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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직불금 문제로 연일 이봉화 차관을 비난하는 말들이 쏟아지지만 나는 지쳐서 더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그보다 농민을 등쳐먹은 인간에 대한 여론의 시선을 응시하고 싶다. 숱한 기사,사설을 다 모아놓고 봐도 결국 "불쌍한 농민의 간을 빼먹었다."를 다르게 표현한 것일 뿐.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 농민은 "불쌍한" 존재라는 사실만 더 강조되고 있는것 같아 씁슬하다.



농업은 망해도 되는가



쌀 직불금은 분명 "불쌍한" 농민들에게 몇 안되는 실질적인 혜택이었다. 물론 민주화를 달성했다고 자부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훨씬 더 "불쌍한" 소작농들을 제외하고서 말이다. 그러나 도움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 쌀 직불금이 농업정책으로써 합당한지 묻고 싶다. 우리 집 역시 쌀 직불금의 혜택으로 그래도 쌀농사를 아직 짓고 있기에 이율배반적일지는 모르나 쌀 직불금은 하나의 정책이라기 보다는 아직도 남아있는 농민을 의식한 -정확히는 농민의 표- 정치권의 알량한 시혜(?)에 가깝다.



사실 그 동안의 농업정책을 살펴 보면 대다수가 이런 시혜성 정책이었다. 농업의 육성이 목적이 아니라 수명을 조금 늘여보자는 식이었다. (냉소적이지만 아직도 농민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있으니까.) 갖은 이름의 보조금 형태나 저리의 대출이 대부분 이었고 그나마 혜택을 보는 것은 다수의 소농이 아니라 소수 법인을 가진 기업농들이었다. 이런 류의 농가보조에는 헛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고 이런 헛점을 이용해서 배를 불린 것은 기업농들이며 그들은 부농이 되었다. 심지어 이런 부농들 중에는 그런 눈 먼 돈으로 다시 땅투기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듯 애당초 농업 정책이 농업 육성이 목적이 아니다보니 황당한 농업 정책도 많았다. 한 예로 몇 년 전에는 농사를 짓지 않고 논을 휴경지로 돌리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도 있었다. 이건 농민에게 '너흰 필요없는 존재야'의 정책적 표현이었다.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한국의 농업 정책은 과연 천연기념물 보호정책과 얼마나 다른지 궁금하다.



농민을 간을 빼먹은 이봉화차관이나 그걸 욕하는 다수의 국민들이나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농업은 조만간 망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아니 망해도 된다는 확신이라 표현하느게 더 맞겠다. 이번 사건으로 이봉화차관이 얼마나 많은 욕을 먹고 사퇴를 하느냐 마느냐와 상관없이 농업은 꾸준히 망해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왼발의 필요성



신자유주의는 언제나 왼발의 필요성에 대해 불평한다. 오른 발을 특화하면 왼발은 필요없다는 논리로 왼발을 무시한다. 농업을 포기하고 자동차를 더 많이 만들어 팔면 된다는 논리가 그러한 논리며 이것이 시대의 대세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한가지 사실을 전제 할 때 맞는 논리이다. 그것은 우리를 위한 값싼 먹거리가 세계에 가득히 쌓여 있다는 가정이다.



사실 값싼 먹거리는 많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그러하고, 멜라민 분유가 그러하다. 농약이 검출되는 채소가 그러하고 납덩어리가 나오는 생선이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자동차를 더 팔아 남긴 이윤으로 이러한 값싼 먹거리를 원없이 얻을 수 있다. 어차피 식탁의 안정성 같은 것은 화폐가치로 환산되지 않으니 고려대상이 되지않는다. 합리적 소비자 역시 안정성 보다 값싼 먹거리를 선호한다. 미국산 쇠고기를 그렇게 반대했지만 우리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지않은가? 이게 현실이다. 백분토론에 나와 '수의사가 포기한 소를 잡아 먹고도 잘 컷다'는 어느 시민의 말을 우리는 더이상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그건 앞으로 일어날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를 본받아 미국소를 먹고도 멜라민 분유를 먹고도 그냥 잘 크는 수 밖에 없다.



혹자는 유기농산물 먹으면 되리라 생각 할 지 모르지만 위에서 열거한 위험한 먹거리도 사실 세계적으로 볼 때 넉넉한것이 아니다. 모든 먹거리가 안전성을 고려하면 생산량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결국 안전한 먹거리는 결코 싸지 않다는 말이 된다.



당장 우리 집도 내년부터 유기농 쌀 생산에 들어가게 되었다. 앞으로 한국 농업이 지금처럼 유기농으로 꾸준히 전환을 한다면 아마 소수의 잘사는 사람들에게 소량의 유기농산물을 공급하는 형태로 변화 할 것이다. 이런 형태라면 농민 개개인은 어느 정도 더 나은 삶을 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서민은 결코 값싸고 질 좋은 식품을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식량자급율을 포기하는 지점과 서민의 식탁안전을 포기하는 지점이 일치한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지금 "불쌍한" 농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고쳐져야 마땅하다. 앞으로 "불쌍한" 것은 농민이 아니라 돈없는 서민이 될 것이다.



순망치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법이다.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오른발의 환상은 왼발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류의 영원한 굴레



얼마 전 스티븐 호킹 박사가 머지 않은 미래에 달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기사를 본 적 있다. 참 눈부시다. 달에 집짓고 사는 세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그러나 우리가 달에서 집짓고 사는 미래가 온다 해도 한가지 변함없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기계가 아닌 이상 인간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건 인간이 멸종하기 전 까지는 변하지 않을 인간의 영원한 굴레다. 자동차 없는 미래는 도래할지 몰라도 밥 없이 살 수있는 미래는 도래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보증한다.



농업은 문명이래 최초의 직업이자 최후의 직업이다.



농업, 우리의 왼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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