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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지부장님

세상은 눈물로 만들어졌나 봅니다. 고작 보름 전, 광주 대한통운 물류창고 앞에서 당신을 만났는데, 당신은 참 단단해보였는데, 당신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지요.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당신이 남긴 말을 죄다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특별했다고, 당신은 목숨을 바쳐서는 안 되었다고...

찌는 듯한 땡볕 아래 어떤 말도 고리타분해질 법한 오후, 당신의 말은 뜨겁고 강렬했습니다. 저는 당신처럼 단호하고도 절실하게 “우리와 함께 할 정당이 어디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직 여물지도 않은 제 이야기 뒤에, 당신은 망설이지도 재지도 않고 조건 없는 믿음을 보태주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은 떠날 것을 결심하는데, 우리는 광주 재보궐선거에서 이겨 들떠 있었습니다. 선거만 중요하냐, 우리가 얼마나 힘든데 왜 돕지 않느냐고 꾸짖었으면 좋았을 것을, 당신은 끝까지 당선을 축하했습니다. 당신들의 싸움을 조금 더 알렸더라면, 한 번 더 찾아갔더라면, 노동부를 잡아 끌어내기라도 했다면, 당신이 떠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죄송합니다. 저의 게으름이 당신을 더 힘들게 했습니다. 떠나는 길을 재촉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30원‘

‘30원’입니다.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 대한통운 택배노동자 78명이 하루 아침에 계약해지로 일자리를 잃게 한 것, 고작 30원입니다. 당신을 만난 그 집회에 가면서 그 싸움이 벌어진 이유를 읽다가,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생각했습니다.

화물연대에서 알려온 것을 보니, 대한통운 광주지사가, 올 1월 택배 노동자들과 수수료를 협의하면서, 2월부터는 건당 920원에서 ‘30원’ 올려주겠다고 합의했답니다. 부가세 빼면 3% 인상입니다. 물가인상률보다도 낮습니다. 그런데 3월 15일, 지사는 본사에서 수수료 40원을 인하했으니 30원 인상합의는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회사가 화물연대의 주장을 부정할 근거를 내놓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택배노동자들 받는 돈 한 달에 250만원이면, 기름값에 할부금에 보험료 제하고, 하루 15시간 일해도 실수입은 120만원 남짓입니다. 고작 한 달에 10만원 더 받겠다고, 수수료 3%, ‘30원’ 올리기로 했는데, 갑자기 약속이 뒤집힌 것입니다. 택배노동자들이 계약에도 없는 분류작업 안하겠다고 하니, 회사는 바로 문자로 계약해지하고 경찰은 수배와 체포로 맞섰습니다. 화물연대와는 ‘30원’도 협상할 수 없다는 강경대응, 이것이 당신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경제신문에서 본 대한통운, 고속성장으로 질주하나  

당신을 만난 그 즈음, 저는 경제신문 귀퉁이에서 대한통운 기사를 보고 어, 이거 뭐야, 했습니다. 4월 15일, 대한통운은 올해 매출액 2조5,000억원, 영업이익 125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코스닥에 공시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1조8,283억원보다 36.7%, 영업이익은 지난해 705억원보다 77% 각각 늘 것이라고 스스로 전망했답니다.
  
4월 17일에는 아시아나 항공으로부터 아스공항 주식 50만주(50%)를 241억원에 취득해 아스공항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20일에는 부산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 지분 28.26%를 국제통운으로부터 인수해서 기존 지분까지 모두 66.04%지분을 확보해 지배주주가 됐답니다. 회사는 확장일로이고, 영업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참 이상했습니다. 이렇게 잘 나가는 회사면 이미지 관리도 해야 할 텐데, 택배노동자들한테 이렇게 내놓을 것이 없나, 싶었습니다.  

택배노동자는 설 곳 없는 49년 무분규

우연히도 대한통운 기사를 또 마주쳤습니다. 4월 16일, 차진철 대한통운 노조위원장이 대한통운 전 사업장의 무분규를 선언했답니다. 49년 무분규 역사를 자랑하는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은 물론 최봉홍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장의성 서울지방노동청장까지 이 선언 자리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노조위원장은 그 뒤 인터뷰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그들은 사용주와 고용인 관계에 있지 않는데도 계약내용을 위반하고 작업장을 집단으로 이탈했다. 택배는 하루, 이틀 안에 모든 작업이 완료되는 시스템인데 그들이 이를 악용해 그동안 명절이나 회사가 바쁠 때 수시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해왔다. 수익구조가 개선되면 고생한 협력업체에 대한 보답이 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노조위원장이 나서서 택배노동자들을 매도하는 터에 이들이 설 곳이란 발 길이만큼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노동자도 아니라는 특수고용

특수고용, 정부로부터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의 처지는 벼랑끝입니다. 기름값 올라 견디지 못해 일어난 작년 화물연대 파업 때,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어서 노동부가 할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노동부는 올 초 급기야 건설노조에 덤프트럭·레미콘 차주들은 노조원 자격이 없다며 시정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가 아니니 조합가입도 안 되고 단체교섭도 단체행동도 안 된다고 정부는 주장합니다. 원래 노동자였고 여전히 노동자인데 억지로 사업자등록 내게 해서 사장님 만들어놓고 비용 부담 떠넘기고 계약해지하면 그만이랍니다.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에 근로자 정의규정만 바꿔 특수고용도 노동자로 인정하면 대화의 공간이 생기고 협상의 여지가 생기는데, 정부는 그저 숨죽이든지 벼랑 끝에서 싸우라고만 합니다.

다시 눈물로 시작하는 오월

박종태 지부장님, 우리가 당신을 그 벼랑 끝에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더할 수 없는 믿음을 우리에게 주었는데, 우리는 발걸음조차 느려 당신을 떠나보냈습니다. 눈물 없이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갑니다. 오월은, 다시 눈물로 시작됩니다. 왜 아직도 이래야만 하나요. 언제까지 이래야만 하나요.    

(광주에 이사와서 사는 불량 나무 이희입니다. 요즘 너무 가슴이 답답합니다.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자 얼마나 많은 민중들의 피가 필요 한지!
지금 광주는 로케트전기 , 금호 대한통운 자본과 목숨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숲 나무님들 세상에 많이 알려서 더이상 노동자 민중들이 죽지 않도록 해주세요 . 이정희의원의 글을 옮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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