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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다섯 개의 몸으로 땅을 모시다 / 우석훈
야!한국사회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얼마 전에 소설가 공지영씨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기보다는 직접 대상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소설가라서 잘 듣기 어려운 얘기가 많아 재밌게 들었다. 그중에서 요즘 가난한 집안의 10대들이 범죄를 저지를 때 부자는 찔려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한국의 빈부 격차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져서,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마치 지렁이나 송충이 보듯 하고, 소년수들은 그들은 부자라서 아픔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인 것 같다. 역시 가난이 문제인가?
구좌파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계급’이라는 이름으로 형상화하는 반면, 1990년대 이후 유럽의 신좌파들은 보통 생태, 여성, 인권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문제를 형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쨌든 시대는 지독할 정도로 반생태적인 시대, 전국의 강바닥까지 전부 파헤치겠다는 시대이다. 반여성의 시대, 이제는 껍데기만 남은 여성부를 언제 없애게 될지 모르는 시대이다. 여성이 자본적 착취의 대상으로 다시 전락한 것 같다. 그리고 반인권의 시대, 인권위원회를 반 토막 내고 기어이 사형을 시키고야 말겠다는 것.

한국의 지배층을 권력구조로 본다면, 과거에는 청와대가 혼자서 온갖 악행을 다했다면, 지금은 세 개의 축이 있는 것 같다. 구 개발동맹의 시대에는 청와대가 축이었듯이, 신 개발동맹의 시대에는 대치동, 도곡동 그리고 서초동이 새로운 악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치동에는 엄마동맹의 핵심인 학원 권력이 있고, 도곡동에는 가난한 사람과는 절대 같이 살지 않겠다는 한국 최초의 요새주택 타워팰리스가 있다. 그리고 서초동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삼성파 법원이 있다. 지금의 한국은 엄마, 땅값, 그리고 돈, 이 세 가지로 99% 설명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머지 1%는 아마도 대통령의 형님권력 정도가 아닐까 한다. 결국 지금 한국의 지배구조 구축은 대치동 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구 개발동맹에 맞섰던 대학생들로 구성된 청년 학도들이 엄마들의 대치동 동맹에 무너진 셈이다.

이 기막힌 신 개발동맹의 시대에 지렁이 두 마리가 다섯 개의 몸으로 땅을 모신다.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인간의 길이라는 세 개의 길을 향해 곧 명박 불도저가 난도질을 할 이 땅에 지렁이들이 몸으로 땅을 모신다. 3월28일 작년에 이어 비루먹은 지렁이들의 꿈틀거림이 오체투지라는 이름으로 땅을 모시고, 길을 모신다.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님, 그리고 정종훈 신부님이 지렁이가 되어 반생태, 반여성, 반인권의 시대정신에 꿈틀거리며, 대치동으로 떠난다. 타워팰리스에서 대치동 학원골목까지, 이곳의 지배자들이 서초동과 손을 잡고, 청와대와 국회를 발아래 호령하는 이 시대, 그 지배자들을 향해 지렁이들이 기기 시작한다. 악의 힘이 너무 강하니, 종교인들이 지렁이가 되어 기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명박이 박근혜로 바뀌든, 이재오로 바뀌든, 대치동 권력이 눈이라도 한 번 끔뻑할 것인가!

모시고 받드는 정신이 바닥에 떨어진 지금, 촛불도 힘으로 누르는 지금, 오체투지, 기기라도 해야 하는가! 초등학생마저도 서열화와 사교육에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지금, 그 대치동 권력 앞에서 어른들이 기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갑사에서 임진각까지, 시대정신을 지고 지렁이들이 다섯 개의 몸으로 땅을 모신다. 불도저 앞에, 우리는 지렁이만도 못한 존재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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