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인게 창피해 얼굴 들고 다닐 수 없다(펌)

by 자성 posted Feb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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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조합원이 본 '민주노총 성폭력 은폐 사건'  

    전대원 (amharez)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사건 개요는 단순하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전교조 조합원이 민주노총 간부에 의하여 성폭행을 당할 뻔 한 것이다.


이 사건이 벌어진 날은 이석행 위원장이 체포된 다음 날인 2008년 12월 6일이었다. 그동안 쉬쉬 하면서 시간은 흘러갔고, 급기야 술자리 등을 통해 이 사건을 들은 일부 기자들이 복수의 민주노총 관계자를 통해 사실이 확인되면서 기사화되었다. 결국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서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은 민주노총 사상 최대의 추문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접하고 아연실색하다



지난 5일 오전부터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행 사건이 일부 언론에 보도될 때만 해도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성폭행이 큰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워낙 큰 사건들이 많아서 무감각해졌다는 것이 정확한 말이 될 것이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인원수가 많은 큰 조직에서 어쩌다 한 두 사람의 잘못을 가지고 조직을 싸잡아 비난하는 풍토에 대하여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 이번 건에 대해서도 한 명의 잘못을 가지고 민주노총 전체를 성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 대하여 비난 기사를 실은 조중동 홈페이지에서 기사 제목을 보면서도 클릭 한번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한 때 10만 가까이에 육박했던 전교조 조합원 중에서 어쩌다 술 먹고 사고를 치는 사람 하나가 나타나면 조선일보는 끝에다가 내용과 별 상관없는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사실을 삽입하여 조직에 흙탕물을 튀기는 짓을 하도 많이 했던 터라 이런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민주노총 간부라 했으니 정도가 다르긴 했지만, 지도부 중에 미친X가 하나 있었나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수구 언론이 아닌 진보 언론을 통해 나온 사건의 진상은 나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사건 발생 두 달이 다 되도록 진상조사와 책임추궁은커녕 피해자에게 2차 3차 피해를 가했다니,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으로 일을 만들어 놓았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그동안 진보단체에게 수구언론이 성자와 같은 잣대로 도덕적 비난을 하는 것을 보면서 어이없어 한 적이 많았다. 전교조가 이익집단화되고 있다는 비난도 마찬가지였다. 개별적 이익추구의 원리로 운영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집단'이라는 말이 나쁜 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수구언론이 잘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교사의 권익보호를 이익집단이라는 말에 편승시켜 교묘한 흙탕물 튀기기를 했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분통을 터뜨린 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경우는 진보세력에게 요구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은 차치하더라도, 인간이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이나마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었는지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번 일에 있어서 가해자이고 강자는 민주노총 간부였고, 피해자이며 약자는 성폭행 피해 여성이었다. 노동조합이 어느 쪽의 입장에서 일처리를 했어야 했는지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더욱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성폭력의 가해자가 민주노총 간부가 아니라 수구언론이나 정부 관리가 했다면 과연 그렇게 나왔겠는가?



가장 큰 문제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는 것



피해자 대리인이 밝힌 정황을 보면, 이번 사건은 경찰에 쫓기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숨겨주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전교조 소속 교사라면 이유가 어찌되었든 법에 위반되는 일을 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사기업 노조와 달리 안정된 신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민주노총 위원장의 도피를 도와준 피해자에게 민주노총 간부가 성폭력을 가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하여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져 조중동에 의해 대서특필되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논리를 되풀이하였다고 한다.



피해자 측의 주장이니 사실관계가 약간 달라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명백한 성폭행 사건이 이렇게 오랜 기간 민주노총 내에서 해결되지 못한 것은 이러한 조직논리가 반영되었다는 증거로 충분하다. 일부 조합원들은 정파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이 일에 대하여 분노를 하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조직 차원에서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정황이 이곳 저곳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독재정권의 행동과 민주노총의 행동이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아마도 조직 내에서는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안에 대하여 침묵과 해명으로만 일관한다면, 그것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더라' 내지 '폭언은 있었으나 성희롱은 없었다'는 과거 독재정권의 변명과 그다지 구별이 어려워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조직은 가해자의 총책임인 민주노총이 아니라 피해자를 대변해야 할 전교조이다. 왜 소속 조합원이 그토록 커다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대리인은 전교조가 아니고 다른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되어야 했을까?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자괴감을 느꼈다. 그리고 조직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전교조는 조합원 하나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조직으로 전락한 것이다. 전교조가  명백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서 말 한마디 못하는 조직이라면, 거대 권력을 앞에 두고서 어떻게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하다

  


당장 수구언론에서는 '전교조의 이중 잣대'라는 식의 비난이 나오고 있다. 물론 비난을 받는 당사자야 할 말이 많을지 모르지만, 제3자가 본다면 수구 언론의 비판에 별로 할 말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피해자와 대리인은 이번 사건과 전교조가 관계되는 언론보도를 원하지 않으며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전교조 관련 인터뷰나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이 (전교조) 내부에서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이다"라는 공식 멘트를 남겼다고 한다.



피해자로서는 직접 가해자가 아닌 전교조에 피해가 가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같은 조합원으로서 짠한 심정을 느꼈다. 또한 동료교사로서 같은 조합원으로서 미안하고 지켜주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다. 일개 조합원도 이러한 감정인데, 노동조합 상층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말인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명백하다. 조합원이 정권이든 언론이든 아니면 다른 노동단체이든 성폭행과 같은 인권침해를 조합원의 지위로서 받게 되었다면 전교조가 그렇게 나와서는 안 되었다는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그러한 일이 저질러졌어도 여러 가지 상황을 봐가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는가? 소속 조합원의 기본적인 인권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학생의 인권을 이야기하면 누가 그 말을 곧이 들어주겠는가?



전교조는 지금까지 공식적인 해명이 없다. 아마도 입이 있으되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 이틀 정도 지났다면, 충격으로 어찌어찌하다가 시간이 지났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명으로 무마하기에는 해가 바뀐 지난 두 달의 기간이 너무 길다. 조합원으로서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지만, 정권에게 하는 비난처럼 축소 은폐를 기도했다는 의혹을 달게 받아도 싸다.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의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가 있었다면 깨끗이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노조 지도부에 있었던 적이 없지만, 들출 수 없는 수많은 문제점이 조직 내에 상존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경찰이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 용산참사가 발생하였다.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이 조합원 나아가 노동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 문제는 쉬쉬한다고 덮어지는 것이 아니라 깨끗이 도려내고 상처를 아물게 할 때 해결되는 것이다.



독재정권이나 수구언론의 도덕성의 이중 잣대를 노조 지도부에 들이대는 것에는 절대 반대하지만, 기본적인 도덕성은 지도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갖춰야 할 자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본을 지켜주지 못하는 조직은 존재 이유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 아니다. 조합원으로서 아니 대한민국 진보세력의 일원으로서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민주노총과 전교조 지도부는 조합원들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


출처 : 전교조인게 창피해 얼굴 들고 다닐 수 없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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