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둔한 것들 투성이다.
비둘기
삶을 포기한 듯,
얼마 안가서 날지도 못할 신세가 될 것 같다.
참새
예전 비둘기 수준으로 둔해졌다.
옆을 지나가도 날아가지 않는 놈들도 종종 눈에 띈다.
고양이
그 중 제일 낫지만, 예전에 느꼈던 야생의 살아있는 섬뜻함이 아니다.
지친듯한 움직임
그리고 성질이 곤두선 듯, 원망이 서린 듯한 스산한 눈빛.
이네들을 보고 있자면 왠지모를 처연함, 씁씁함, 미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과연 사람들은
이들과 비교해서 어떠할지 궁금하다.
모두들 왜들 이렇게 둔해졌을까?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음......
우주에서 가장 둔한 우리 인간들이 범인아닐까?
그래, 인간이 가장 둔할꺼야. 확실해.
이를 부정할 만큼 뻔뻔하고 무지한 사람이 있을까?
나는 얼만큼, 어떻게
역할을 했고, 하고 있고, 계속 해갈까?
이들의 둔함에.
이런 생각을 해본다.
"비둘기, 참새, 고양이들이
다시 예전의 활력과 민첩함, 생기발랄함을 찾게 된다면
그에 따라서 자연스레 우리 인간도
우주 제일의 둔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