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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생각 많은 밤입니다.

퇴근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촛불집회가 있는
서울역 광장에 갔었지요. 거기서 신현원님도 잠시 뵈었고,
예전에 작은책 기자를 하시다가 지금은 진보넷(참세상) 기자로 활동하는
아주 반가운 지인도 만났어요. 6년 만인가 7년 만인가.
모두들 건강한 모습들이어서 더 기뻤지요.
다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벗들이 참 반갑대요.
인도로 걸어서 조계사로 갈려고 했더니
경찰이 인도를 가로막고 보내주지 않더군요.
왜 인도로 가는 것까지 막느냐고 항의했더니
깃발을 내리고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은 깃발도 못 들고 가느냐고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죠. 한 20분 정도 실갱이 벌이다
결국 개별적으로 조계사로 이동했어요.
조계사에 갔더니 이미 다른 많은 시민들과 촛불들이 조계사 마당,
어제 피습 사건이 있었던 그 현장 옆에서 약식 집회를 하고 있더군요.
사건 현장을 보존하고, 천막 상황실도 마련하고,
촛불다방과 다인 아빠의 밥차도 와 있고,
조계사 앞 인도에서는 한 10명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고...
그곳에서 여러 시민들이 어제 있었던 피습 사건에 대해 자유발언 형태로
어제 피습 사건이 경찰 발표와 달리 계획적인 테러라는 의구심들을
표했어요. 경찰이 조사해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그리고 가끔 사회자가 서울대 병원에서 의식 불명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 전했습니다.
(두 명은 다행히 피해를 당했지만 상태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고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고, 이마 깊숙이 칼이 꽂혔던 피해자는
4시간이 넘는 수술을 마치고 의식불명 상태인채로 서울대 병원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그러다 집회 사회자가 '지금 현재 사복경찰들이 서울대 병원에 들어가
피해자 가족들을 회유하고 있고, 가족들은 경찰들의 회유 때문인지
촛불들이 확실히 가족들을 지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곳으로 갈 수 있는 시민들은 급히 그곳으로 가주면
좋겠다고, 가서 가족들에게 힘을 주고 그곳 상황을 잘 감시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서울대 병원으로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여전히 조계사에서 약식 집회를 이어갔지요.
경찰들이 사복경찰을 병원으로 보내서 가족들을 회유하는 이유는
의식불명에서 사경을 헤매는 피해자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은
위독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군요. (부디 의식 되찾고 회복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사망하면 빠르게 장례를 치르고 화장하게
하려는 (옛날 박종철군 때처럼) 의도라고 시민들은 의심하지요.
예전에 박종철군 사망했을 때도 경찰이 박종철군 아버지를 회유해서
곧바로 화장하고 장례치뤘지요. 그 이후 박종철군 아버지, 그때 일을
그렇게 후회하신다고 그랬지요. 암튼, 그리고 지금 조계사 앞에는 물대포를
비롯해 많은 경찰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조계사에 나올 때도 이미 도로 양편 가득 닭장차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보신각까지 닭장차들이 막고 있었어요.
그리고 조계사 앞 도로 건너편으로는 전경들이 대오지어 왔다갔다
하며 조계사 쪽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더군요.
경찰 발표로는 피의자가 자기 식당에서 칼을 가져와서 찔렀다고 했지만
그 피의자의 식당은 2분만에 칼을 가지고 올만큼 가까운 거리가 아니였고,
전직 교수라는 사람이 자려고 했던 피해자들을 꽤워서 자기가 뉴라이트라고
이야기 해보자고...말을 붙이며 피습 사건의 실마를 열었는데,
피해 상황을 다 목격한 그 전직 교수는 피해 발생 이후 사라졌다고 합니다.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고....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으니
단정할 수 없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는 게 그곳에 있던 분들의
의견이었습니다. 피의자가 잡혀가면서 그러더랍니다
"아~ 나는 그냥 감방가면 돼"
대체 왜 이런 이승만 자유당 시대에나 있을 법한
백색 테러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요?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정말 어쩌자는 건지...참 답답하네요.
학교 안에서는 아이들과 만나는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데
학교 밖은 왜이리 우울하고 썪은 내가 진동하는 쓰레기더미 같은지...

맨날, 이곳에 이런 글만 올리자니...글 쓰는 저도 참 불편한 마음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글 보고 불편해할 나무들도 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 맨날 이런 우중충한 이야기로 이곳 숲 분위기를 우중충하게 만들까 하고.
그래도 함께 촛불 들었던 사람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일에
이곳 나무들도 아셨으면 해서....좀 불편해 할 분이 있더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곳에서 행복한 마음 담고싶은 나무들에게는 죄송합니다.

마치 상처입은 짐승같이
누워 잠자지도 못하고
담배 한 가치 뽑아 물고
이 늦은 밤, 숲에 서성거리고 있으니
부디 너그러이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    *    *

   시퍼런 칼날로
   끊으려 끊으려 했지만
   이 업을 왜 못 버리나
   생과 사
   선과 악
   사랑과 미움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내 실체  때문인가
   혼돈과 고통과 살벌한 광야
   붓대 하나가 자유의 무기인가

   - 박경리, < 업 > -





2008.9.10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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