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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옛날, 하늘사람과 아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그때, 아수라의 제왕 베빠찟따가 신들의 제왕 제석천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신들의 제왕이여, 잘 읊어진 시로 겨누자."

제석천은 그 제안에 동의했고,
하늘사람들과 아수라들이 공정한 심사를 약속했다.


베빠찟따는 제석천에게 먼저 시를 읊으라고 했지만,
제석천은 다시 베빠찟따에게 양보했다.

이제 베빠찟따부터 시작하는 흥미진진한 시 겨누기가 시작된다.

베빠찟따 왈,

<제어하는 자가 아무도 없으면,
어리석은 자들은 전보다 더욱 화를 내네.
그러므로 강력한 처벌로
현자는 어리석은 자를 눌러야 하리.>

아수라의 제왕 베빠찟따가 이 시를 읊자 아수라들은 기뻐했으나
하늘사람들은 침묵을 지켰다.

의기양양해진 베빠찟따가 제석천에게 말했다.
"신들의 제왕이여, 그대가 읊어 보라."

제석천 왈,

<다른 사람이 화내는 것을 보고
새김을 확립하여 고요히 하면,
내가 생각하건대,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자를 누르는 것이네.>

이 시가 읊어지자마자 하늘사람들은 기뻐했고, 아수라들은 침묵을 지켰다.

제석천이 말했다.
"베빠찟따여, 시를 읊어라."

베빠찟따 왈,

<그와 같이 인내하는 데서
나는 허물을 본다. 제석천이여,
어리석은 자가 그대를 두고
'그는 나를 두려워하여 인내한다.'고 생각하면,
소가 도망가는 자에게 더욱 맹렬히 달려들듯,
어리석은 자는 더욱 그대를 좇으리.>

이 시를 들은 아수라들은 기뻐했고, 하늘사람들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베빠찟따가 말했다.
"신들의 제왕이여, 그대가 읊어보라."

제석천 왈,

<나를 두려워하여 그것을 참는다고
제 맘대로 생각하든 말든
참사람이 최상의 이익을 성취하려면,
인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네.

참으로 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힘없는 자에게 인내하네.
그것을 최상의 인내라 부르네.
힘 있는 자는 항상 참아내네.

어리석은 자의 힘은 힘없는 자의 힘이라네.
진리를 수호하는 힘 있는 자에게
대적할 사람은 없다네.

분노하는 자에게 분노하면,
그 때문에 그는 더욱 악해지리.
분노하는 자에게 분노하지 않는 것이
이기기 어려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네.

다른 사람이 화내는 것을 알고
새김을 확립하여 고요히 하면
자신을 위하고 또 남을 위하고
둘 다의 이익을 위한 것이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를 치료하는 사람을
가르침을 모르는 자들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아수라의 제왕 베빠찟따는 다음 시를 읊지 못했다.
그래서 시 대결은 여기서 끝난다.

심사위원단인 하늘사람과 아수라의 무리들이 심사평을 발표했다.

<아수라의 제왕 베빠찟따가 시들을 읊었는데,
그것들은 폭력에 속하고 무기(無記)에 속하고
싸움에 속하고 불화와 전쟁에 속하는 것들이다.>

<신들의 제왕 제석천이 시들을 읊었는데,
그것들은 폭력에 속하지 않고
무기(無記)에 속하지 않고
싸움에 속하지 않고
불화와 전쟁에 속하지 않는 것들이다.>

승리는 결국 제석천에게 돌아갔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역주, 쌍윳따니까야 제 1권 608페이지에 수록되 있는
"잘 읊어진 시에 의한 승리의 경"을 줄이고 조금 각색해서 옮겨보았습니다.

이 경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1. "모든 싸움, 모든 전쟁에서
                                 주먹과 살상무기가 아닌,
                                 시詩로 승패를 겨누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2.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옛말은 절반의 진실만을 말하고 있구나.
참으면, 참는 자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복이 있는거구나."

4. "참는게 이기는 거다.라는 말도 절반의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으면, 참은 나도 이기는 거고, 상대방도 이기는 거구나."


친구와 애인과 남편과 부인 그리고
나의 엄마, 나의 아빠와 싸움이 벌어지려는 순간
먼저 제안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우리, 시로 승부를 내요."라고.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

아, 착각했습니다.
시로 승부를 낼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화를 낼 때 내가 참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군요. ^^;

음......

일단, 머리로는, 참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음...    가슴으로도 참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음... 손으로도 참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음.... 발로도 참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하지만, 입으로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입으로 참을 수 있는 그 날을 꿈꿔봅니다.
아니, <늘 그 날처럼!>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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