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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8.10.23 10:57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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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있으세요!”
학교 안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는 아가씨 말이다.
커피를 사 먹으며 자연스럽게 서로 얼굴을 익히고 알게 된 아가씨는 졸업 후 다시 일본학과로 편입할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건넨 인사말이다.
‘그래, 어디 보자 그 말을 계속 할지……’
나는 또 보이는 대로 보는 단순함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악의가 든다.

며칠 후
커피점을 운영하는 아가씨에게 나의 책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의 책을 볼 만한 시간을 주고나서 나는 다시 커피점을 찾았다.
주인 아가씨는 예상대로 친절한 미소는 사라지고 충격을 먹은 것 같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마음이 가볍고 통쾌해진다.

딸이 나의 그런 행동을 질책한다.
“그렇게 하는 건 엄마의 피해의식일 뿐이야. 엄마를 멋있게 보는 사람들은 그냥 놔두면 안 돼?”
“나의 피해의식 일수도 있어. 맞는 말이야. 하지만 보이는 것대로 믿는, 그들의 단순함이 무서워. 진실을 알고 나서 실망하는 그들의 태도를 확인하곤 난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가벼워져. 난 편하고 가벼워지기 위해 나를 들어내는 걸지도 몰라. 진실을 알고 나서도 어떤 식으로든 변하지 않는다면 이건 정말 신경이 쓰이는 일이거든. 난 신경 쓸 사람에게만 신경 쓰고 싶어. 이것 역시 피해의식일 지 모르지.”
“엄마 책이 무슨 사람 판단하는 바이블이야?”
“응, 나에겐 신경 쓸 사람, 아닌 사람을 가르는 바이블이야.”

어이없이 나를 바라보는 딸의 눈동자, 그 외에 내가 사랑하는 눈동자들.
그것들만  신경 쓰기에도 나는 충분히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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