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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륭농성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짧지만 간절한 호소를 전하려 합니다.

시간과 마음이 급해서 잘 정리된 후기 형식의 글을 지금은 한줄도 채 써내려갈 자신이 없습니다.

어제 그나마 희미한 한줄기 기대마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기륭 사측과의  마지막 교섭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생존의 한계를 넘는 오랜 단식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램을 잔인하게 외면하는 교섭결과는 또다시 우리를 분노로 떨게 합니다.

마지막 교섭에서 노동조합은 당초 가장 기본적인 요구안인 "직접고용 정규직화"의 당연한  요구를 양보하여 동지들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비정규투쟁의 작은 성과를 축적하기 위한  불씨 한 점 살린다는 심정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재하청 신설회사(법적인 성격이 불분명한)에의 한시적 복직을 수용하기로 대폭 양보하였으나 사측은 고용규모에 있어서 10명 만을 선별 복직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으며 1087일이 넘는 오랜 해고기간 중의 임금보전에 관해서도 어떤 형태로든 법적인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소박한 요구마저 회피하고 거부하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함으로써 어렵게 마련된 마지막 교섭은 끝내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옥상에서 65일을 넘겨 단식중인 두분은 며칠 전부터 이미 소금과  효소마저 끊어버린 상태입니다.

혈당과 맥박은 수치로 표현하기 두려울 만큼 저하되어 있으며 어제부턴 장기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고 의료진은 전하고 있습니다. 심장 쇼크의 위험은 이미 언제라도 상존하는 위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누이이자 동지인 이들은 너무나 간절히 살고 싶은데 가장 여린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자본의 횡포와 착취와 차별이 일상화된 비정규노동의 참혹한 현실 앞에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보입니다.  

곡기를 끊은 동지들은 힘겹게 말을 전하였습니다. 함께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살고 싶어 이대로는 멈출 수가 없다고....

오랜 세월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하며 사회적 고립을 온몸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절한 저항이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이들의 벗이 되고 동지가 되고 궁극에 가서는 함께 호흡하는 하나의 숨결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진정한 연대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일 " 이란 글귀가 활자를 넘어 생생한 삶의 울림이 되어 가슴에 박힙니다.

많은 사람들의 튼튼한 연대와 맞잡은 손, 그리고 여럿이 함께 만드는 작은 희망 만이 가늘게 떨리는 생명의 숨결을 살려내고 천형(天刑)처럼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정규노동의 질곡을 걷어낼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륭에서 저는 운동의 처음자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 내가 너에게 질문이 되고 통로가 되는 길이며, 당신이 나에게 삶의 이유가 되는 길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눈이 되고 발이 되고 거름이 되며 마침내 삶을 움직이는 맥박이 되게 하는 길" 이란 첫마음을 오랫동안 잊고지낸 자신을 아프게 자각합니다.

얼마전에 기륭문화제에서 "강아지똥"이란 노랠 들었습니다. 그이는 이렇게 전합니다.

"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스며들고, 다수자가 소수자에 스며들고, 어른이 아이에게 스며들고, 내일이 오늘에 스며드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

"치열한 삶과 눈물겨운 투쟁, 그리고 서러운 가난을 넘어 희망을 만들어가는 기륭현장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작은 사람'  신현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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