의 노숙자와 음주자, 어린 여학생들이 최전방에 상당수 있어 언제든지 돌발상황을 만들어 낼수 있는 불안감을 주었다. 예비군시민의 영향인지 탄핵에 비해 시민스스로 느끼는 안전의식이나 보호의식이 상당히 완화되어 있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사건들이 터지고 있었다.

소수의 예비군시민외에는 인간띠가 없는 까닭에 탄핵에 비해 시민들은 너무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언제라고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것은 진압군에게도 대책위쪽에서도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고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돌발적 분쟁이 일어나면 뛰어가서 말리고 진정시키는 사후처리 밖에 할수 없는 사항이 양쪽 모두를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일반 시위때는 집회가 끝나면 기자들이 돌아가는데 반해 오히려 집회 종결후 산발적인 사고로 인해 기자들에게 잼있는 기사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전경들과 대치되는 곳에서의 구호도 너무 돌발적이었다.  전경대장도 마치 학생들에게 타이르듯이 훈계조였다. 이제 그만 집에 가라. 예비군도 부끄러워 머리 숙이고 있다. 이제 할만큼 다 했으니 광장으로 가서 정리하고 집에 가라. 등등...
그런데 도데체 긴장이 되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에 맞서는 10대 시위대의 다양하고 기발한 구호에도 나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명박이도 군대면제. 내동생만 좇빼이다.  전경들만 불쌍하다. 그러나 그중에 압권은 따로 있다. 훈계가 안돼니 전경대장왈 "명령이다. 이제 그만 해산하고 집에 돌아가라 한다. 명령소리에 또 발끈... 그러나 그 답이 압권이다. 노래하면 돌아간다. 노래하면 돌아간다. 노래하면 집에 갈께요~ 안나오면 집에를 못가요. 마치 소풍온것 같은 분위기다.

1시경 전경대장의 훈계에 따른 것인지 예비군시민이 광장으로 가서 시민들을 먼저 기다기기로 하고 빠져 나갔다. (어린 시민들을 두고 예비군시민군이 먼저 자리를 물러나는 것은 또 무엇인지.... 어쩌튼 예비군이 빠져나가자 전경들과 기자들 그리고 어린여학생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바리게이트 없이 마주서고 일반적인 시위대열이 되었다.
나는 전경과 시민들 사이의 인간바리게이트가 걷어지자 순간 마치 술에서 깨어난 듯 정신이 들었다. 주변에 너무 어린 학생들이다. 다행이 오늘은 과잉진압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던것 같지만 순간에 너무나 무방비해져 버린 것이다. 술 취해서 오버하는 아저씨도 어슬렁 가리고 ... 구호를 외치던 여학생이 아무 생각없이 앞으로 한발 나서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팔을 뻗어
나오지 마. 안돼라고 말했다. 나의 단호한 어조에서 어떤 긴장감을 느꼈는지 천진난망하게" 촛불문화제 "에 참석해 겁 없이 소리지르던 여학생은 비로서 예비군시민의 바리게이트가 없는것을 인식하고 깜짝 놀라며 왜 안돼요? 뒤로 흠짓 물러났다. 좀 지나도 시민들이 예비군들을 따라 빠져주지 않으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그제서야 그 자리에서 빠져나와 새벽 광장 여기 저기를 둘러 보았다. 술취해서 흥분한 사람들, 전경들과 오고가는 욕설... 작은 실수에도 언론의 촞점을 받으려고 선동적으로 던지는 자극하는 욕설들... 곳곳에서 카메라로 체증하는 장면들이 서로를 자극하고 조그만 자극에도 욕설이 오고 갔다.

그런 와중에 시민이 후진하는 닭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민들에 의해 잡힌 시경 정보과 형사가 체증하다 잡혀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2시간 넘게 실랭이를 하기도 했다.

정보과 형사와 실랭이 하는 두시간 내내 지켜보면서도 아슬아슬했다. 일반적으로  체증하다 잡히면 몇분 실랭이하다 밝히고 가버리는데 이 사람은 2시간 넘게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마치 돌발을 요구하는듯이..  이미 사진은 지웠고 주변에 경찰을 불러 신분확인을 시켜달라고 해도 경찰이 전화 하는듯 하면서 사라져버렸다.  
한 시민은 욕설이 나오고 또 강제로 확인한다고 하고 형사는 그냥 사진찍기 좋아하는 그냥 시민이지만 신분증은 안가지고 왔으며 지갑안에는 신분증이 없다고 버티었다. 보여줄수 없으니 맘대로 해보라는 식의 대치가 2시간을 넘겼다. 결국에는  언론에 알려졌듯이 밝혀졌지만 경찰은 강압진압이 아닌 도발을 선택한 듯 했다. 그리라 통제되지 몇몇 시민들은 또 다른 시민들에 의해서 진압되어 아슬아슬하게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집회에서 운동권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시민과 운동권과 또 예비시민군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고 진행될것인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거 같다. 그러나 오늘 집회를 지켜본 결과 나는 지난 탄핵 집회때 성숙한 집회문화를 보여주었던 많은 분들이 나와서 운동권과 시민들의 가교가 되어 소고기수입을 막고 나아가서 공기업 민영화, fta를 저지하는데 일조하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서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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