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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끝난 대화에 끼어들기가 조금 거시기합니다만,
찜찜함이 계속 남는군요.

나를 먼저 반성하고, 우리를 먼저 반성하자는 말에는 털끝만큼도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60일 이상을 시간이 허락하는 한(때로는 시간과 여건, 그리고 체력이 허락하지 않아도) 청계광장과 시청 그리고 광화문에 있던 사람의 눈으로 보기엔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야말로 누구보다도 나를 먼저 반성하고 우리를 먼저 반성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TV와 언론을 통해서 점잖게 관전평하며 바라보는 분의 눈으로 보기엔 청와대로 향하려는 사람들이 자신을 반성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하루종일 일터에서 있다가 너무 피곤해서 '오늘저녁은 좀 쉬어야지, 어디 나 한명 촛불 안든다고 뭐가 달라지고 나한명 촛불 더 든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집에 들어가 쉬려면 아스팔트 바닥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비가 오면 몇시간이고 비를 맞으며, 물대포를 쏘면 물대포를 맞으며, 또 방패와 곤봉에 이마가 찢어시고 팔이 부러진 사람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미안하고, 내 반성과 내 책무를 다른 시민들에게만 맞긴다는 것이 못내 떳떳하지 못하여 결국은 또 시청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의 눈으로 보기엔 거기에 나온 사람들의 가슴은 누구보다도 뜨겁고, 자기 자신과 주변의 이웃, 나아가 국가와 민족, 인류와 환경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들이 주류였습니다.

제가 사회선생인데요, 수업시간에 아이들끼리 토론이 벌어집니다.
어쨌건 쿠데타로 집권한 정부가 아니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인데 이렇게 난리치는 것이 말이되느냐는 항변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니깐 국민 말을 들어야지 국민 말을 안들으니 이러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이어집니다.
암만 그래도 민주주의는 절차가 있는거고 오늘날 민주주의는 대의제를 기본으로 하니 국민들이 난리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재반론도 나옵니다.
그러면 대의제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상 어쩔 수 없으니 한 것이지 그게 절대적으로 옳아서 채택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서툰 말로 표현하지만 주장의 골격은 다 갖춘셈입니다.

어느 의견 하나 틀린 의견이 없지요.  
중재자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정리해주고 난 후 토론자로 저의 의견도 피력합니다.
현대 민주주의는 분명히 선거를 기본으로 한다. 우리 대통령도 분명히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주권은 5년에 한번 치러지는 선거때에만 행사할 수 있는 제한된 권리가 아니다.
대의제도도, 선거를 통한 행정부의 구성도 국민주권의 원리를 초월하는 상위 원리가 아니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서 집약적으로 주권을 행사하지만 평상시의 참여와 감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주권을 행사할 때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헌법에서도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등의 자유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뽑아놓은 대통령을 두고 왜 난리냐는 딸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막히신 이유에 솔직히 공감이 잘 안됩니다.
솔직히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이기 때문에 촛불을 들고 청와대를 향하기 전에 자기 반성을 먼저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박명아님의 반성의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촛불을 들며 참여와 실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반성하는 방법보다 더 통렬한 반성의 방법을 먼저 실천해 주신다면 시민들은 힘들게 물대포와 방패, 곤봉에 다치지 않고 박명아님의 반성법을 따를 것입니다.

박명아님의 말씀처럼 아이들이 정말 지혜롭지요.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드는 사람들은 그 지혜로운 아이들과 소통을 하며 함께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못본 자신의 어리석음에 화가나 한 번도 촛불을 들지 않았던 분의 지혜로운 반성이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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