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앉아 책을 읽다가
잠시 누워서 천장 형광등을 본다
안쪽에 뭔가가 움직인다
날파리다
들어오긴 했는데 나갈 수가 없나보다
천천히 걷다가
순간적으로 날아보다가
빨리 걷다가
이리저리 요리조리 아무리 움직여보아도
계속 거기가 아까 거기다.
주위엔
같은 길로 들어와
같은 식으로 헤매였던
크고 작은 벌레녀석들이 보인다.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떼어놓았던
바로 그 자리에 껍데기만 남겨놓고 떠난 녀석들.
저녀석도 조금있으면 같은 신세가 되겠지?
그 순간 나는
내가 한 생명의 처절한? 우스꽝스러운? 죽음을
계속 누워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신 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정말로 관계의 최고형태입니다.>
나랑 쟤랑 입장이 뭐가 다른가.
나도 쟤처럼 같은 곳을 계속 맴돌고 있지 않은가.
나도 스스로 그 구멍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그래,
살리자.
나는 의자에 올라가 형광등 덮개를 열고
베란다 방충망을 열었다.
그리곤 덮개를 뒤집어 퉁하고 쳐서
어리버리 날아가지도 않고 멍하니 있는 그녀석을 밖으로 내보냈다.
방충망을 닫고 들어오니
나방 한마리가 마루 위를 날고 있다.....
이놈의 '불'을 끄지 않는 한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