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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9.03.09 23:25

워낭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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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 사랑방 그리고 부엌과 부엌옆에 칸막이 없이 이어진 마구간. 마춤한 통나무를 반으로 배를 짤라 잊대어 바닥에 깔아 소똥과 오줌이 흘러가게 하고 구유는 커다란 통나무속을 파내어 만든 밥통을 걸쳐놓고 사용했다.
보름날이면 찰밥과 나물을  채에 올려  밥 점을 치던 생각이 난다.
밥을 먹으면 풍년이 오고 나물 먼저먹으면 흉년진다고 하던 어머니표 소 점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우리 소의 기억은 우리 소가 아니였다.
동내 부자집 소를 대신 길러주고 그 댓가로 얼마를 받는 위탁 사육방식이였다.
그러다,  내 누이가 구로공단 공순이가 되어 모아 보내준 고귀한 노동의 댓가로 아버지가 신새벽에 소우전에서 송아지를 사오시던 기억이 난다.
그날 부터 소는 우리집안의 상전이 였다. 모든것에서  우리 6남매는 그를 따라 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모두 순수하게 그 것을 그대로 받아 드렸고, 상전으로 모셨다.
덕분에 무럭무럭자라 주었다.
학교를 마치고 나면 주린 배를 채우기도 전에 소가 묶어진 곳으로 가서 배가 불렀는지 묶어 놓은 줄에 발이라도 감지 않았는지 등을 살핀다음 보다 풀이 많은 곳으로
옮겨 놓아야 했다.
비라도 올라치면 집으로 몰고 와야 한다.이때 갑자기 쏟아 부어 소등을 가른다고 소나기라 했던가.
소를 옮겨놓는 과정에서 몇가지 사연이 있었던 것 같다.
말짱(소를 묶어 박아 두던 말뚝)을 뽑는 일이 어린나에게는 힘에 벅찬 일이 였다.
마춤한 돌로 말뚝의 측면을 이리저리 쳐서 유격이 생기게 한다음 뽑아 올리는데 그것이 생각많큼 쉽지 않았다.
돌이 빗맞아 내 정갱이를 때리기도 하고, 거의 다 뽑아 올려 호흡을 조절하는 찰라 소가 갑자기 휙 뛰기라도 하면 말뚝에 맞으며 필사적으로 밧줄에 매달려야 했던 사투.
도망가면 그때는 정말 낭패였다.
남의 집 밭에 들어가 휘 삶아 치며 곡물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밟으며 먹어치우고 나면, 뒷일은 물론 아버지가 수습하지만 나에게도 상당한 후과가있었다.
버럭 불호령이 떨어 지기도 하고 지게작대기가 춤추기도 했으니까.
어린 마음에 얼마나 콩포스러웠던지,,,.
아차 싶어 밧줄을 받잡고 소가 달리면 맨땅에 슬라이딩을 해서라도 소의 힘을 이겨야 한다. 팔꿈치와 무릎은깨지고 피가 맺혀도 소를 잡았다는 안도감에 개선장군쯤되는 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 큰 소의 넘쳐나는 힘을 어린 고사리 손으로 어찌 다룰 수 있었는가 하면 소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었으니 코뚜레가 키워드 였다.
밧줄을 코뚜레에 감아 끌고 다니면 아픈고를 높이 쳐들고 긴 혀로 콧구멍을 햩으며 씩씩대지만 이내 얌전하게 주인의 지시에 복종한다.
내손에 그렇게 커 가던 소가 어느덧 황소가 되고 낯선 소장사 들과 신경전을 펼치던 아버지가 새벽밥을 드시고 소죽을 다른날 보다 더 많이 더 맛있게 끓여서 먹이고 처음에는 20리길을 몰고 나가셨다가 서서히 봉고차가 걷는 수고를 대신하며 황소가 가고 나면 어린 송아지가 지독스럽게 몇 날씩 울어 대던 그 마구가 빈지가 오래되었다.
고은미씨와 부부의 인연을 맺는 미천으로 총각시절 사두었던 소를 팔아 결혼비용으로 사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그 시점쯤 아버지도 소를 더이상 기르지 않으셨던 것 같다.
기력도 딸리시고 큰 형의 만류도 있어고해서,,,,. 특히 소장사들과 흥정을 잘 못하지는 아버지가 항상 그 대몫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 셨던것 같다.
대신 어린 흑염소 4마리가 촌부의 소일거리가 되었다.
소 그것은 시골살림의 전부였다.
워낭소리의 노인네 처럼 신음을 내며 누워 알타가도 소울음소리에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서는 것 처럼.
나는 아직도 좌,우측으로 뻗어있는 소 뿔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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