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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광장도 방송장비도 지원차량도 모두 빼앗긴 시위대는 보신각앞 도로로 모여 들었다.
대책위 천막도 늘 길거리에 늘어져 있는 핏켓도 초도 없었지만 시민들이 모여드는 그곳은  광장이다.
확성기도, 구호의 일관성도 없었지만  여기 저기 터져 나오는 쉬어 버린 육성의 구호들은 어떤 오케스크라보다 아름답다.  
 
나는 밤마다 전쟁터로 간다.
새벽이 오면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리셋이 되리라고 주문을 외며
전쟁이 아니라 밤마다 꾸는 악몽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마치 몽유병환자처럼 길을 나선다.
 
나의 무기는 어둠을 밝히는 양초하나
나의 갑옷은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진 하얀 비닐 우비
그러나  진실은 우리의 승리를 담보하는 것이며 우리들의 가장 강력한 힘이기에 우리 시위대의 눈빛엔 어떤 절망의 흔들림도 없다.

몇일 전부터 이곳은 전운이 감돈다. 이제 이명박은 배수진을 치고 강경진압으로 쓸어버리려고 작정을 했다. 그동안 시위대의 폭력을 유발해 폭도로 만들어 정당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그만둔 모양이다. 그 모든 술수가 비폭력 자율적인 시위대에 의해 깨져버리자 그가 찾은 정답은 국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배후를 찾기를 포기하고 모두를 공포속에 몰아 버리면 사그러질거라는 생각으로 굳혔다. 그는 정말 이 모든 시민들을 쓸어 버릴 생각인가. 지금은 충분하지 않은가? 얼마나 더 많은 시민들이 다치고 깨져야 그는 이 폭력진압을 그만 두라고 할것인가?

이제 진압할 시간이다.
방패를 사이에 두고 전경들과 마주서면 전운이 감돈다. 새까많게 완전 무장한 철모 아래서 흔들리는 눈빛을 마주한다.

아, 어쩌란 말인가. 전경으로 아들을 보낸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애써 무표정하게 굳어 있는 저 모습 안에 소용돌이치는 어린 동생같은 전경들의 아픔이 떠올라서 나는 오늘도 전쟁의 한복판에서 목이 매인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부를 뿐이다. 법으로도 무력으로도 우리는 저들의 거짓을 이길수 없다. 그래서 더욱 목이 쉬어 터지라 부른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고 ...

우리가 경찰의 물대포에 얇은 비닐우비로 맞서고, 때리면 도망가고, 조금이라도 우리를 지키고 보호 할수 있는 것은 매일 밤마다 거리로 나가 폭력에 맨 몸을 맡기고 자신을 내 던지는 것 외에는 할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나를 분노하게 한다.

경찰의 보호조치로 연좌하고 있던 국회의원들과 시위대가 격리 되었다. 나는 보신각앞 도로에서 의원들과 함께 연좌하며 전경들에 의해 둘러 싸여있다. 우리는 오늘 시청광장을 빼앗기고 이곳으로 왔다. 방송차량도 없이 산발적으로 흩어진 시위대들이 다시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 온다. 지금 이곳에는 소수지만 이곳을 사수하는 것이 빈손의 시위대들에게 폭력을 견디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지금 이곳으로 다시 모이려고 오는 시위대들은 종로, 을지로 골목 골목에서 전경들에게 진압당하고 다치고 연행되어 간다는 소식을 듣는다.
나는 그저 긴박한 소식들을 듣으며 사람들이 많이 다치지 않기를, 어제 같이 누워있는 시민들을 밟고 진압하는 그런 끔찍한 폭행들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기도한다. 빨리 새벽이 오기를.... 그래서 이 악몽같은 꿈이 깨어나 다시 몇시간의 일상이나마 누릴수 있게.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듯이 새벽은 시청광장에서 어김없이 온다.
청소차가 전쟁의 흔적을 쓸고 지나가면 버스가 다니고 출퇴근을 하고... 이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집으로 가면서 고1아들을 전화로 깨운다.

"일어났니? 지금 가는 중이니까 일어나서 씻고
뭐 적당한거 챙겨 먹어라. 늦지 않게 학교 가고.... " 오늘도 나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 갈수 있어서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도 돌아 갈수 없는 동지들이 있다. 그냥 몇시간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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