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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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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간접 범죄로부터 자유로울까?
[리뷰] 책 읽어주는 남자

09.03.25 16:45 ㅣ최종 업데이트 09.03.25 16:45  이명옥 (mmsarah)  

더 리더
요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관객들의 발걸음을 잡아끈다. <더 리더> 역시  독일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두 시간 가까운  짧지 않은 러닝 타임이 조금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흡인력을 갖추었다.

성홍열로 거리에서 구토를 하는 소년 마이클(데이비드 크로스분)은 우연히 도와준  전차 검표원 한나(케이트 윈슬렛 분)로 인해  육체에 눈뜨고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면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샤워, 책 읽어주기, 사랑 나누기는 그들의 관계에서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를 잡고, 마이클은 수많은 책들을 한나를 위해 읽어준다. 그들의 짧고 격정적인 만남은  한 차례의 자전거 여행을 끝으로 한나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끝난다.  8년의 세월이 흐르고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나치 전범 재판에 참관하면서 한나를  다시 보게 된다. 한나는 나치 친위대의 유태인 수용소의 감시원이었다.  평소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가 정한 원칙에 충실한 한나는 범죄 사실을 묻는 판사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되물어 판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한나와 함께 범죄에 동참했던 여섯 명의 감시원이 한나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마이클은 재판이 진행되는 자리에서야 비로소 한나가 글자를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문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절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차라리  종신형을 선고 받은 한나, 그런  한나와 과거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마이클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살아간다. 비밀스러웠던 사랑만큼이나 마이클이 지닌 내적인 상처와 죄의식은 깊기만 하다.

마이클의 죄의식은 나치 전범  한나를 사랑한 사실만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침묵하며 동시대를 살던 이들과 자기 자신에 대한 죄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한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감시원들만이 아니라, 재판정에 서지 않았지만 나치를 위해 일했던 수많은 이들과 방관자들이 자신의 죄에 침묵한 채 살고 그 역시 한나의 형량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상황에 침묵했기 때문이다.

한나가 감옥에 들어간 뒤  8년 후부터 10년 간 마이클은 한나에게 읽어주던 책을 녹음해 보내기 시작한다. 한나가 녹음기를 반복해 들으면서 축자 대조법으로 글자를 깨우쳐 가는 과정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녀가 한 자 한 자 글자를 깨우쳐 가는 과정과 나치 범죄에 관한 책을 체계적으로 찾아 읽는 과정이야말로 윤리와 도덕적 불감증으로부터 자신을 일깨워가는 과정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글자를 깨우치고 독일이 전범국으로 유태인에게 저지른 죄악상을 책을 통해 낱낱이 알고 나서야 자신의 행동이 윤리, 도덕적으로 잘못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18년만에 가석방이 결정된 한나는 출소 하루 전날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피해자 딸에게 전해달라고 전 재산을 마이클에게 남긴다. 자신의 과거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마이클은 피해자 딸에게 자신과 한나의 관계를 고백함으로 비로소 죄의식으로부터 자기치유를 시작한다.



소설과 영화에 깔린  몇 가지 복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나가 문맹이라는 사실, 지나치게 씻는 행위에 집착하는 사실 등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벽증에 가까우리 만치 더러움을 씻는 데 집착하거나 말끔하게 다림질을 해 주름을 펴는 행위는 한나가 지닌 내상, 그녀의 자존심 등 성격을 잘 드러내 준다. 행위가 드러내는 완벽주의적이고 차가운 성격이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 일에 충실했던 무지함에 더해진 문맹이라는 사실이 한 사람의 범죄 사실 자체를 무죄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범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시대의 범죄를 방관한 사람들은  범죄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이 현직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기도 한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법학자만이 지닌 예리한 시각으로 한나와 마이클이라는 인물을 통해 유태인 학살에 대한 책임이 나치 전범으로 법정에 선 자들만의 몫인지를 진지한 어조로 묻고 있다. 우리 역시 단지 법적 범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대의 아픔이나 범죄를 방조한 간접 범죄의 연대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을까.


출처 : 우리는 간접 범죄로부터 자유로울까?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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