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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광장으로 나선 이후 가장 일찍 귀가했습니다.
아쉽겠지만 10시가 넘었으니 이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는
신부님들의 귀가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부터 시청광장에 천막을 치고
당신들은 국민들 마음이 하나로 모일 때까지 단식을 하면서
내일부터 매일 6시 30분 시청광장에서 미사를 계속하시겠다고 했습니다.
미사는 정말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지요.
상처받은 마음들, 울분에 찬 마음들, 답답한 마음들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해주는 그런 미사였습니다.
유머와 평화와 깨어있는 맑은 영혼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어우러진
그런 미사였지요.

"여러분 많이 외로우셨죠?"

신부님이 강론 중에 하신 말씀이죠.
촛불들을 위로하는 저 말에 눈물 보인 사람들도 있었구요.

중간중간 우레와 같은 박수들이 터져나왔고
영성체후 묵상 시간에는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오신 스님의 추천곡
광야에서를 다함께 노래했지요.

마지막 쯤에는
"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자기 안의 욕심을 태워 빛을 내는 존재"라고 하셨던가....
암튼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리고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말씀도 하셨구....

그리고 곧 가두행진을 시작하겠다며,
"우리는 남쪽으로 갑니다!"하고 선포하셨습니다.

"우리는 청와대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러 국민들을 향해 남쪽으로 갑니다.
불타버린 남대문은 잿더미가 된 민주주의의 상징이므로
우리는 그 남대문을 보듬으러 갑니다.

우리의 행진은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알리려하기 보다
지치고 외로웠던 국민들을 위로하고 보듬기 위한
위로의 행진이 될것입니다."

강론을 통해 신부님들이 가르쳐준 내공을 요약하면

1. 철저한 비폭력 정신만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2. 앞으로 우리 촛불의 행진 방향은 청와대가 아니라 시민들을 향해야 한다.
3. 오래 가는 질긴 놈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놈이, 쪽수 많은 놈이 이긴다.

뭐 이런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이런 지혜로운 내공을 가르쳐 주시는 것을 보면서
역시 수행하시는 신부님들이 다르긴 다르다는 그런 생각을 했지요.  ^^

아참, 오늘 안 사실인데,
시청광장 옆에 국가인권위가 들어선 빌딩이 있더군요.
그런데 거기에 붉은 색 대형 플랭카드가 하나 걸려 있고
거기엔 "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 세계 인권선언 60주년"이란
글귀가 선명히 박혀 있었습니다.
그 글귀를 읽으니 괜히 마음이 슬퍼지더군요.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공권력의 폭력적인 진압에
무참히 짓밟히는 2008년 대한민국의 인권이,
망신창이의 인권이 떠올라서.......
다행히 그 울적한 마음이 제 앞에 앉았던 수녀님들이 만들어 온
손팻말에 쓰인 단어들로 인해 말끔히 씻기었지요.
수녀님들이 손수 만들어오신 동그랗고 예쁜 작은 손팻말에는
'생명', '평화','투명','소통','정의','비폭력','도덕성','공동선','분배' 란
단어들이 하나씩 씌여 있었지요.
혼자 그 단어들을 하나 하나 나직하게 소리내 읽어봤지요.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슬픈 마음이 사라지더군요.
저 단어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에게는
단 한 개도 없지만, 우리에게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게
없습니다. 일상적으로 늘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지요.

이명박 정부로 인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자 하시는 분들,
어둠을 몰아내는 촛불을 밝히고자 하시는 분들,
매일 저녁 6시 30분 시청광장으로 가셔서 신부님들이 진행하는
미사에 참석해보세요. ^^

사실, 오늘 미사에 갈 때는 미사 후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게릴라 시위에 참여하는 게 주목적이었는데, 신부님들의 새로운
전술에 감동받아....편한 마음으로 일찍 귀가했답니다. ^^
암튼, 오랜만에 잠시나마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밤입니다.


2008. 10. 30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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