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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엄청 추워졌습니다.
덜컹거리는 낡은 아파트 현관문 사이로 새벽 찬바람이 몰고오는 한기(寒氣)가 집을 나서기 전에 오늘 날씨의 매서움을 알려줍니다.
지하철역까지 걸어오는 동안 시린 얼굴과 귀를 매만지며 문득 대학 2학년 때 읽고 메모해 두었던 글귀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라는 소설에서 발췌하여 적어두었던 글귀입니다. 학생들에게 사회 복지의 개념을 설명할 때 가끔 인용하는 글귀입니다. 또한 사회적 연대의 당위를 다짐할 때 자주 되뇌이는 글귀이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갑자기 이 글귀가 새삼 떠오른 것은 단지 추워진 날씨 탓만은 아닙니다.
폭력의 시대, 야만의 시대를 견뎌야 하는 우리내 민초(民草)들의 고단함과 그 아우성이 너무 처절하여 매서운 칼바람은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해주는 청량제(淸凉劑)가 됩니다.

파면과 해직 기자가 속출하는 사회,
백성들의 생존권적인 요구가 폭도로 규정되고 전광석화(電光石火)식 군사작전으로 몇 명쯤의 죽음은 몇 퍼센트의 사람들을 위한 법질서를 위해 과감히 희생시키는 사회,
‘작년 4분기 실질GDP -5.6%(외환위기 뒤 최악... 경기 빠르게 냉각)’ 이라는 아침 신문 가판대의 제목을 이젠 무덤덤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는 사회,
권력의 이해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미네르바(특정 아이디가 아닌 지혜를 상징하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담은 보통 명사를 지칭하고자 함.)를 구속하는 사회(민주주의란 다른 목소리 심지어는 틀린 목소리까지도 수용하는 사회를 말함),
제 나라 역사의 자주성을 부정하고, 친일과 독재를 정당화하며, 제 나라 헌법 정신의 근간인 임시정부의 법통(法統)마저 부정하는 사회,
모든 것이 속도전이고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로 만사(萬事)를 형통(亨通)하고자 하며, 모든 것을 성장률, 참여율 등의 수치(數値)로 환원하고 포장(包裝)하는 사회.
제나라 문자와 언어를 천대하고 오로지 시험과 영어만이 경쟁력이고 시험과 영어만을 숭상하는 사회,
그래서 구속되고 파면되고 해직되는 교사가 속출하는 사회.

이것이 오늘의 날씨가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이고,
30년 전 강제철거를 당한 후 삶의 희망을 빼앗긴 채 굴뚝 속에서 죽어가야 했던 난장이가 30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현실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썼던 조세희씨가 지병에도 불구하고 다시 담배를 피워물게 하는 이유이고,
황석영의 글귀를 다시 떠올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따듯한 방에서 잠자고 따듯한 밥을 먹는다는 것이 요즘처럼 감사한 시절도 없었고, 요즘처럼 죄스럽게 느껴진 적도 없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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