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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9.08.02 22:48

광화문 광장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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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혁명이다.
광화문 네거리 위에서 아이들이 뛰놀다니.....
물장구 치며 뛰놀다니.....
저기 팬티만 입고 있는 녀석을 보라.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눈물이 난다.

도로에 둘러싸인 조그만 광장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할까?라는
시큰둥한 마음이었는데...... 이럴 수가........

오늘 이순신장군 동상의 뒷모습을 처음으로 본다.
바람이 망토를 펄럭이고 있다.

바람은 나에게도 다가온다.
그리고 가슴을 억누르고 있던 것들을 어디론가 가져가 버린다.

아! 갈 수 없었던, 아니 막혀 있었던 곳에 서 있는 이 느낌.....
<촛불>로 인해 잠시 열렸던 이곳을 이렇게 항상 밟을 수 있게 되다니.....

내가 왜 이러지?
주위를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어색해 보이다니...
그런데 이곳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인다.
 
어! 저들은 또 왜 저러는거지?
광장 주변에 서 있는 경찰들의 환하게 웃고 있다.
좀 어색하긴 해도 참 보기 좋다.

아! 기분 좋다. 미국대사관을 정면에서 자연스레 바라볼 수 있다니.....

지금까지는 지나가는 객에 불과했던 내가
오늘 광화문의 주인이 됐다.

대한민국 만세.

그런데 이상하다.
뻥뚤렸던 가슴 속이 갑자기 답답하다. 왜 이러지?

광화문 네거리의 갑작스런 변화에 내 가슴이 놀랐나?

아니면 아직 열리지 않은 전국의 수많은 <광장>들이 내 가슴 속에서 시위를 하나?

아니면, "이젠 너의 광장을 오픈 할 차례야."라고  
광화문 광장이 나를 향해 소리치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채 걷히지 않고 남아있는 것만 같은,
시민과 경찰사이에 끼어있는 먹구름에서 떨어진 번개가
내 가슴을 치고 있나?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뒤로 한채 주위를 둘러본다.
자동차들이 거북이 걸음이다. 훨씬 좁아진 차도 위로
예전처럼 많은 차들이 몰려들었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차 창 밖으로 신기한 듯 광장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빛들.
자동차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당장 이리로 오세요. 차는 집에 세워두고 당신도 이곳을 걸어보세요."

잠시, 충무공이 한산섬으로 떠났다는 소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게 아닐까?
광화문 광장의 수많은 사람들 속으로.... ^^

광장은 밖에서 바라만 봤을 때보다 훨씬 넓게 느껴진다.
나는 천천히 광장의 이곳저곳을 걷는다.
1m정도 너비의 물길이 광장 주위를 흐르고 있는게 보인다.
한칸 한칸 나뉘어 있는 물길속에는 조선 시대부터 시작해
연도별로 주요사건들이 적혀 있다.

역사의 물길을 따라 쭉 걷다보니 어느새 2008년이 보인다.

그걸 본 한 아이가 말한다.
" 2009년이 없네."

다른 아이가 말한다.
"지금이니까."

아이 엄마가 말한다.
"앞으로 쭉 써내려 가게 될거야."

광화문 사거리가 광장으로 바뀌었듯이,
이곳에 서 있는 경찰과, 이 곳을 가득 메운 시민들도
역시 함께 계속해서 변해갈거라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감시와 의심의 시선은 보호의 눈빛으로,  
분노와 불신의 시선은 신뢰와 고마움의 눈빛으로 바뀔 거라 생각한다.
아니, 이미 바뀌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에 있는 거북선을 바라보다 잠시 눈을 감는다.
올라서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거북선 등위의 날카로운 가시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잠시후 눈을 떠보니, 더욱 믿기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공격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큰 북 두 개를
아이들이 죽 둘러서서 신나게 물을 튀겨가며 두드리고 있다.

위에서 이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충무공의 얼굴이 자못 궁금해진다.

하늘을 바라본다.
광화문 광장의 절반은 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먹구름에 가려있다.

집에 가려고 신호등을 건너고서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더 많이 걷혀서 하늘 아래 광장이 더욱 환해졌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당장, <역사의 물길>속에 2009년을 새겨넣어보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이렇게 쓰겠다.

2009년 8월2일

꼬마 용사들, 광화문 광장을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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