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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조 시비(詩碑) 다시보기



홍성 읍내를 약간 벗어나 예산 방향과 홍성역으로 갈리는 중간 지점엔 김좌진 장군 동상이 있다. 고교시절 여기를 지나다가 이를 보고는 가슴깊이 새긴 바가 있었는데 지금도 홍성하면 이 동상이 항상 먼저 떠오른다. 청산리 전투의 빛나는 성과가 눈앞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문학을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한용운의 시를 이해하게 되었다. 도저한 불교적 사유와 서정의 세계가 빚어낸 시(詩)언어는 그야말로 우리 문학에 있어 하나의 축복이었고 그가 보여준 항일에의 불같은 투혼은 우리 민족 정신사에 있어 한 사표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인상 속에서 알게 된 홍주성 내 남산공원안의 한용운 시비(詩碑)는 너무 음습한 곳에 있다고 느끼곤 했는데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나 21번 국도인 구항면과 홍성읍 접경에 세워진 만해 동상은 홍성읍 일대를 훤히 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여간 시원한 조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홍성군은 그들의 중심인 홍성읍을 그렇게 가꾸고 있었다.
예산군.
예산읍을 보자, 읍내로 들어오는 길에는 크게 세군데가 있는데 아산, 신창을 거쳐 신례원  쪽으로 들어오는 길이 있고, 홍성과 덕산, 삽교길이 만나 들어오는 오가사거리 길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공주, 신양을 거쳐오는 이른바 쌍소나무배기가 있는 길이다. 앞서의 두 진입로에는 별다른 조형물을 발견할 수 없고 그걸 담을 수 있는 부지(敷地)조차 확보하고 있지 않다. 쌍소나무배기가 있는 곳만이 공원부지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은 예산리 172-3번지의 도유지(道有地)이고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도로는 예산리 172-1번지의 주소를 갖고 있는 군유지(郡有地)이다.
엄연한 ‘예산군민의 땅’이다.
그 속을 좀 더 들여다보자. 이 공원안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세가지 방향이 있으나 어느 곳에도 횡단보도가 없어 항상 무단횡단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부지(敷地)는 백평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가운데는 쌍소나무배기의 유래를 살려 소나무 두 그루가 심어져 있고 양 옆으로는 김한종의사순국기념비와 성기조 시비(詩碑)이다.
여기서 김한종 의사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으니 차치하고 문제는 성기조 시비(詩碑)이다.
이 분의 빗돌은 모두 세 개가 있어 홍성군 서부면의 서부초등학교 앞에 1993년에 건립한 것이 있고, 연기군 연기군민회관 앞에 4m높이의 크기로 1989년 5월에 세운 것이 있다. 문학비는 사후(死後)에 만들어지는 것이 관례인데 근래에는 생전(生前)에도 생겨나니 이런 현상에 대해서 그렇게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한 인간이 남긴 업적에 대하여 올바른 검토와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그런 비석(碑石)은 무미건조할 따름이다. 별 쓸모가 없는 것이다. 또한 양심의 문제인 것이다. 더 양보하여 그런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고 세워진다고 한다면 그건 자신의 모교나 집앞에 세우는 것이 알맞다. 이는 사안에 따라 이해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헌데 한 지역민의 소유지에다 세우는 것은 상황이 달라진다. 그것은 곧 해당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그 사람들의 동의나 허락이 수반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기조 시비(詩碑)는 당당하게 ‘예산군민의 땅’에 있는 것이다. 군민들은 성기조 시인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리고 저 빗돌이 왜 저기에 있어야하는지 납득을 못한다. 대부분이 그렇다.
시인은 우선 시(詩)로써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몇 권의 이 분 시집(詩集)은 예산에 있는 서점에서 찾아볼 수 없다. 서울 강북에 있는 대형서점 4군데를 뒤져봐도 눈에 띄지 않는다. 도대체 어느 독자와 만나고 있다는 건가.
요즘에는 답사여행이 보편화되고 다양화되어서 문학기행 또는 문학비기행하는 답사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성 시인에 대해 물어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얘기해 준단 말인가.
빗돌의 뒷면에는 예산출신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이는 어법상 예산농고 출신이라고 해야 맞는 것이고, 이 분의 분명한 출생지는 홍성군 서부면 상황리이다. 과연 두루뭉수리한 예산출신은 무슨 뜻인가. 돌비를 세워준 일등공신들의 충정이란 말인가.
나는 다른 곳에서 이 분을 주목하고 싶지 않다. 이 시대 문학계의 진객(珍客)이요 지성과 뚝심의 작가인 이문구 선생이 성 시인을 난세의 후견인이며 해결사라는데 있다. 또한 문단에 있어서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확실한 실천적 지도자 가운데의 한 사람이라고 한데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보이지 않는 일면’이라는 독특한 수사법으로 몇 번이고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는 바 그걸 믿고 싶은 것이다.
중요한 부분을 옮겨보면 이러하다.

성선생은 기대 이상으로 모든 일을 당신의 일처럼 여기면서 일을 보아주셨다. 성선생이 펜클럽부이사장으로서의 업적, 예총 사무총장으로서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다각적으로, 다방면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또 재평가가 될 날이 있을 것이지만, 나는 유신정권에서 5공 말기까지 성선생이 참여파 문인 내지 운동권문인들에 대한 당국의 오해와 불신해소, 불행한 사태의 사전 예방, 불행한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헌신적으로 기여한 공로, 즉 그 ‘보이지 않는 일면’이 그 어떤 가시적인 업적보다도 앞설 뿐 아니라 다시금 중점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이렇다면 성 시인의 시비(詩碑) 건립은 엄청난 패착(敗着)이다. 더 기다렸어야하는 것이다. 후학에게 맡겼어야 옳았던 것이다. 이쯤되면 이 돌비는 이분에게 짐이 될 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성 시인 자신에 의한 자진 철거나 충정어린 분들에 의해 ‘예산군민의 땅’이 아닌 다른 장소로 옮겨주든지 하는 것이 예의이며 도리이다. 그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무튼 안타까운 일이다.
권력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겸손과 절제의 미덕을 더 지켜줄 때 한 인간의 업적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것이 인간사회의 법칙이고 속성이다.
나는 수년간 저 빗돌을 볼 때마다 개인적으로나 지역사회의 정서상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쭉 해왔다. 몇몇 유지자(有志者)에 의해 만들어진 돌비는 온당하지 않다. 쌍소나무배기공원과 같은 군(郡) 땅에는 앞서 얘기한대로 민(民)의 동의나 허락을 얻은 조형물이 들어서야 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民)의 동의나 허락을 받을 만한 예산사람으로는 현재 누가 있는가.
당장 추사 김정희와 매헌 윤봉길이 가슴에 새겨진다. 추사가 있음으로해서 조선후기의 문화예술은 더욱 풍부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일제에 저항했던 시기에 만약 매헌과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한민족의 기개는 또 얼마나 빈약했겠는가.
생각만해도 가슴이 송골해진다. 모든 자리에는 거기에 맞는 격(格)이 들어가야 어울린다.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홍주성 내 남산공원안의 한용운 시비(詩碑)는 넘침을 담아내지 못하는데, 쌍소나무배기공원 안의 성기조 시비(詩碑)는 모자람을 채울 길 없다.
언젠가 내 여기를 배회하다가 성 시인을 만나기라도 하면 그 분의 손을 잡고 이곳으로 이끌려한다.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련다.
“선생님, 혹시 이 비석에 관심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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