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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회 추억 신영복 선생님이 서오릉 봄 답청 놀이에서 만난 여섯 꼬마들과의 추억을 수채화처럼 맑은 필체로 그려냈다

▲ 처음처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새처럼 으로 시작되는 '처음처럼'은 늘 새롭게 시작되는 새날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다

풀밭이 숲이 되는 그날까지 '처음처럼'
[서평] 신영복의 <청구회 추억>과 <처음처럼>

    이명옥 (mmsarah)  




****나무들 풀밭에 서다****

2008년  <더불어 숲 >송년 모임인 ‘모두 모임’에  올해 수능을 본 아들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 더불어 숲>은 신영복 선생님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을 '나무'라고 하고 '나무' 들이 모인 모임을 '숲'모임 이라고 하지요.

신영복 선생님을 가끔 뵈었고  홈페이지 <더불어 숲>을 가끔씩 드나들긴 했지만 하룻밤을 함께 하는 모임에는 처음 참석했습니다. 110여 분이 모였는데 가족과 함께 온 분, 곧 결혼할 상대와 함께 온 분, 저처럼 아들이나 딸을 데리고 온 분, 싱글로 온 분 등 다양한 사람의 모습은 <더불어 숲>이 어떤 곳인지 그저 알 수 있도록 해 주었지요. 아장아장 걷는 아가와 어린이들은 마이크가 신기한 듯 그 앞에서 자기 목소리를 듣느라 떠날 줄을 모르고 선생님은 온화한 미소로 그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시고요.

드디어 모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무들이 선생님께 궁금한 것을 여쭙는 시간이 되었지요. 선생님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스무 명 남짓한 어린아이들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시더니 이렇게 말씀 하시더군요.

"이제 우리 <더불어 숲>도 '숲'이 아니라 '풀밭'이라고 해야 할 것 같구먼.  한 10년 만 더 지나면 세대교체가 되겠어."

'풀밭'에 선 '나무'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모두들 깔깔깔 즐거운 웃음을 터트렸지요.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바라는 바와 같이  머리(이성)에서 가슴(열정)으로 가슴(열정)에서 발(실천)로, 아래로의 하방연대 가 잘 이루어져 가는 증거겠지요. 쭈뼛거리며 따라왔던 아들아이도 그곳에서 제 또래를 찾지는 못했지만 아주 인상 깊은 송년모임이었노라고 고백을 하더군요.

하룻밤을 함께 한 모임의 끝마무리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신가요?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그리고 <나에게 쓰는 편지> 시간이 있었답니다. 자기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엽서에 써서 냈는데 올 연말쯤 우편으로 받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추억 속 진달래꽃 한묶음****

<청구회 추억>은  1966년 이른 봄철 신영복 선생님이 서울대학교 문학회 초청을 받고 서오릉으로 답청놀이를 가던 중 만난 여섯 꼬마들과의 추억을 한 폭의 수채화를 보듯 그려 낸 작품입니다. 사실을 기록한 글이지만 마치 잘 구성된 한 편의 수필이나 동화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사형이 선고 된 순간 생애를,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장충체육관 앞에서 하염없이 신영복 선생을 기다릴 아이들을 생각하며 기록한 진실이 가득 담긴 회상록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진실만큼 울림이 큰 것은 없을 테니까요.


"사형이 선고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스치는 느낌은 한마디로 '공허'였다. 나의 존재 자체가 공동화 되는 상실감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리고 너무 짧게 끝나는 생애에 대한 아쉬움이 뒤따랐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청구회 어린이들과의 약속이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장충체육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감옥의 벽에 기대어 그들과의 만남을 처음부터 끝까지 떠올렸다. 그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쓰기 시작했다. 하루 두 장씩 지급되는 재생종이로 된 휴지에, 항소이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빌린 볼펜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이라기보다는 회상이었다. 글을 적고 있는 동안만은 옥방의 침통한 어둠으로부터 진달래꽃처럼 화사한 서오릉으로 걸어 나오게 되는 구원의 시간이었다." -청구회 추억 중에서-

신영복 선생은 서오릉 답청 놀이에서 만났던 여섯 명의 가난한 꼬마들이 수줍게 건넨 '진달래꽃' 한 무더기로 육군교도소 감옥의 어둠, 죽음에의 절망으로부터 생의 끈을 놓지 않을 존재 이유 하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선생 스스로 고백했듯이 관계 맺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했을 테니까요. 진실은 언젠가는 스스로 제 빛을 찾을 날이 오고야 만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선생님은  또 이야기 합니다. '추억은 화석화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단히  성장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언제나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요.

우리네 고달픈 일상 속에서도 돌이켜 보면 빛바래지 않을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 둘 쯤 감춰져 있을 것입니다. 그 추억의 편린들이 되살아나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순간, 우리들은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요. 그래서 <청구회 추억>속 진달래 빛은  신영복 선생님 개인만의 추억이 아니라 읽는 사람 모두의 마음을 바래지 않는  분홍빛으로 수놓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첫 설렘 같은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말이 주는 감동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만 가장 강렬하고 인상 깊게 각인된 ‘처음’의 기억은 역시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뤄진 일들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첫 발자국을 떼는 일만큼 사람의 가슴을 뒤흔드는 일이 또 있을까요? ‘관계론’적 삶, 하방 연대의 삶을 지향하는 신영복 선생님은 모든 인연의 끈 하나하나를 ‘처음처럼’ 설렘으로 감사함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습니다.

<처음처럼>은 한글판에 이어 영문판도 나왔는데요. 글구 하나하나가 첫사랑처럼 감동적인 여운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지요.



At It was In the Beginning(처음처럼)


"Like a little bird that meets the sky for the first time,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Like a new sprout that treads on earth for the first time,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We, even in a winter evening

When the day fades and darkness spreads,

(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We start a new day,

( 아침처럼)

As if of a new spring,

( 새봄처럼 )

And as if of a new beginning"

(  처음처럼)

Living is of endless new beginnings,

A string of 'first'.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    -처음처럼 전문-



누구든 자기에게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다가왔던 '첫 설렘'의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 첫 설렘 같은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힘들고 고단한 생이라고 해서 함부로 목숨을 저울질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첫 입맞춤을 한 모든 것에 우리는 어린왕자의 길들인 장미만큼의 '책임'이 주어진 것이니까요. '함께 한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선생님 말씀처럼  첫 설렘의 추억을 공유하는 한 우리가 '함께 여는 새날'은  늘 햇살처럼  따스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신영복 선생님의 <청구회 추억>은 돌베게에서 <처음처럼>은 랜덤하우스에서 나왔습니다.
출처 : 풀밭이 숲이 되는 그날까지 '처음처럼'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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