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학암포 사랑

by 유천 posted Aug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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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암포 사랑

                                                          유  천


충청도
땅은 강을 회돌아 올라선
옛산성의 넓적한 기와조각 같은 곳
저류, 강바닥 속을 흐르는 물줄기 같은 곳
인심은 깨어지고 흩어져서 조각난 유리조각 같은 것이나
그래야만 숨통이 터져
반도가 숨을 쉬게 하는 곳

서산을 거쳐 태안 땅에 닿으면
뭍과 바다가 만나 모래언덕이니
남쪽꽃송이 서남쪽꽃송이 서쪽두꽃송이
서북쪽꽃송이 북쪽꽃송이 이렇게 만개한
여섯송이 꽃이
바다를 향해 피어있고 꽃술은 빠져나와
남쪽꽃송이를 떠받치고 있구나

학암포는 서북쪽꽃송이를 만나러 가는 길
방갈리 젊은 아주머니는 묶여있는 고기배를 나무라고 있었다

굴 바지락 낙지 멸치 꽃게 우럭 붕장어 간재미

다문 입에서 읊조리는 그녀의 음성은 또렷했다
당신은 분명 어부의 아내

검은 기름이 태안 앞바다를 덮치자
애처로운 뿔논병아리는
뒤범벅이 된 검은 날개를 퍼덕였고
바지락은 기름이 스며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죽어갔다
시커먼 유막이 돌을 감쌀 때
깨어나기를 얼마나 빌었던가
부드러운 감촉은 향기가 아니라고
음악이 아니라고
잠들면 안된다고

정치가 예전엔 대북을 끌어들이더니 이젠
미덕인 온정과 인정으로 옮겨가는구나
기름띠가 멀리멀리 퍼져 그렇게
군산, 목포 더하여 부산, 제주까지 퍼진다면
120만이 아니라 전국민 모두 자원봉사에 임하겠구나

건희야
시장은 거래가 생명이니
태안 해안가 주민들이 무엇을 쥐어주며
잘못했다고 빌어야하느냐
국가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지경이라면 너는
해상크레인 예인선 와이어를 끊어 유조선을 들이박는 일을
막을 수 있었잖았느냐 아니면
네 스스로 그 일을 꾸며 저질렀느냐

명당자리란 맞춤으로 삼성왕국은
3대까지이니 건재하게 운용하여라
기름을 들이부으라는 명령의 위 선을
헤아리기도 전에 이미
알아서 조아렸을 것이니 더이상
명당찾기는 그만하고
만족함을 알며 너의 신앙대로
참회하여라

매캐한 기름냄새가 다 가셔지진 않았어도
해안선엔
바다쇠오리 괭이갈매기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가마우지 그리고
뿔논병아리가 잘들 노니는구나
그래, 대통령선거 정국에
물의 돌이 재앙을 만났으니 다음엔
들의 돌이 조심하고
그 후엔 산의 돌이 조심조심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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