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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이여 생각하라, 비판하라, 저항 그리고 노래하라    
                                                                                                                                                                                                               유   천


80년대 말이었는지 90년대 초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의문학동인회는 예산농업전문대(지금의 공주산업대 예산캠퍼스) 교정 정문에서 본관 건물에 이르는 플라타너스 아래 시화전을 가졌다.
정문 한쪽 시멘트 바닥 위 켄트지에다 시를 적고 그림을 그려 박스테이프나 돌로 부착시켜놓아서 우리는 그 전시회를 '시자보전(詩字報展)'이라 불렀다. 반응은 대체로 두갈래로 나누어졌다.
시를 모독했다, 무성의했다.
신선했다, 시를 친근하게 했다.
닫혀진 공간에서의 시화전이 일반화되던 그 시절, 또 다른 양식을 보았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의 대학가엔 대자보(大字報)가 없다.
중심과 지향점을 잃어버린 대학의 운동권이 서있는 자리가 어떠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요즘의 대학 학생회는 그 자리를 비집고 돈이나 학교권력 심지어 폭력조직과의 연계로까지 변질되었다 하니 격세지감이다.
이제 자치회가 만들어져야 할 지경이라고?

대학생이여, 생각하라.
어른 흉내를 내지 말라.
인간이 자연인에서 문명인으로 전환될 때 불행하게도 돈(토지)과 명예와 권력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여러분은 하지말라도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하고 결혼도 해야하고 사회의 맛에 길들여져야 한다. 그리되면 크든 작든 돈과 명예와 권력의 굴레에 자연스럽게 포섭된다. 무엇이 아쉬어 그런 길에 일찌감치 눈을 뜨고 발을 들여 놓으려 하는가.
교육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해도 바람직한 인간상을 구현하는 일이라면 사회인으로서의 적응이 늦어져도 괜찮다.
순수와 낭만을 간직하라.  
그리고 아주 오랜 동안 이어져온 인류의 이 돈과 명예와 권력의 구조를 바꾸어놓을 새로운 반문명 또는 신문명을 고민해보지 않으련?  
또 중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남북통일 싫어요'라고 말하면 이해해 줄 수 있지만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런 말을 한다면 그 학생은 자격이 없다.
'남북통일을 해야되나?' 또는 '남북통일을 어떻게 해야되지?'라는 문제제기와  해법을 모색한다면 이는 자격조건이 된다.
대학생 때 그런 고민을 해보라.
4년 내내 고민해도 좋다.

대학생이여, 비판하라.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직시하라.
등록금과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떠오를 때마다 자본주의의 얼개를 살펴보아야 한다.
돈의 그물망으로 뒤덮여 있는 인류는 이제 돈의 문제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에 파생되는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자본이 제국주의 흐름과 맞물려 함께하더니 철학의 한 분과인 과학을 끌어들이고 상업자본이 문학과 예술을 끌어들여 18,19초 안에 녹아드는 TV, 라디오 광고를 보고 듣노라면 자칫 여기에 매몰된 대학생들의 감성은 제대로 피어나질 못하겠구나하고 생각되어지더구나.
이제 자본주의는 그 변종인 신자유주의로 둔갑했다.
더 이상 뻗칠 곳이 없는 자본은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금융위기가 밀려오자 한쪽에서는 우리가 금융산업의 허브가 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반대해야 한다.
고급한 이자놀이로 동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닌가.
미국과 영국이 하고 있는 이자놀이를 우리가 왜 이양받아야 하는가.
인간 생활의 기본단위인 경제가 왜 그깟 금융위기 때문에 휘청거려야 하는가.
금융을 통한 세계경제 흔들기는 이제 국경이 따로없는 자본가와 기득권 세력의 또다른 재편성을 요구하는 불순한 저의로 보여진다.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로써 마감되어야 한다. 인간의 욕망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자본주의는 인간 스스로 찾아오는 위협으로부터 의심받기 시작했다.
생태, 건강, 전쟁, 기후변화 등 말이다.
그리고 남북문제다.
앞서 남북통일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대학생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 분하지 않은가.
어떻게 자기들 입맛대로 갈라놓은 이 땅을 원통함이 없이 받아들이려 하느냐.
비판하라고 했다. 소위 강대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갈라놓은 이 땅을 비판하라는 것이다. 그들에 대해서도 비판해야하지만 우리들 스스로 안주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 정세는 많이 변해 있어서 민족통일이라는 접근은 남한 땅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통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자본의 물결은 너무나 강한 세례를 받았고, 우리 주위에는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구성원도 받아들여야 할 때다.
그렇다면 개방 사회인 남한과 폐쇄 사회인 북한의 조화로운 통일을 고민해 봐야지 않겠는가.
그것이 어떻게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도 곰곰히 생각해 보고.
또 한가지는 농촌 문제이다.
4,50년 전만 하더라도 인구의 대부분은 농촌에 분포하였다. 산업화의 진행에 따라 급속한 도시로의 이동은 농촌 공동화 현상을 가져 왔는데 경제의 가장 기저를 이루는 농촌회복운동에 대학생이 나서면 어떨까. 농민들의 생존 보조금인 쌀 직불금을 사기적인 방법으로 빼돌린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행태를 비난하며, 농민들의 마음을 대학생이 좀 더 따뜻하게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을씨년스러운 빈 집과 잡초가 무성한 논과 밭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 대학 학생회나 자치회는 농촌과 연계하여 봉사 활동과 체험 학습의  장으로 탈바꿈하여야 한다.
덧붙이건대 학점과는 연결시키지 말라. 그대로 봉사고 체험이다.

대학생이여, 저항 그리고 노래하라.
젊음과 열정의 몸짓으로 소리지르라.
7080세대에게는 김지하나 김남주, 박노해 같은 영적 저항시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당대의 학생들이나 노동자들과 호흡을 같이했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요즘의 대학생들에게는 함께 할 이런 시인이나 운동가가 없다는 점이다.
단절이다. 7080세대의 책임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금년에 밝혀진 촛불의 등장에서 새로운 모색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대학생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서 외곽을 담당하는 처지였다.
한세기 한세기를 말할 때는 10년 단위로 구분짓기를 좋아한다.
다가올 2010년대에는 촛불세대의 한 주역인 중고등학생들이 등장한다.
지금의 대학생이여, 무엇을 전해줄 것인가.
가능성을 찾아보자.
3,40여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본래 작곡가로서 노래도 불렀던 신중현이라는 이가 있다.
지금도 한국 락(rock)에 관한 한 그의 영향권 안에 있으며 6,70년대 많은 인기곡을 만들었고 그의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스타덤에 올랐다. 곡은 기존에 갖고 있던 선률과는 다른 리듬을 갖고 있다든지, 파격으로써의 묘한 기류를 내포한 노랫말로 인하여 대중가요 속의 작지만 그래도 소중한 저항적 흐름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1975년 정치적 억압이 결부된 사건으로 말미암아 활동 금지당하자 70년대 후반은 청년문화의 공백기로 들어선다.
결국 2년 후 대학가요제가 등장한다.
당시 대중가요의 흐름이었던 락(rock)과 포크(folk)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었으나 주체가 대학생으로 바뀐 것이다.  
  자, 그러면 가능성의 예를 보자.
1970년대 말 대학가요제에서 당시 심민경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은 입상을 하지 못했다. 심사를 맡았던 사람들은 노래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상을 주지 않았던 이유로 대학가요로서의 참신함이 부족했음을 말했다. 물론 이 노래는 그 후 방송을 타고 큰 인기를 모았다.
여기서 우리는 대중가요와 대학가요와의 차별성을 발견하게 된다.
노래가 좋았다함은 기성가요와의 구별이 되지 않음을 의미하고, 참신함이라면 대학가요 자체로써의 가치를 가지며 상업적 효과가 적음을 뜻한다. 7,80년대의 대학가요는 최소한 이 기조를 유지한다.
지금의 대학가요는 어떠한가.
랩(rap)의 강렬한 리듬이 특징인데 이것이 과연 대학가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는가. 기존 상업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댄스뮤직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노랫말 또한 가벼움과 일상을 벗아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래로써의 형식과 내용을 담지한 대학가요를 찾아낼 수 있는가.
참신함과 대학가요만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노래는 없는가.
있다. 이범용, 한명훈이 부른 '꿈의 대화'다
1980년 mbc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 노래는 근래 SG워너비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너의 마음 나를 주고 나의 그것 너 받으니
  우리의 세상을 둘이서 만들자
  아침엔 꽃이 피고 밤엔 눈이 온다
  들판에 산 위에 따뜻한 꽃눈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석양이 질때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언덕에 올라
  나지막이 소리맞춰 노래를 부르자
  작은 손 마주잡고 지는 해 바라보자

어떤가.
깊이있는 노랫말은 그 자체로도 울림이 있어 지금까지 지속되지 않느냐.
쎙떽쥐뻬리의 '어린왕자'는 언덕에 올라 지는 해를 혼자 바라보아야 했지만 여기서는 함께 바라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며칠전 기륭전자 노조위원장의 아시바 철제탑 고공시위에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동조시위를 했는데 왜 올라가 함께 했느냐는 주위의 물음에 그는 위원장인 그녀가 외로울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함께하면 덜 힘들고 힘도 나는 법이다.
상업적인 냄새가 덜나며 학생의 순수한 발성과 열정적인 몸짓이 강하면 강할수록 여러분들만의 대학문화는 더욱 강하게 형성된다. 상업적 대학문화가 스며들 때 기성문화에 편입되며 여러분들의 공간과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고 정신적 공황은 더 커진다.
또한 대학가요는 민중가요, 노동가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즘 시대에 맞는 민중가요, 노동가요가 양산되지 않는 이유는 대학가요의 침체에 원인이 있다는 얘기다.
대학생이여, 요즘 시위현장과 노동현장에서 불리워지는 노래는 대부분 7,80년대에 만들어진 노래들이니 각성해야지 않겠는가.
여러분들만의 대학문화, 대학가요를 만드는데 고민하라.
상업적 기성문화에 저항하라.
여러분들이 그렇게 꿈틀대면 지금의 촛불세대인 중고등학생들이 이것을 이어받아 새롭게 생성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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