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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인지 오늘새벽인지 우연히 낭독의 발견이란 TV프로그램을 시청하게되었습니다.

한 50대 중반쯤으로 뵈는 예수정이란 연극배우가 나와 5개의 글을 아주 지극정성으로 심혈을 기울여 (듣고 보는이가 놓치지 않고 음미할 수 있도록) 찬찬히 낭독해 주었는데... 저도 모르게 숨 죽이고 듣고 있자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어른의 손길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져 덕분에 잠도 잘잔것 같습니다...^^

오늘 출근해서는 컴퓨터 켜자마자 기억해둔 책 얼른 찾아도 보고... 몇권은 살까 말까 그랬습니다.~

마침, KBS 낭독의 발견 홈페이지에 들러보니 어제 방송분 스크랩이 있길래 허락 안받고(?) 퍼 왔습니다.

나누려구요~ ^^

감정이 아닌 경험으로 시를 쓰고... (릴케 - 말테의 수기)
사랑하고 그리운 이이게 편지를 보내고... (유치환 - 행복)
악과 흥정하거나 악의 도구가 되지 않고... (피터드러커 - 피터드러커 자서전)
이른 새벽의 아침공기를 호흡하며 자연과 교제하고... (헨리 데이빗 소로우 - 월든)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또 다른 옮겨감이라는걸 깨닫고... (헬렌 니어링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

낭독 1]『말테의 수기』중에서
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낭독     예수정
연주     피아노 : 이 경 ♬ <Memory> ... Andrew Lloyd Webber 曲

시는 감정이 아니고 경험이다.

한 행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도시를, 여러 사람을, 갖가지 물건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동물의 마음을 알고, 새가 나는 감정을 느끼고, 조그마한 꽃이 새벽녘에 피는 모습을 깊이 보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알지 못하는 지방의 들길, 뜻밖의 해후, 오랫동안 다가오는 것을 지켜본 이별, 아직 해명되지 않고 있는 어린 시절, 묘한 기분으로 시작되어 몇 번이나 깊고 큰 변화를 가져오게 한 어린 시절의 병, 그리고 조용하고 적적한 방안에서 보낸 나날, 해변의 아침, 그리고 바다.

또 하늘 높이 날아 별과 더불어 흘러간 여로의 밤을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임종하는 사람의 베갯머리에 앉은 일이 있어야 된다.
창문을 열어 놓고, 미어지는 듯한 오열이 들리는 방에서 죽은 사람 옆에 앉은 경험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추억을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추억이 우리의 피가 되고, 시선이 되고, 표정이 되고, 몸짓이 되고 우리들과 구별이 없어지게 되면, 비로소 아주 진귀한 순간에 한 행의 싯귀의 최초의 말이 추억 속에 찬연히 나타나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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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2] 행복
詩        유치환
낭독     예수정
연주     피아노 : 이 경 / 팬플룻 : 주대근 ♬ 아일랜드 민요 <The Water is wide>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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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3]『피터 드러커 자서전 』중에서
글        피터 드러커
낭독     예수정
연주     바순 : 김은오  ♬ <Marmotte, Op.52, No.7>... Beethoven 曲

헨슈와 셰퍼 - 나치즘이 불러온 개인의 비극
나치의 대량학살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에 관한 책에서 독일계 미국인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함’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이는 아주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악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
악행을 하는 사람이 평범할 뿐이다.

악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지만 인간은 평범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조건으로든 악과 흥정해서는 안 된다.
그 조건은 언제나 악의 조건이지 인간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헨슈처럼 악을 자신의 야망에 이용하겠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악의 도구가 된다. 그리고 셰퍼처럼 더 나쁜 것을 막기 위해 악과 손을 잡을 때 인간은 또한 악의 도구가 된다.

나는 가끔 이 둘 가운데 어느 편이 더 해로울까 생각한다.
그리고 권력을 탐한 헨슈의 죄와 셰퍼의 자기과신과 오만의 죄 가운데 어느 편이 더 나쁜 것일까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커다란 죄는 아마도 이 두 가지 고전적인 죄가 아닐 것이다.
가장 커다란 죄는 20세기에 새로 나타난 무관심의 죄, 아무도 죽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오래된 찬송가 구절처럼 “그들이 내 주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증언하기를 거부한 저명한 생화학자의 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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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4]『월든』중에서
글        헨리 데이빗 소로우
낭독     예수정
연주     피아노 : 이 경 / 팬플룻 : 주대근  ♬ <아름다운 사람> ... 김민기 曲

자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순수하고 자애로워서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건강과 환희를 안겨준다.
그리고 우리 인류에게 무한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어떤 사람이 정당한 이유로 슬퍼한다면 온 자연이 함께 슬퍼해줄 것이다.

태양은 그 밝음을 감출 것이며 바람은 인간처럼 탄식할 것이며 구름은 눈물의 비를 흘릴 것이며 숲은 한여름에도 잎을 떨구고 상복을 입을 것이다.

내가 어찌 대지와 교제를 갖지 않겠는가?
나 자신의 일부분이 그 잎사귀이며 식물의 부식토가 아니던가!
우리들을 늘 건강하고 명랑하고 만족스럽게 해줄 묘약은 무엇인가?

아, 아침 공기! 만약 사람들이 하루의 원천인 새벽에 이 아침 공기를 마시려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병에 담아 가게에서 팔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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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5]『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중에서...
글        헬렌 니어링
낭독     예수정
연주     피아노 : 이 경 / 바순 : 김은오  ♬ <Hymn> ... Bill Douglas 曲

우리는 죽음이란 종말이 아니라 옮겨감이라고 느꼈다.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끝으로 생각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죽음은 변화지.
우리가 죽음이라 부르는 변화는 우리 몸으로 보아서는 끝이지만, 같은 생명력이 더 높은 단계에 접어드는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
나는 어떤 식으로든 되살아남 또는 이어짐을 믿네.
우리 삶은 그렇게 계속되는 것이네.”

스코트는 오랫동안 스스로 의도하고 목적이 있는 죽음에 대해 얘기해왔다.
“왜 우리의 마지막 날과 죽음을 그렇게 소란스럽게 만들어야 할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쾌적하고 낯익은 환경 속에서 조용하고 조화롭게 사라지는 대신에, 우리는 비싼 돈을 들여 우리가 사랑해온 사람들을 병원이나 요양소로 보내어, 그 과정을 편안하게 돕기보다는 자연스럽지 못한 수단으로 막으려는 낯선 사람들에게 맡긴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가 지향해서 일해 온 우리 삶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과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죽음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허친슨이 1924년에 쓴 소설 ≪커가는 목표≫에서 묘사한 주인공처럼, 스코트는 ‘하루 일을 마치고 집안이 잘 정돈된 문가에 서서 그 앞에 펼쳐진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저녁을 맞이하는 남자처럼 자신의 죽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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