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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진실의 자살을 두고 자살의 무책임함을 꾸짖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김진홍 목사가 교인이 자살을 했다고 꾸짖었고 김지하 시인도 무책임한 태도라고 故 최진실의 죽음을 문제삼았다. 그들의 자살에 대한 질타가 무엇을 위함인지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자살에 대한 그들의 시각에 절반만 동의한다.



자살자를 위한 변명



나 역시 연예인을 향해 "스스로 악플에 강해져라" 라고 밖에 충고해 주지 못했다. 그것은 악플 자체가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하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 그것과 관련해서는 "악플, 촛점이 틀렸다" 라는 이전 글에서 이미 언급을 했으니 여기서 부언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군가 지적해 주었듯이 악플을 이겨낼 만큼 강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여린 사람보고 강해지라고 하는 나의 주장도 실은 그 자체로 폭력적인 것이고 거만한 것일 수 있다. 극성 마초가 아니라면 여리거나 약한게 죄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매듭지어 말해두지만 약한 건 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자살자 중 상당수는 약하고 여린 영혼인 경우가 많다. 물론 약하다는 것이 힘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약자나 의지력이 약한 사람도 포괄하는 그런 의미의 약함이다. 故 최진실씨의 경우도 많은 사람이 강한여자라고 이야기 하지만 누가 아는가 그가 약한 사람인지 강한사람인지. 몇몇의 사례만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죽지않기 위해 한없이 강해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이 정글의 사회에서 수많은 '약자'들이 자살을 택한다.



자살이 개인의 선택이었는가



자살은 흔히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이야기 한다. 추측건데 자살이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살이란 사회에 대한 부적응의 형태 중 가장 극명한 것이다. 죽음으로써 이 사회에 적응하여 살기를 거부하는 행위인 것이다. 흔히 우리는 자살을 개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정말 그러할까? 장담하건데 자살을 하는 사람들 중 죽음을 동경해서 죽는 사람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우리의 너무나 손쉬운 이런 믿음과 달리 자살자들은 죽는 순간까지 삶을 동경했다.



삶을 동경하는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이 극명한 역설 속에서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는 우리의 손쉬운 생각은 정정되어야 한다. 살고 싶지만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그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런 역설적 상황은 빚어질 수 없다. 그 무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없이 자살을 개인의 탓으로만 전가하는 것은 자살자에 대한 무례다. 나는 자살만큼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의 표현을 본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쩌면 모든 사회적 의미의 자살이 실은 타살이 아니었는지 의심해야만한다.



야만적 사회의 자화상



당신은 혹 전태일을 아는가? 70년대 열악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치며 분신자살을 한 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나는 김진홍 목사나 김지하 시인에게 묻고 싶다. 노동자들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전태일에게도 최진실에게 한것과 마찬가지의 비판을 하실 생각인가? 그것이 주변인을 모르쇠하고 자신만 생각한 이기적 행동이라고... 아니 좀 더 노골적으로 묻고 싶다. 저 죽음은 자살인가? 아니면 타살인가?



내가 최진실과 전태일을 비교한다고 하면 무리라고 여기실 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두 죽음 모두 천민 자본주의의 야만적 폭력으로 인한 희생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본다. 전태일은 그렇다치고 최진실은 아니지 않는냐 반문하겠지만 최진실의 죽음에 결정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울증이 악플과 루머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악플과 루머는 연예산업의 소비자인 대중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소비자 중심의 자본주의 운동원리 안에서 악플과 루머는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 이 역시 이전 글에서 언급했으니 더 이야기 하지 않겠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진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야만성이다. 전태일과 최진실의 죽음에 있어 차이는 그 자본주의적 야만성을 궤뚫어 보고 철저한 저항을 했느냐와 아니면 그냥 자본주의의 야만성 속에서 조용히 희생당했느냐의 차이다. 우리는 사회의 야만성에 저항한 전자 경우를 '열사'라 칭하면서 정작 같은 피해자이면서도 후자의 경우는 그저 삶에 대한 의지박약 정도로 가볍게 치부해 버린다.



왜 최진실의 죽음만 이처럼 요란스러운가



혹자는 항변한다. 왜 최진실의 자살만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냐고. 나도 그게 궁금하여 되묻는다. 허세욱을 아느냐고. 전태일은 알아도 허세욱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한미자유무역 협정에 반대하여 분신자살한 평범한 택시기사였던 허세욱 열사를 아는 사람은 얼마 안 될 것이다. 물로 이것 말고도 자살 왕국 한국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자살이 넘쳐난다. 자본의 착취에 시달리며 고공투쟁을 벌이다 목을 매는 비정규직, 국가의 무책임한 시장내몰기에 음독을 하는 농민, 지옥이라 일컬어지는 입시의 압박에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학생, 모두 야만적 사회가 저지르는 타살이다. 그럼에도  보다시피 최진실의 죽음만이 세간의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그게 정말 유명인이기때문일까?

유명인이라는 의미를 좀 더 자본주의의 틀에 맞게 해석하면 이거다. 최진실의 자살이 조명을 받는 것은 언론이 그녀 죽음을 특별히 많이 다루기 때문이고 기자들이 그녀의 죽음에만 몰리는 것은 결국 그들 역시 생존이라는 삶의 멍에를 지고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역겹지만 최진실의 죽음이 더 많이 조명되는 것은 결국 최진실의 죽음이 다른 이들의 죽음보다 더 돈이 되기 때문이다. 황색언론이라는 비난을 받든 말든 그들은 조문오는 연예인들의 말 한마디라도 건저야 편집장의 압박을 견뎌가며 그나마 그 비루한 삶이라도 유지 할 수 있다. 최진실이 유명인이어서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죽음도 화폐가치로 평가하는 야만의 사회인 탓이다.



적어도 자살을 무책임한 개인의 잘못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 사회적 야만에 당당히 맞서는 자의 입에서 나와야 하는게 아닐까? 이 야만적 사회에서 비루한 삶을 이어가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적어도 고인의 입장에선 이 정글사회에서 살아남은 강자들의 약자에 대한 비아냥에 불과 할 수 있다.



명토박아 둔다. 故 최진실의 죽음은 타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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