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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일렁인다.
아름답다.
어둠을 밝히는 빛은 그냥 아름답다.

왜 우리는 지금 촛불을 들고 있지?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우리다. 바로 오늘 촛불을 들고 있는 우리.
이명박은 총칼로 무장하고 권력을 잡은 정부가 아니다.
그를 우리 손으로 뽑아 가마에 태우고 청와대로 입성시켰다.
나는 한 번도 촛불 집회에 나가지 않았다.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너무나 화가 나서 내 자신부터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이명박을 찍지 않았으니까, 책임이 없다는 말은 이 상황에서 치졸하고 유치한 변명뿐이다.
재협상하라? 이 말은 우리 스스로 곱게 가마 태워 청와대로 들여보내고 제 발로 스스로 걸어 나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럴 사람인가? 그럴 사람이면 그런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분명 이명박 본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장난하나....'
그러니 우루과이 사태(?) 라고 말한 유식한 전직 대통령에게 국민들 버릇을 단단히 고쳐줘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 그런 말을 듣게 만든 것은 우리들이다. 자업자득 아닌가.
BBK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삼척동자도 이명박이 거짓말 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눈 감았다. 왜? 잘 살게 해준다는 말에.
청계천을 돌리기 위해 하루 300만원이 넘는 전기료를, 하루 1시간 전철 연장에 1억 원이 넘는 돈을 우리 주머니에서 지불하게 만드는 사람이 내 호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준다는 말에 순진한 건지 바보스러운 건지 우린 그냥 훌러덩 넘어갔다.
자연을 경외하는 혜안을 가지지 못한, 한반도 대운하, 운운하는 사람에게 일자리 창출이다! 며 88만원 세대도 훌러덩 넘어갔다.
그 결과
미 대통령의 별장인 켐프 데이비드에 묵은 숙박료를 너무나 황공해서 국민의 건강으로 지불하고 돌아왔다.
나 같은 바보도 뻔히 보이는데 똑똑한 당신들은 왜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보지 못했단 말인가?
오늘 이만큼이라도 촛불을 들 자유가 어느 날 땅에서 그냥 뚝! 하고 거저 떨어진 줄 아나?
정말 너무나 아깝고 똑똑했던 그 시대의 젊은이들, 혹은 민족과 역사 앞에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자기희생과 헌신, 피 흘림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지금 감히 시청 앞에서 촛불을 들 수 있었겠는가.
왜 우리는 그 희생을 잊지 않고 좀 더 자숙하고 냉정하고 겸손하지 못했는가?
우리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희생 위에 무엇을 만들었고 무엇을 이룩했는가?
“다시 공포정치가 시작 된 것 같아요.”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그들의 헌신을, 재빠르게 역사로 만들어 버린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이것이 다 노무현 때문이야! 애초 노무현이가 잘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어!”
끝까지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우리의 어리석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논리를 만드느라 입에 거품을 문다.
‘노무현이가 이명박 뽑아서 청와대로 입성 시켰나?’
제발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그래야만 길이 보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한 우리는 결코 이 미로에서 빠져 나갈 수가 없다. 어리석음만 계속 되풀이 할 뿐이다. 먼저 조용히 우리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인정하고 잘났다고 떠들지 말고 우리 자신 앞에 무릎을 꿇어야한다. 우리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우리의 어리석음과 우리의 무지와 우리의 망각을 반성하며 촛불을 밝혀야 한다.
우리의 어리석음을 태워버리기를,
우리의 무지를 태워버리기를 기원하며.
우리의 중학생이 미친소가 싫다는 촛불을 든 그 옆에서 우리는 조용히 침묵하며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나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라는 머리띠를 두루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무력으로 막는 것이 뻔한 것을 알면서도 왜 청와대로 가야하는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더 큰 무력의 구실을 주기 위해?


이틀에 걸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촛불집회를 지켜보며 난 다시 내 자신을 용서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희망을 갖기로 했다. 우리를 용서하기로 했다. 이젠 나도 내 자신을 용서하고 내 자신과 화해하며 촛불을 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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