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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고라와 오마이, 라디오 21을 기웃거리며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큰 아이를 데리고 광화문에 다녀왔습니다.

이순신 동상 앞에서 계속 대치중이어서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시위 구경도 시켜주고, 함께 구호도 외치고,
닭장차를 밧줄로 끌어내는 광경에서 큰 놈은 경이로운 박수와 표정을 짓더군요.
시위대 맨 앞부터 맨 뒤까지, 청계천의 민주노동당 농성장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큰 아이에게 민주주의 학습을 시켰지요.
물대포 맞아보자고 제법 겁대가리 없이 나가더니
경찰이 소화기 분말을 퍼대고, 정말 물대포가 나오기 시작하자
방수복을 입고 대열 앞으로 나아가는 아들놈을 팔을 붙잡고
대열 중간쯤에서 관망하다가
내일 학교 가야 하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고 꼬셔 집에 왔습니다.


요즘 하루하루가 역사의 새로운 순간입니다.
저는 요즘 저 자신을 ‘낡은 진보’라고 규정했습니다.
새시대 역사의 창조자들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광화문은 젊은 혈기로 왕성합니다.
도무지 운동권같이 생기지 않은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흘리며 전경차를 끌어내고,
나시티에 하이힐을 신고 비옷을 입은 젊은 여성을 보면서,
정말 저 젊은이들이 왜 분노했는지 생각해보면서
깃발 사이에 서 있습니다.

어제 새벽 5시 경복궁 앞에서 물대포를 맞으면서도
의연하게 버티는 젊은이들을 보면서도 그랬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롭게 열어가는
‘새로운 진보’들이 나타났습니다.


밤을 새워 시위를 합니다.
정말 그들은 이명박에게 화가 난 것 같습니다.
꼭 청와대로 가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우리도 청와대로 가자는 말을 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들은 정말 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밤을 온통 거리에서 지냅니다.


우리는 감히 생각도 못해본 실천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에 광고를 준 기업들에 전화하고,
홈페이지를 완전 도배질해서 기업들이 항복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우리끼리만 벌이던 운동권이 아닙니다.
전화가 불통이 되게 만들고, 홈페이지를 도배질해서
항복문서를 받아냅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를 해킹해서
쥐새끼 잡는 고양이로 도배질을 해버립니다.

왜 편의점 GS25에 경향, 한겨레가 없냐고 항의해서
해명서를 받습니다.

심재철 홈페이지를, 이혜훈 홈페이지를 닫게 만듭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애국가를 부르는 젊은 투사들은
밤새는 게 일입니다.

경찰차에서 협박 방송이 나오면
“퇴근해”, “노래해”,
살수차에서 살수를 하면 ”세탁비“를 외칩니다.

하나하나가 모두 감동입니다.
그들은 이명박도, 조중동도 모두 무릎꿇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시대의 전위투사들에게 경탄과 찬사를 보내며 살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 청계천 민주노동당 농성장에 가보니
최순영, 이영순, 현애자 의원이 앉아있습니다.
민주노총 농성장에는 총연맹 실국장들이 앉아있습니다.
너무 초라합니다.
지금 대중은 거리에서 싸우는데 농성?
이거 정말 분위기 안 맞습니다.


지난 5월 24일 처음 거리로 시위대중이 진출했을 때,
저는 시기 상조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칫하면 저놈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시위대는 하루 거리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밤을 새우고, 또 다음날 밤을 새우고, 계속 잡혀가면서 여론을 뒤집어버렸습니다.
이명박을 계속 코너에 몰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저의 판단이 틀렸음을,
이미 저의 감각이 시대에서 뒤떨어져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희망을 느낍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내가 이제 낡은 진보라는 사실이 기쁩니다.

나시티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비옷을 걸친 젊은 진보들이 고맙습니다.
더 이상 전위적 의식을 갖지 않고, 젊은 전위투사들에게 배우려고 합니다.

아고라에서 함께 호흡하고, 댓글 하나 달아주고, 찬성에 한 표 몰아주고,
기업에 전화해서 항의하고, 헛소리 하는 놈들 홈피에 가서 욕 한 번 해주고,
생활부터 진보적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변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는 형식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할 때가 아니라,
시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진보들에게 배워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밤 10시면 대충 집회 마치고 술 한 잔 하는 진보가 아니라,
반드시 청와대에 가겠다고 밤을 새는 새로운 진보들에게
새로운 운동을 배워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묵은 때를 벗고 거듭나는 6월이 되고 싶습니다.

    *     *     *


위의 글은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저는 6살 짜리 아들 하나 밖에 없으니까요.
저희 지회 홈페이지에 어느 선생님이
옮겨 놓았던 글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거리 시위에 다녀올 때마다
늘 느끼던 마음이라서 옮겼습니다.

저도 요즘 매일 배웁니다.
그동안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실천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들과 실천들로 거리를 수놓는
새로운 진보, 생활 속의 진보들을 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웁니다.

이 6월, 저도 내 안팤에 남아 있을
묶은 때를 벗기고 싶습니다.


2008. 6. 3.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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